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속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좀처럼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아이인데, 키즈카페에서 누나와 둘이서만 놀다가 문제가 생겼네요.
나오자마자 엄마를 붙들고 땀에 젖은 머리를 부비며 엉엉 우는데 그 축축한 아이를 계속 안아주기엔 엄마의 마음이 부족했나 봅니다.
"준아, 많이 속상했겠다.
근데, 흐흐흐.. 엄마 너무 축축하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내가 아끼는 흰 티셔츠에 더 비벼대며 눈물과 웃음이 범벅이 됩니다.
축구를 하던 중 아이가 찬 공에 어린아이가 맞았는데 마침 코피가 났다고 하네요.
아이는 의도성이 없었고, 방향도 그 아이 방향이 아니었는데, 공을 보고 달려온 아이가 손으로 공을 쳐서
튀어 오른 공이 마침 코에 맞아 코피가 터졌다는 것이 아이 둘의 설명입니다.
피를 본 아이는 놀라서 괜찮냐고 두 번이나 물었지만
옆에서 화가 난 그 아이 엄마는 제대로 다시 사과하라고 아이에게 뭐라고 한 모양이에요.
어린아이 딴에는 내가 잘못하지 않았지만, 다친 아이가 염려가 되어 괜찮냐고 묻고 신경을 썼는데
돌아온 어른의 매서운 사과 요구가 억울했나봅니다
원래 가기로 예약해 두었던 식당은 이미 시간을 놓쳐 못 가게 되었고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돈가스를 먹으러 갔습니다.
"우리 맛있는거 먹으면서 기분 풀자!!"
먹는 동안 잠시 기분이 풀어졌던 아이가 다시 이야기를 꺼냅니다.
"엄마, 나 근데 아직도 억울해. 자꾸 생각나."
"마저, 엄마라도 그럴거 같아!”
“엄마, 근데 그 아줌마 계속 그일 있기 전부터 화난 얼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어. 이상한 사람 같아. “옆에서 지켜본 누나도 거듭니다.
온 가족이 똘똘 뭉쳐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려 애써봅니다.
집에 와서도 억울하다는 이야기를 한번 더 하는거 보면 많이 속상했나봅니다.
마침 전날 읽었던 요시타케 신스케의 “이게 정말 마음일까?”가 눈에 들어와서 또 한 번 펼쳐봅니다. 싫은 사람이 생겼을 때 하는 요시타케 신스케다운 공상입니다.
그림책 속 아이는 싫은 사람이 생겨서 기분 나빴던 일이 자꾸 떠오르고,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싫어집니다.
머릿속에서 싫은 사람을 혼내주는 상상을 해보기도 하죠. 실제로 하진 못하지만 그렇게라도 하면 속이 후련해질 때가 저도 있는거 같아요.
아예 그 일과 상관없는 일들을 하면서 기분을 풀어보기도 하지만, 뭘 해도 기분이 안 풀리는 날이 있다는 것을 어린 주인공은 벌써 알고 있습니다.
차라리 소나기가 내린 걸로 생각하자! 비는 언젠가 멈출 테니 이 마음도 언젠가 지나갈 거야~
기분이 안 좋은 날 뭘 해도 전환이 안 되는 날이 있죠.
이제 좀 싫은 감정이 지나갔나 싶다가도 다시 불쑥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이 올라오기도 하고
사람의 마음이 참 마음대로 안될 때가 있습니다.
살다 보면 싫은 사람과 함께 일을 해야 하기도 하고
내 잘못이 아닌데 억울한 일을 겪기도 하고
나는 가만히 있는데 누가 와서 자꾸 쿡쿡 찔러대기도 합니다.
지금의 감정이 힘들고 괴롭지만
지나가는 소나기일 뿐이라고
언젠가는 이 감정이 걷히는 시간이 올 거라고 믿으며 흘려보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