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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랑 장난하십니까?

팔라우에 티웨이 전세기를 띄우고, '한국도 우리가 할게'라고 했다


연일 반일감정 가득한 글을 쓰게 돼서 안됐지만, 이번엔 한-일 문제가 아니다.


남태평양 팔라우를 둘러싼 일본과 한국의 신경전 이야기다. 아니, 한국 입장에선 신경전이 벌어졌는지도 사실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문득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이란 연극 제목이 떠올랐다. 남편을 죽이려면 말 그대로 살해하는 방법도 있지만, 너무 잘해줘서 깜짝 놀라게 해 심장마비로 죽이거나, 평소에 안 하던 귀여운 짓을 해서 왜 그런지 궁금하게 만들어 죽일 수도 있다.


일본이 우리를 엿 먹이는 방법은 단지 과거사 부인, 왜곡, 경제보복만 있는 게 아닐 거란 말이다.

소지츠(Sojitz)는 2003년에 설립된 건축, 산림, 플라스틱, 화학, 광산업, 석유, 직물, 항공산업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일본의 글로벌 종합상사다.  본사는 동경에 있다.


일본-팔라우 간 항공 증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무역과 관광진흥을 도맡겠다며 팔라우 관광청과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지사를 통해 한국도 동시에 관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 보이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 봐야겠지만, 서울에 소지츠 지사가 있고,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는 팔라우를 따로 홍보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가뜩이나 반일감정 많은 시국에 아침부터 분개하게 만든다.



더욱 분개스러운 것은 우리나라 항공사인 티웨이(T-Way)로 입항했다는 점이다.

8월 10일 나고야를 출발해 코로르(Koror)에 도착했고, 11일과 14일 간사이를 출발하는 편도 띄운다. 13일에는 나고야에서 출발하는 스케줄도 잡혀있다. 가뜩이나 일본을 찾는 수요가 줄었으니 운휴 하는 항공기를 활용한 것일 터라 티웨이는 잘못이 없다.


한국어를 하는 직원이 있으니 한국에서의 팔라우 지역 브랜딩 관리권까지 줄 수 있다는 뉘앙스의 보도를 흘린 팔라우가 얄밉긴 하지만, 중국과 등을 돌린 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이럴 때 일본의 기업이 나서 주니 손을 뿌리칠 이유가 없다. 게다가 무역회사에서 관광까지 도맡아 줄 수 있다니 물적, 인적교류를 동시에 해결할 복안도 있는 셈이다.


물론 나 혼자 이런 감정을 갖는 건지 모르지만, 전세기 편으로 우리나라 항공기를 이용하고, 한국 관리권까지 따냈다는 보도를 보니 이런 시국에 일본이 우리를 놀리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태평양 도서국을 우리 정부가 모두 챙기고 관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굵직하고 시급한 현안도 많으니 여론도 지지해주지 않고, 일자리 창출 등 국내 민심 챙기기도 바쁜 터라 나서서 태평양까지 챙기자고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태평양의 사용가치와 잠재력을 알고 벌떼처럼 덤벼드는 강대국들의 현금, 선심 외교 전략과,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기업들을 별다른 지원과 인력도 없이 하루하루가 쫄깃한 삶을 사는 대한민국의 외교부가 어찌 막아 낼 것인가.


태평양 도서국 프로젝트 대상인 14개 국가 중에 팔라우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사실 미디어 한 두 명 보낼 정도의 여력밖에 없다. 나 조차도 가보지 못한 터라 정확히 감도 잡히지 않는다.


하나투어가 한 때 이 곳을 집중하여 띄웠지만 손을 놓은 지 오래다. 지금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국내 여행업계 실정으로 새로운 지역을 바닥부터 개발해 낸 다는 건 너무 이상적인 발상이다. 그렇다고 레드오션에서 가격 치기만 하며 지낼 수만은 없으니 진퇴양난이다.


하나투어가 한 때 전사적으로 팔라우를 홍보하고 판매했었다. 지금도 다이빙 상품과 할인항공권 프로모션을 꾸준히 내놓고는 있지만, 패키지 시장은 손을 뗀 듯 보인다.



