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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롱이 Oct 08. 2021

부자 선생님

선생님도 돈을 많이 가지고 싶다.

 내 초임 월급은 200만 원 가량의 작고 소중한 것이었다. 가장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20대의 내 월급은 가혹함 그 자체였다. 그야말로 박봉이기 때문이다. 파이어족, 경제적 자유가 열풍 하고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시대에서 이만한 월급은 근로의욕을 상실시키기에 충분했다.

 혹자는 공무원이 배부른 소리를 한다며 다그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신 보도되는 경제 뉴스와 빈부격차, 지인의 지인이 코인과 주식으로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입소문에 나라고 안달 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이러다가 뒤쳐지는 게 아닐까? 평생 내 집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하는 건가?" 이런 걱정은 미래가 아닌 코 앞의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젊은이를 파이어족과 욜로족으로 갈라놓는 것 같다. 이도 저도 아닌 회색지대에 놓인다는 건, 현재의 즐거움도, 미래의 희망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통념적 교사상에 빗대어 볼 때, 돈이란 선생님에게 어떤 의미일까? '가난한 선생님'이라는 말은 위화감 없이 입에 착 감긴다. 그야 교사는 사명감을 가진 직업으로써 청렴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자 선생님'이라는 말은 어떤가? 뭔가 어색하고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 정년을 앞둔 원로 선생님들의 먼 과거 이야기 중에는, 선생님이 외제차를 끌고 출근하자 무슨 돈으로 산 건지 교육청에서 감사를 했다는 말도 있었다. 요즘에는 법적으로 카네이션도, 작은 캔커피도 받을 수 없다. 이렇기에 교사가 돈을 밝힌다는 것은 부정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부자가 존경받고 온갖 경제 서적이 베스트셀러를 휩쓴다. 이런 시대에 한 마리의 고고한 학처럼 가난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부자가 되기를 포기한 일부 선생님들은, 오늘의 즐거움을 지상명령(至上命令)으로 여기는 욜로족이 되기도 한다. 그들에게 저축과 재테크는 미련한 짓이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좋은 옷과 비싼 자동차를 가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주기적으로 해외여행을 가야 한다. 마땅한 전략이 없으면 평생 은행 대출금만 갚으며 살아야 하는 시대적 숙명 속에서 이해하지 못할 행동은 아니다. 나 또한 얼마 전까지는 이런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현실적인 문제들이 코앞에 닥치자, 이것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생각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룬 많은 부자들은 욜로야 말로 가난을 선택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욜로족의 가치관을 폄훼할 의도는 없지만, 임용시험에 합격해본 선생님이라면 알 것이다. 오늘의 편안함과 내일의 나태함을 잠시 미루고, 다가올 미래에 투자한다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선생님은 지속적이면서도 꾸준히 상승하는 근로 소득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 자유의 첫 단추를 낀 셈이다. 근로 소득이 있어야만 스스로 가치가 불어나는 '자산'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금을 받을 때까지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 나는 많은 선생님들이 물질적 자산과 정신적 자산에 투자해, 하루라도 더 빨리 은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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