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글

이야기를 시작하며

by 벗곰

보통 감사의 인사는 이야기의 마지막에 덧붙인다. 그러나 나는 미리 먼저 말하고 싶었다.


이미 내 글을 읽은, 기꺼이 읽으려는, 앞으로 우연히 읽게 될 당신을 위해.


어떤 이가 내게 말했다.

길을 잃고 싶지 않다면, 발밑을 보지 말고 저 멀리 있는 나무 하나만 뚫어지게 보라고.

한눈팔지 말고, 그 나무를 응시하며 계속 걸으라고.


나는 웃으며 물었다.


그 나무가 그저 그림자에 불과한 환상이라면 어쩌죠?’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은 오지 않은 미래이기 때문에.

그의 조언이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나는 최대한 솔직하게 쓴다.


나의 글은 상당히 감정적이다, 그리고 무겁다.

그 무게를 감추기 위해 나는 일부러 가능한 화려한 표지를 고르고 최대한 웃음을 곁들이려 애를 썼다.


당신이 만약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면 당신은 나의 글에서 아무런 가치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피차 서로 얻어 갈 것이 없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나처럼 빛보다 어둠에 더욱 끌리는 취향을 가졌다면 –나의 글은 당신에게 약간 의미가 있겠지.


당신은 웃을 수도 있다. 비웃고 경멸하고 증오심을 느낄 수도.


나는 다양한 감정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며 이것들을 골고루 담아낼 것이다.


그러나 행복해지고 싶다면, 그리고 지금 당신이 복용하는 우울증 약이 그다지 효과가 없다면 내 글을 읽지 않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나는 문학적 외과 지망생이지 살인마가 되려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니까.


나의 글이 어떤 식으로든 – 그저 우연히 단 한 명의 독자에게라도 닿을 수 있다면 -기꺼이 글을 이어 나갈 것이다. 단 두 명이라도 즐거우면 좋지 않겠는가.


당신과 나, 우리는 어차피 각자의 길을 걷게 될 것이므로.


글 값은 당신의 끓어오르는 감정들로 대신하겠다.


악마는 언제나 인간의 영혼을 탐내지, 돈을 욕심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즐거운 시간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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