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에 달려있었던 '택'들과 출처를 모르는 여분 단추들(아마 이 단추가 달려있을 옷은 없을지도)
서랍을 열면 보였던 잡동사니들입니다. 아! 머리카락과 먼지들도 추가.. ^^;
물건을 찾으려면 서랍을 뒤적여야 했고 그곳에 있는지 확신도 들지 않았었죠. '추억'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서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뒀지만 다시 찾아서 꺼내본 적은 없었어요.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죠. 이것들을 없애면 왠지 제 과거도 함께 사라질 것 같은 기분에 눈에 거슬려도 버리지 않고 뒀어요. 호크룩스도 아닌데 말이죠. (*호크룩스. 불사의 몸을 얻기 위해 자기의 영혼을 쪼개 특정한 물건에 담았는데 그 물건을 호크룩스라고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마법의 물건)
비단 서랍뿐만이 아니었어요. 부엌, 옷장, 거실을 보면 빈틈없이 물건들로 빼곡히 쌓여있었죠. 물건이 많다는 것이 안 좋다는 뜻은 아니에요. 물건마다 각자 역할이 있고 잘 정리되어있다면 상관없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집이 좁아서 그런 거라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13평 에서 30평대 아파트로 이사 가면 모든 게 나아질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집이 넓어지니 어질러진 공간이 더 넓어졌을 뿐, 어수선함은 그대로였어요.
답답하다 가볍게 살고 싶다 물건에 치여서 살고 싶지 않다. !!!
당시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었고 꼭 필요한 물건만 있는 집의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렇게도 살 수 있구나! 극단적으로 모든 물건을 비울 자신은 없었고, 당장 안 쓰는 물건들부터 비워보자 다짐을 했어요. 그것이 2년 전.
'비움'을 다짐하고 2년이 지났습니다. 쓰레기부터 비우기 시작해서 화장대와 15칸 책장을 비웠고 플라스틱 수납함 십여 개를 내보냈습니다. 그 안에 있던 물건들도 비웠고요. '미니멀 라이프' 렌즈를 끼고 보면 여전히 물건들이 많이 있지만 적어도 2년 전과 비교해보면 '빈틈'이 많이 생겼어요. 아직 진행 중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삶에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비우고 나서 생긴 4가지 변화를 남겨볼게요.
1. 물건을 금방 찾을 수 있다
자그마한 물건들을 찾고 찾다가 없어서 다시 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난 적. 참 많았어요. 그렇게 해서 생긴 검은색 펜 5자루, 노란 형광펜 3개, 포스트잇 여러 개..^^ 자잘한 물건들을 비우고 각각의 물건들의 자리를 정해두고 난 뒤 필요한 물건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이중 소비를 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2. 청소가 편해졌다.
물건이 많으면 확실히 그것들을 관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많이 들더라고요. 선반 위에 있는 물건의 수를 줄이고 서랍 안에 있던 물건들의 개수를 줄이니 쓸고 닦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줄어들고, 시간이 줄어들어서 덜 힘드니 자주 청소하게 되는 선순환이 일어났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것! 물건을 정리하고 청소하는데 시간이 줄어들어서 물건을 좀 더 비우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3. 소비가 신중해졌다.
물건을 비우다 보면 '이건 사지 않아도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많아요. 예뻐서 샀지만 먼지 쌓인 물건들, 입지 않은 옷들을 하나둘씩 비우다 보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연스레 물건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비웠던 수많은 물건들이 떠올라요. '이건 정말 필요한 걸까?' 하는 생각에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더라고요. 물론 사고 싶은 것들은 잘 사고 있지만 (^^:) 이전에는 지갑부터 열고 물건을 사재 껴... 아 아니 샀다면 이제는 충분히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구입을 해요.
진짜 필요한 걸까 왜 사고 싶은 걸까 대체할 만한 것은 없는가 이 금액으로 할 수 있는 다른 가치 있는 일은 없는가 이걸 구입해서 내게 좋은 것은 뭘까 ?????
물건 구입 전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명확한 답이 나오면 과감하게 결제하고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물음표가 둥둥 떠다니면 보류! 몇 달째 포인트 조명이 마음에 둥둥 떠다니는데, 저 질문공세에 통과하질 못해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어요.
4. 과거가 아닌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버리지 못하는 마음은 과거를 붙잡고 싶은 마음과 연결되어있더라고요. 그릇을 비워야 그곳에 새로운 물을 담을 수 있는 것처럼 공간을 비우니 마음이 비워지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아, 이랬었지' 과거를 곱씹는 것도 좋은 일이죠.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그리워만 하기에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참 많더라고요?! 비우면서 정리와 청소에 쓰는 시간이 줄어들고 그렇게 생긴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 저의 비움은 진행 중이에요. 정리와 비움에 '완벽'이 있겠냐 싶지마는 완벽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런 변화를 몸소 느끼고있어요. 마음이 편안해지는 집,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애쓰고 있습니다.
지금보니 그땐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것들이 많이보이네요
나름 정리한다고 정리했던건데... 사진속 책상과 책장 한 개 비웠어요.
비로소 제 취향으로 (조금씩) 꾸밀 수 있게된 우리집.소파없이 1년을 살았었는데요, 곧 소파가 들어올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