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내는살림 Jan 04. 2022

집을 정리하면서 깨달은 것들.

생각보다...

2021년이 일주일 정도 남았습니다. (수정 전...^^;; 이젠 22년이 일주일 정도 지났네요) 


연말연초가 되면 습관처럼 한 해를 돌아보고 새 해를 계획하며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 가운데에 저를 밀어 넣습니다.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

왜 그것밖에 못했을까 하는 자책

그때 왜 그랬지 하는 부끄러움

그럼에도 내년엔 좀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

이밖에도 걱정, 불안, 부러움 등등 많은 생각을 합니다.


 삶을 돌아보기도 하지만, 올해는 특별히 '집'을 돌아보기로 했어요. 이사를 가야 짐 정리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지만 적어도 몇 년 내에 이사 갈 계획이 없는데(갈 수도 없고 ㅠ) 지금 상태를 보아하니.. 정리를 안 할 수 없더라고요?! 12월 한 달, 그동안 외면해왔던 집구석 구석을 살펴보며 묵은 짐들을 없애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자 집 전체를 '리셋'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리셋 정리'라는 단어는 <정리 못 하는 사람을 위한 정리 책>에서 인용했습니다)




계획과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이번만큼은 제대로 하고자 계획을 세웠어요. 집 내부 구조를 그려서 구역을 나누고, 각각의 공간에서 정리해야 할 곳을 나열. 언제 할 것인지 날짜별로 분류한 다음 그날에 실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정리하는 공간은 최소화해서 되도록이면 짧은 시간에 끝내기로 했고, 단순히 물건의 위치만 옮겨서 '한순간'에만 깔끔해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비우기로 결심했습니다. 비우지 않는 물건은 물건의 확실한 자리를 정하고, 비울까 말까 하는 물건은 '고민 박스'에 넣어서 지켜보기로 했죠.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집 정리를 하면서 깨달은 것들이 있어요.


첫째, 생각보다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그저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실은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거죠. 뒤죽박죽 한 서랍 한 칸을 정리하겠다고 서랍을 열고, 안 쓰는 물건을 빼고, 남은 물건들을 정리하는데에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어요. 현관에 나와있는 신발을 신발장 안에 집어넣는 것 5분, 화장실 젠다이 선반 위에 있는 물건들 제자리에 두는데 5분. 넉넉잡아 15분의 시간만 있으면 작은 공간 하나 정리하기에 충분하더라고요. 그 시간 안에 끝내야겠다 다짐하고 타이머를 맞춰서 움직이면 집중이 더 잘 돼서 일찍 끝나기도 하고요.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공간도 있습니다. 책장, 붙박이장, 다용도실 선반 같은 경우엔 전체적으로 정리하는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어요. 그래도 부지런히 움직이니 1시간이면 끝나더라고요. 이렇게 한 번 전체적인 정리를 마치고 나면 그다음 정리하는데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깔끔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 제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아 귀찮아. 다음에 해야지'에서 '금방 끝나니 여기만 정리해보자'하는 마음으로요.



둘째, 생각보다 정리된 상태가 오래가지 않는다.

한 번 정리하고 나면 '사진'처럼 그 상태가 쭈욱 유지되었으면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집에 저만 사는 게 아니니까요..! 마트에서 사 온 물건들은 식탁 위와 다용도실을 금방 채우고, 일한 흔적이 가득한 책상 위, 이것 저것 다 꺼내놓고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의 장난감들로 거실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발끝에 장난감이 치이더라고요. 처음엔 허무함이 느껴졌습니다. ‘내가 여길 어떻게 정리했는데!’ 어질러진 곳을 보며 마음이 불편했었는데요, 어느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르더라고요.

 

“집은 어디까지나 배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인공은 그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고요”

<하루 10분 꼼수 살림법> 중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내가 이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하는 이유가 결국엔 우리 가족이 이 공간을 잘 사용하기 위함인데 ‘깔끔한 상태’가 목표가 되어 오히려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고 할까요. 편하게 생활하다 보면 어질러질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원할 때 다시 깔끔하게 정돈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나서부터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그것을 '재빨리'하자는 새로운 목표가 생기기도 했고요.



셋째, 생각보다 쓸데없는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문을 닫으면, 서랍을 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곳들. 그 겉면만 보고 ‘정돈되었다’ 스스로를 속이고 (ㅋㅋ) 외면해왔어요. 용기 내서 그곳을 열어보니 빛바랜 영수증부터 쓰다만 노트,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클립과 집게들이 어찌나 많던지요. 지금은 옷장에 없는 옷의 택과 단추들, 수년 전 받았던 안내문들이 쌓여있는 것을 보고 공간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없어도 되는 걸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빈틈이 없었다는 것을, 답답함을 느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되팔 일 없는 전자제품 상자, 해지한 보험증권 등등 



넷째, 생각보다 정리를 위한 용품들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비운 수납함들. 사진에 나와있는 것보다 훨씬 많이 비웠어요.

쓸데없는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부터 그것들을 하나둘씩 비우기 시작했어요. 쓰레기로 시작해서 멀쩡하지만 더 이상 '나'에게는 소용이 없는 것을 비우면서 생긴 것들이 있는데, 바로 빈 정리 상자들! 서랍에 있는 물건들을 비우니 서랍 구획을 나누기 위해 구입했던 수납함이 필요 없어졌고, 안 입는 옷이나 앞으로도 입지 않을 옷들을 비웠더니 옷장에 잘 보관하기 위해 구입했던 플라스틱 서랍들이 필요 없어졌어요. 


 그렇게 거실 한구석을 차지한 빈 수납함들을 보면서 다짐했습니다. 앞으로는 '정리를 위한'용품들을 구입하기 전에 우리 집에 비울 것들이 있는지 없는지 먼저 살펴봐야겠다고 말이죠. 



다섯째, 생각보다 잘 안 하게 된다.

계획을 세워서 집 전체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고 처음 일주일은 잘 되어가는 건가 싶었지만... 원래 계획대로 연말에 마무리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진행 중입니다. (이 글도 마찬가지.. ^^;) 사실 이건 제 개인적인 성격 탓이 크겠죠?!


예전 같았으면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집 정리야. 그냥 여기서 때려치우자!' 하며 손을 놨겠지만, 

이제는 왜 지속적으로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엔 곰곰이 생각해보니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당장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아요. 게다가 집 정리는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이니 급한 일에 우선순위가 계속 밀리게 된 거죠. 이대로 두면 언제까지고 뒤로 뒤로 미뤄지다가 기약 없는 미래의 이삿날까지도 못할 것 같아서 하루 중 시간을 정해서 가장 먼저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럼에도 리셋 정리는 계속된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보이는 정돈된 모습을 보면 절로 상쾌한 기분이 들어요. 

정리가 잘 되어있으면 필요한 물건이 생겼을 때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바로 찾을 수 있으니까.

부엌이 깔끔하면 어떤 요리든 시작하고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 위를 보면 무엇이든 잘할 수 있겠다는 의지가 생기니까

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서 꾸준히 집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비록 연말 리셋 정리는 실패했지만 꼭 연말에만 정리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연초 정리'라 이름 붙이거나 아직 구정은 지나지 않았으니 21년이라 정신 승리하면서 애초에 계획한 대로 집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요. 


         

2022년에는 필요한 것만 가지며 가볍게 살고 싶은 것이 제 꿈이고 계획이고 목표입니다. 


이 글 읽으신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전 06화 비움 2년 차, 이렇게 달라질 줄 몰랐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