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통사고가 있고 한 달 정도가 흘렀다.
큰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 몸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후유증이 한 달 반 넘게 지속되고 있다.
다행히 일상생활은 가능한 정도라 직장도 나가고 있는데 아직 불편함이 많다.
손발이 찌릿찌릿, 가끔 심하면 팔꿈치 안쪽까지 저릴 때도 있고,
자고 일어나니 발가락이 굳어져 잘 안움직여지고 아플 때도 있다.
여러 검사를 해봐도 정상.
신경적인 문제는 참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받을 수 있는게 한의원 치료 정도라서 주1-2회 정도 방문하고 있다.
원장님이 성격이 좋으셔서 치료 받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원장님이 어떤 운동을 하는지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나에게도 질문을 하셨다.
"수지님은 취미가 뭐에요?"
그리고 나의 대답
"아. 그러게요.. 잘 모르겠네요. 요즘 제 취미가 뭔지.."
"수지님 같은 사람일수록 취미를 잘 찾아야 해요. 몸을 계속 이완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좋아하는 일이 많을수록 수지님 건강에 좋을 거에요."
참 우수운 일이었다. 취향을 고민하는 사람이 취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니.
사고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다행히 작은 사고였지만, 사고 이후 7-8개의 병원을 다니고 있다.
아픈데 원인을 찾지 못하니 의원급부터 시작해서 '여기선 알 수 없으니 다른 병원에 가보라.' '여기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혹은 '이 검사 받아보고 약 먹어보고 호전이 없으면 다른 검사해보자.'
일과 중에 병외출, 병지각, 병조퇴를 내가며 병원에 다녀오고 또 들어올 때 늦지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급히 오고, 내가 해야할 일이 있으면 또 다른 동료에게 눈치보이지만 부탁하고 나가야하고.
일과가 끝나고도 병원에 갈 수 있으면 병원에 다녀오고 또 저녁 야간 수업까지 잘 해내야 했다.
몸이 세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다보니,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잊고 살았다.
병은 우리 삶을 산산조각 내고 삶의 생기를 앗아간다.
(중략)
그러므로 건강이란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육체가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제대로 기능하는 상태,
신체 기관의 평안이라 할 수 있다.
- ‘철학의 쓸모(로랑스 드빌레르)’ 중 -
샤워하면서 생각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였더라..'
그날 저녁 메모장을 펼치고 무작정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하고 싶은일,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일, 원래 좋아했던 일.
아 이제 조금 명확해졌다.
맞아 ‘나'라는 사람은 이런 색이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