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봄 Oct 02. 2024

조금씩 나아가는 삶

병원에 오는 다양한 이유 중 요즘 20-30대 친구들이 제일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를 다뤄볼까 합니다.


우리 때와는 달리 대학 시절 챙겨야 할 것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학점 관리, 어학 자격증, 인턴, 수상경력, 동아리활동까지 방학 때도 쉴 틈 없이 뭔가를 채워 넣느라 바쁩니다. 그런다고 해서 졸업 후 안정된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니 마음이 조급해지나 봅니다. 주변 친구들은 바쁘게 달리고 있는데 나만 천천히 가면 뒤처지는 느낌, 잠시 쉬고 있는 시간조차 남들은 계속 달리고 있으니 뒤처진다는 계산을 하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 입사한 후로도 그 안에서 승진과 이직에 대한 압박감에 뭔가 자기 계발을 해야 할 거 같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불안해하고요. 


그렇게 뒤처진다는 불안감 속에 살아가면서 생활을 짜임새 있게, 알차게 보내는가 하면 또 그렇지 않습니다. 불안하니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하다가, 그 긴장감에 쉬이 지치니 무기력하게 또 며칠을 보내다가 반복입니다.


이런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 길게 나의 목표를 유지하려면 우선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숨 쉴 틈을 주어야 합니다.


저 역시도 불안 속에 뭔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거 같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갯속에 헤매던 시기가 있었던 거 같아요. 때로는 멍하게 흘려보낸 시간들도 많고, 어떤 시기에는 정말 알차게 하루를 보내는 나날들의 연속도 있었습니다. 이런 삶의 과정을 돌아볼 때, 사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꾸준히 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부분인 거 같아요. 너무 과하게 몰아붙일 필요도, 너무 빡빡하게 여유 없이 살 필요도 없이, 다만 내가 내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멈추어서 고인 물이 되지 않게 하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당장 합격해야 할 시험을 앞두고 있는 경우는 비상 체제로 돌아가야겠지만, 긴 인생에서는 그렇게 급박하게 자신을 채워 넣어야 할 일은 없습니다. 


개인적인 부분이라 병원에 오는 분들에게도 보통은 이야기하지 않지만, 간혹 정말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살짝 귀띔했을 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한 저의 생활의 일부분을 공유해 볼까 합니다. 


저는 매년말이 되면 새로운 다이어리를 사고 한 해를 돌아보고 다음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올해 초 계획을 하고 어느 정도 성취를 했는지, 못한 부분은 어떤 이유로 못했는지 점검해 봅니다. 너무 과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건 아닌지, 두루뭉술하게 세워서 실천하기 어려운 건 아니었는지 살펴봅니다. 다음 해의 계획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별로 나눠서 꽤 구체적으로 세웁니다.


중간중간 제가 중요하게 생활에서 점검해야 할 것들을 다이어리에 수시로 정리하기도 하고, 이렇게 노션이나 에버노트에 정리해보기도 합니다. 

결국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세 가지 정도로 크게 나눠지는데, 이 세 가지가 균형 있게 돌아가고 있는지 더 챙겨야 할 것은 없는지 봅니다.


그리고 매일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매일 조금이라도 하려고 하고 있어요. 대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기에 주 3-4회만 해도 잘했다 하는 느슨한 기준을 가지고 보고 있어요. (아래쪽에 더 리스트가 있지만 중간에 끊었어요:))

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혼자만의 차분한 시간을 내기란 사실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에요. 출근 준비를 하고, 출근하는 시간 동안 주로 전공과 관련된 책을 오디오북으로 듣고, 점심시간에는 육아나 다른 관심사의 유튜브 영상을 봐요. 퇴근 시와 러닝시간을 이용해 영어회화 영상을 들으며 공부를 하고, 중간중간 환자를 보며 궁금했던 부분들은 진료 시간 중간이나 퇴근 시 논문 검색을 하며 보충하고 있어요. 

이렇게 매일의 일상 루틴에서 습관처럼 하다 보면 조금씩 나의 것으로 쌓여가는 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걸 매일 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습관화되었다고 해도 강박적으로 하지는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데, 야간진료 후 퇴근길이나 토요일 진료 시에는 일부러 변이를 두려고 합니다. 그래서 출퇴근 시 가벼운 내용의 책이나 가벼운 예능 위주의 영상을 보면서 쉬어가는 느낌을 줍니다. 

 

정체되지 않는 삶, 나를 위한 활동을 조금씩 꾸준히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그 활동은 나의 삶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으로 계획을 하고, 현실 속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적화된 방식을 찾아서 습관으로 녹여넣는게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몰아붙이거나, 이걸 안 하면 절대 안 된다는 압박을 하면 오래가지 못할 거예요.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는 로봇이 아닌 인간이니 가끔은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주간도 있을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면 좀 더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할 수 있을 거예요. 


각자의 생활에 맞는 계획을 세워서,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자기 관리를 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9세의 심리수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