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 알파(A) 요 오메가(Ω).
1.
내가 사는 이곳은 작은 시골 마을이다. 물론 이곳도 이제 변화의 물결이 시작되고 있다. 아침 식사를 하는 도중 아버지가 말했다.
‘그들은 공장을 짓고 싶어 해. 아주 대규모가 될 거라던데.’
‘그러면 파랑새 연못은 어떻게 돼요?’
나는 물었다. 파랑새 연못. 그곳은 우리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자그마한 늪지대이다. 늪지대이긴 하지만 나는 그곳을 파랑새 연못이라고 불렀다. 아버지는 고개를 으쓱했다.
‘뭐, 그곳도 곧 사라지겠지.’
식사를 마친 후, 나는 도서관에 왔다. 내 친구 빌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그거 알아?’
‘뭐?’
‘우리가 파랑새 연못가에서 만났던 그 할아버지 말이야. 그 할아버지 돌아가셨대.’
나는 내 친구 빌과 함께 종종 파랑새 연못을 찾았다. 우리는 그곳에서 어떤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는 한때 자신의 가족들도 우리 마을에 살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두 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아들들은 쌍둥이였는데, 생김새는 매우 비슷했지만, 성격은 완전 달랐다고 했다.
그의 첫째 아들은 아주 영리했고 제법 야심가였다고 했다. 그의 동생은 온순하고 소심했지만, 작가로서 재능이 뛰어났다. 동생은 죽은 어머니의 유품인 은목걸이를 언제나 목에 걸고 다녔다. 형은 그를 마마보이라며 놀렸는데, 동생은 그러거나 말거나 웃으며 목에 걸린 목걸이에 입 맞추곤 했다.
그의 두 아들 모두 글을 잘 썼다.
그는 자신의 아들들이 쓴 글에 대해 제법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첫째는 사실 글재주가 있다기보다는 연설문을 더 잘 쓰는 타입이었다. 첫째는 열심히 공부에 몰두했고 도시에 있는 명문 학교에 진학하고 싶어 했다.
둘째는 그보다는 좀 더 ‘순수한 예술가’에 가까웠다. 언제나 홀로 글쓰기에 몰두했고, 실제로 자신의 형보다 재능이 뛰어났다. 그의 둘째 아들은 자신의 처녀작 ‘파랑새’라는 제목의 책을 이미 십대가 지나기도 전에 완성했다. 그것은 상당한 역작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가진 위대한 재능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둘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의 글쓰기는 그저 자기만족을 위한 것일 뿐, 이것을 출판할 생각은 결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서 아드님들은 다 어디 계세요?’
우리가 물었다. 그 노인은 조금 슬픈 표정을 지었다. 모두 떠났단다 –라고 대답하며 그는 연못을 바라보았다.
‘아, 할아버지 그럼 진짜 혼자 사는 노인이시구나.’ 정신 나간 빌이 툭 대꾸했다. 나는 눈을 찡그리며 빌을 쏘아보았다. 어휴, 저 눈치 드럽게 없는 새끼. 노인은 우리를 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우리는 종종 연못에서 마주쳤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빌은 자기네 개를 데리고 왔다. 할아버지는 때때로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반가워했다. 우리는 그의 아들과 부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아들들은 모두 같은 날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실종 신고를 했지만 아무도 찾지 못했다.
경찰들이 말했다. 아마 둘은 이 파랑새 연못에서 서로 크게 다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둘이 함께 작정하고 가출을 한 것 같다 - 고.
처음에 그는 굉장한 근심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사방팔방 수소문을 하고 자식들의 흔적을 찾아 돌아다녔다.
겨우 찾아낸 목격자는 말했다. 그의 아들 중 한 명이 기차역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이상하게도 둘이 아니라, 한 명이었다.
