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능력은 인성이에요.
하나의 학급은 친목, 다툼, 정치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작은 사회다. 학생들은 그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생활을 한다.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겸손한 학생은 좋고, 이기적이거나 거만한 학생은 싫다. 그래서인지 인성이 좋은 학생에게는 구체적인 호의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들 사이에도 마찬가지로, 사회생활을 잘하는 선생님이 인기가 좋다. 그들은 쉽게 자신의 유능함이나 업적을 뽐내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의 입과 소문을 통해 칭찬을 듣는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겸손함'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을 존중하되 적극적으로 할 줄 안다. 칭찬을 받으면, "에이, 운이 좋았는 걸요. 제가 한 일이 뭐가 있다고요."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제 노력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해낼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칭찬한 사람의 의도에 감사를 표하고(남을 존중), 공을 다른 사람에게로 돌리는 태도(자기를 내세우지 않음)를 가졌다.
사회생활을 잘하는 선생님의 또 다른 장점은 '경쟁심이 적다'는 것이다. 경쟁심이 강한 사람은 이해관계에 따라 이기적이거나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 만나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사람인지 피아식별을 하게 되어있다. 그렇기에 경쟁심이 강한 사람, 설상가상으로 유능한 사람은 공공의 적이 될 확률이 높다.
책 <비서처럼 하라>에서는 삼성 사장단의 47%가 비서 출신인 것을 꼽으며, 비서의 자질이야말로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제시한다. 비서는 유능하지만 그 능력으로 자기를 뽐내지 않는다. 비서는 경쟁하지 않는다. 다만 하나의 팀을 만들어주는 최고의 협력자일 뿐이다. 비서는 성공한 사람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보며 그들의 판단력, 라이프스타일을 배운다. 무엇보다도 성공한 자들과 함께하며 만들어진 신뢰는 그들이 성공하는 데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준다.
학생을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승부욕과 경쟁심이 강한 학생은 마침내 1등급을 받거나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성적으로 받는 것 이외에 그 승부욕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이기는 데만 몰두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탁월한 승부욕은 성장을 돕는 데 아주 큰 쓸모가 있다. 하지만 산업 구조의 변화로 전통적인 지식과 가치가 붕괴되는 이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인 것, 창조적인 것, 예술적인 것이 각광받는 시대에서는 경쟁심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경쟁심 강한 1등이 평범해지고, 상상력이 넘치는 꼴등이 성공하는 시대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겸손하고 경쟁심이 적은 선생님과는 모두가 함께 일하고 싶어 한다. 장학사로 전직하거나 교감으로 승진할 때도 동료의 다면평가를 크게 반영한다. 임용고시에도 수업 나눔과 집단토의가 도입되는 등 성찰적이고 협력적인 역량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바야흐로 인성이 곧 능력인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엘리트들이 세상을 망치거나, 유망한 배우가 학교폭력이나 비도덕적인 생활로 추락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뒤꽁무니를 보고 배운다. 이해타산에 따라 '사회생활'을 잘하는 선생님이 아닌, 좋은 인성으로 '사회생활'을 잘하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