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와 맨해튼, 두 개의 세계

by Solar 수지

"집이 좋아 보인다!"

에어비앤비 앞에 도착했는데 3층짜리 멀끔한 집이 있었다. 집이 깔끔해 보여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입구가 있는 계단으로 올라 가려다가 '하얀 대문'으로 들어오라던 메시지가 생각났다.

'하얀 대문..? 어디..?' 구석에 하얀 대문이 있었다. 들어가는데 좀 이상했다. 구석진 긴 통로를 따라 쭉 걸으니 뒤에 문이 달린 작은 창고를 발견했다.


'여기가.. 우리 집인 거야..?'

생각과는 너무 다르게 썰렁한 창고방이었다. 그나마 반지하가 아니라 다행인가.

난방은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고 벽난로가 있어서 작은 벽난로에 몸을 녹였다.


그래도 방은 넓네.

땅값이 비싼 뉴욕에서는 좋은 호텔도 아주 좁디좁은 방이라던데.

뉴저지니까 그나마 가능한 거야라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존에프 케네디 공항에서 뉴저지 숙소까지는 1시간 40분이 걸렸고,

뉴저지 숙소에서 맨해튼 중심가까지는 40분 정도가 걸렸다.


맨해튼으로 가려면 버스, 지하철을 함께 타야 한다.

아침 9시 정도에 여행일정을 시작했는데, 9시 즈음 맨해튼으로 가는 차 2-3대가 지나가면 그다음은 차가 10시나 돼야 온다.

우리는 구글 맵을 보고 분명 시간을 확인하고 나갔는데,

버스가 오질 않는다..

시간이 점점 지연되더니 이내 아예 없어져버렸다 ㅠㅠ


그렇게 영하 5-7도의 추위에서 버스를 기다리느라 1시간을 떨었다.

택시를 타지 그랬냐고? 물가가 미친 뉴욕에서 40분 택시를 타면..? 그 비용이 말도 못 한다 ㅠㅠ


얼굴이 얼어붙고 손을 외투 주머니에 넣어도 감각이 사라져 갈 때쯤 버스가 도착했다.

맨해튼에 가는 버스에는 항상 손님으로 꽉 차있다.


새벽 4시에 보스턴에 가기 위해 일찍 나온 날이 있었는데 그날도 버스가 만차라서 깜짝 놀랐다.

아니.. 미국 사람들이 이렇게 부지런해?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들은 모두 멕시칸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들 중에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획득해서 미국인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한국, 일본, 멕시칸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고. ㅎㅎ


미국에는 카페나 식당이 새벽 5시에 오픈하는 곳이 많다. 그리고 마감은 오후 3시 정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영업시간이다..ㅎㅎ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미국사람들은 일찍 퇴근하고 가족들과 나머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해서 그런 것 같다.

맨해튼에는 고층의 빌딩이 빽빽하다.

그리고 어딜 가나 비싼 명품 브랜드 매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지하철도 아주 잘되어있고.


그런데 뉴저지는 그냥 아주 오래된 도시 같다.

발전 없이 오랫동안 그대로 머물러온 올드 타운 느낌.

높은 건물은 찾아보기 힘들고 낡고 부식된 건물들로 가득하다.

저녁이면 불이 다 꺼져 어두 컴컴하고 인적도 드물어진다.

도시의 상점은 장사가 될까 싶은 촌스러운 옷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져 있고, 멕시칸 푸드도 많이 있다.

그리고 거리를 걷다 보면 영어보단 스페인어가 더 잘 들릴 정도다.


뉴욕에 살기 위해 몰려든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뉴저지에 몰려 살고 있다.

맨해튼까지 먼 출근거리를 고사하고서라도 집값이 비교적 저렴한 뉴저지에 사는 것이다.


퇴근시간 맨해튼 - 뉴저지에 돌아가는 버스를 타면 사람들은 지쳐 있는 얼굴로 차를 탄다.

저녁시간에 에 뉴저지에 가는 버스는 출발하면 불을 다 소등해 주는데,

그럼 여기저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을 보며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구나 생각했다.

한국이나 여기나 똑같이 일하고 퇴근시간에는 지쳐 버스에서 졸며 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그런 곳이구나.


나는 이곳에 여행자로 왔지만 저 사람들에게는 그냥 '삶의 터전'이구나.

그들의 삶을 엿보며 '나 여행자구나.'를 새삼 깨달으면서도 '조금은 나도 여기 사람 같은 느낌이 드는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방에 살고 있어서 아주 긴 출퇴근 거리를 다니진 않지만,

우리나라의 경기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경기도민 중에서 직장이 서울인데 비싼 집값 때문에 경기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곳이나 저곳이나 별 다를 바 없구나


삶의 무게는 그런 것이겠지

긴 출퇴근 시간도 견뎌내야만 하는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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