누가 그 기차를 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제법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텔레비전에서 자신의 둘째 아들을 보았다. 둘째 아들은 타향에서 굉장히 유명한 작가가 되어 있었다. 그는 크게 출세한 것 같았다. 비록 그에게 연락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성공한 것이 매우 기뻤다고 했다. 설사 영영 자신을 찾아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그런 유명한 인물에게 자신처럼 이름 없는 초라한 노인은 부모로서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그는 이따금 아직도 자신이 그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듯한 식으로 이야기했다. 나는 그때마다 약간 서글픈 마음이 들어 가만히 있었는데, 멍청한 빌은 그러거나 말거나 툭툭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던졌다.
아무튼 우리는 그 할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내가 사는 곳은 작은 시골 마을이었기 때문에 나는 내 아버지에게 그에 관해 물었다. 아버지는 대답했다.
‘아 그 노인, 독거노인이라 뭐 제대로 된 장례식도 없었어. 그냥 본인 유언대로 공동묘지에 묻혔지. 정부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이 그의 재산을 정리했고, 장례비와 비석값을 냈다나.’
‘아 그 할아버지 묘비명이 뭐예요 아빠?’
‘가만있어 보자…. 정말 특이해서 기억이 나는걸.’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너의 비밀을 알지만, 그럼에도 너를 사랑하고 너를 용서한다.」- 라던가?
2.
그의 고향은 이 도시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시골이었다. 그는 그곳을 떠나왔다. 집을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
도시에서의 삶은 그에게 혹독했다. 아침에는 우유를 배달하고, 점심부터는 작은 상점에서 일했고, 저녁에는 근처 식당에서 서빙을 했다. 그는 밤늦게 집에 돌아왔고 잠들기 전까지 글을 썼다.
그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엄밀히 말해, 그는 성공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고향을 떠나올 때 거의 아무것도 챙겨 오지 못했다. 처음에 그는 자신의 역작인 한 편의 초고를 품에 안고 역에서 노숙자처럼 지냈다. 무료 급식 센터에서 밥을 얻어먹었고, 저녁에는 그나마 안전한 잠자리를 찾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녔다.
어느 날 그에게 사회복지 공무원이 말을 걸었다. 그들은 그에게 쉼터를 안내해 주었다. 그는 그곳에서 약간의 노동을 할 수 있었고, 정부 보조금을 조금 지원받았다. 그리고 겨우 허름한 지하실 한 곳을 빌렸다.
가혹한 날들이 이어졌다. 고된 노동과 모멸적인 시선들이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성공하고 싶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자신이 고향에서 갖고 온 ‘파랑새’의 원고를 쓰다듬었다.
몇 년이 지났다. 그는 이제 어느 정도 도시의 삶에 익숙해졌다. 그는 생각했다.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았다. 그는 편집자를 만나기 위해 출판사를 몇 번이나 찾아갔고 매번 상당히 오래 기다렸다. 그러나 그렇게 공들여 만난 편집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글쎄요. 뭐, 아시다시피, 워낙 요즘 이 업계가 그렇지 않습니까? 이름 없는 작가의 글을 출판하는 것은 저희에게 굉장히 위험 부담이 큰일이에요. 거 다음에 한번 또 봅시다.’
그들의 미팅은 예상보다 아주 빨리 끝났다.
3.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원고를 침대 위에 던지고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는 울었다. 오래전 그의 어머니의 죽음 이후로 그렇게 크게 운 것은 처음이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에는 갖은 고생 끝에 또래보다 훨씬 늙어버린 남자가 하나 서 있었다. 그의 꼴은 처참했다. 머리는 흐트러졌고 피부는 푸석했다. 제법 뚱뚱했고, 수염도 제대로 깎지 않았다. 목이 늘어난 그의 티셔츠는 누더기 같았다. 그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4.
몇 년의 시간이 또 흘렀다. 그는 이제 완전히 도시의 삶에 적응했다. 고된 노동과 열악한 환경은 여전히 그를 힘들게 했지만, 이전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그는 달라졌다.
그는 자신의 체중을 줄였다. 머리를 염색하고, 수염을 단정히 깎았다. 약간의 성형 수술과 이미지 컨설팅을 받았다. 중고 시장에서 제법 괜찮은 명품 양복을 사 그것을 걸쳤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집 현관 앞에 뿌려져 있던 광고 전단지를 주워 들었다. 그것은 정부 보조금으로 열리는 유명 강사의 자기 계발 강좌였다. 그는 참석했고, 약간의 충격과 감동에 휩싸였다. 강사는 말했다. ‘부자가 되고 싶으세요? 그럼 부자처럼 사세요! 그럼 그것이 진짜 부자예요!’
그 강사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 강사가 그에게 개인적으로 그런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무튼 그는 강사가 팔고 있던 자기 계발 서적을 한 권 샀다. 그것을 끝까지 읽었고, 그의 가르침을 영혼에 새겼다. 말투도, 외모도, 정신도, 영혼까지 – 성공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초고, ‘파랑새’ 앞에 적힌 작가명을 다시 고쳐 썼다. 그리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목걸이를 가져오지 않았구나.’
.
.
.
그는 출판사를 다시 찾았다. 아무도 이전의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원고를 다시 훑어본 편집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계약합시다.”
5.
그는 단숨에 떠올랐다. 거대한 신예 작가, 이 시대의 새로운 천재, 살아 있는 시대의 목소리. 그는 성공했다.
그 무렵에는 그의 고향에도 전기가 들어오고, 텔레비전이 보급되었다. 그는 자주 그 텔레비전에 출현했다. 아마 그의 고향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꽤 자주 들었을 것이다.
세월이 또 흘렀다.
그는 더욱 유명해졌고 더욱 부유해졌다. 젊고 아름다운 애인을 곁에 두었다. 그의 조수들은 유능하고 헌신적이었다. 독자들은 꾸준히 늘어났다. 그는 꽤 처세에 능했기 때문에 상당히 명망 있는 인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잠들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시작된 불면의 밤이 그를 괴롭혔다.
언젠가부터 그는 고향에 살고 있을 – 아직도 살아 있을지는 몰랐지만 –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아버지가 최근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장례식에 참가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묘를 방문하고 싶었다. 스케줄을 담당하고 있던 비서가 말했다.
‘어머, 그런 곳에는 왜 방문하시려는 거죠?’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약간의 정적이 흐른 후 조용히 대답했다.
‘나의 형…. 아니, 나의 동생을 보러 가는 길이야.’
6.
그는 아버지의 무덤을 방문했다. 무덤 앞에 서서 묘비명을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그곳에 머물렀고, 파랑새 연못을 찾았다. 물가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한 그는 서재에서 자신의 금고 하나를 열었다. 거기엔 그의 첫 작품, ‘파랑새’의 초판본이 들어 있었다. 이 책은 그의 역대급 출세작이었다. 이후로도 그는 꾸준히 글을 썼다. 그러나 이 책을 제외하고 나머지 작품들은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는 책을 집어 들어 난로 위에 던졌다. 천천히 불꽃이 타올랐다. 불꽃은 점점 더 크게 타올랐다. 처음에는 난로에, 그리고 커튼에, 그의 카펫에, 그리고 그 자신에게까지.
7.
몇 해가 흘렀다. 그의 고향 마을은 이제 더 이상 ‘순진한 시골’이 아니게 되었다. 작은 늪지대가 자리한 곳에 대규모의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트럭과 인부들로 가득 찬 현장. 어느 날 작업 중이던 한 인부가 소리쳤다.
“멈춰! 여기에 유골이 있다고!”
작업은 그 즉시 중단됐다. 남성의 유골이었다. 그리고 그 뼈에는 은빛의 낡은 목걸이가 하나 걸려 있었다.
그것은 사라졌던 동생의 은색 목걸이, 바로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