태평양을 어쩔 것인가?

분명 태평양은 우리의 앞바다인데도 주변국들이  자원과 외교권을 하나하나 점유해 가는 걸 먼 산 쳐다보듯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 그나마 K-POP의 인기로 태도국 전역에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많이 생겨났는데 별다른 후속조치가 없다.


물론 다들 제 코가 석자니 누구를 탓할 상황도 아니지만, 민간에서도 이렇게 새로운 시장개척에 눈이 어두운 것도 이해가 어려울 정도다. 모두 동남아만 쳐다보고 있다.


정부예산이 각 지역에 얼마나 배분되는지 알 길은 없지만, 앞으로 먹고살 곳, 아직까지도 무주공산인 곳이 태반인, 식량과 시장과 자원을 가진 태평양에도 좀 더 투자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동안 떠들썩한 전쟁이 없으니 겉으로는 세상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제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는 오직 실력을 키워 자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아나키즘 이데올로기에 더 가까운 세상이 되었다. 누가 더 많은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우리의 미래인 셈이다.


물론 모든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있는 터라 근시안으로 일희일비(一喜一悲)해선 안된다.  


지금 우리가 과거에 집착해서 '일본 안사고 안 가기 운동'하고,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물론 자존심 문제도 있지만, 모든 사안이 미래의 밥그릇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니 더욱 이성적으로, 확고한 입장에서 싸워야 한다.


그 조그마한 섬 줘버리면 그만이지?
그 섬 하나 있고 없고 가 우리의 해양영토의 면적을 결정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거리가 400해리가 되지 않아 우리나라와 일본이 배타적 경제수역이 겹친다. 일본은 독도를 자기 나라의 영토라고 하면서 울릉도와 독도의 중간선을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계속 논쟁 중이다.

http://daisyparkkorea.com/221588565931


피해를 입으신 어르신들에게는 정말 죄송한 일이지만,
위안부, 강제징용은 과거의 일이고 우리는 나은 미래를 설계해야 하니
쿨하게 잊고 일본과 손잡자고?


일본의 야심과 검은 속내는 어린애들이 봐도 안다. 하나를 내어주면 열을 빼앗아가 사람들이다. 이번 무역전쟁은 그래서 다르다. 과거사로 목을 죄고 경제라는 단도를 들고 위협하는 형국이라, 여기서 백기를 들면 과거를 부정하고 현재와 미래를 담보 잡히는 결과가 뻔히 보인다. 일본이 식민 경영을 했던 기록을 보면 그 잔악함이 말도 못 한다.

프랑스도 상당히 악랄했다고들 하지만, 일본에 비할바가 아니다. 아베 총리가 어떤 집안에서 자랐는지만 놓고 보면, 제국주의 사상이 가득한 인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집안의 자존심처럼 빼놓지 않는 걸 보면 속과 겉이 비슷한 보기 드문 일본인 같다. 그런 리더가 이끄는 나라에게 우리가 잊을 테니 너희도 우리에게 잘하라는 탁상공론이 통할까?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오염된 흙을 보육원과 초등학교에 매립하며 입막음을 위해 장학금과 발전기금을 낸 나라다. 핵 폐기물을 태평양에 방류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태평양의 정치 자립과 경제발전을 운운하는 곳이다.



실제 일본은 양자 관계 이상을 이미 오래전부터 내다보고 있었다. 우리와 첨예한 무역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고노 타로 외무대신은 미국과 함께 팔라우 마샬제도, 마이크로네시아, 피지를 순방했다. 강경화 장관이 같은 시기에 동남아라도 순방했으면 여론의 거센 뭇매를 맞았을 게 뻔하다. 하지만 일본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내 정치를 폄하해서가 아니라 세계 정치는 비할 수 없이 훨씬 더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돌아간다. 적과 친구가 동시에 될 수 있는 비열함이 룰이고 상식인 세계다.


우리 민족은 참 열정적이고 쿨한 성향이 있지만, 정치인, 외교관들 만큼은 일본인들 같은 응큼한 속내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잘 끓고 잘 식는 양은냄비 같은 민족성을 이용해 표심만 노리는 이들의 공약과 주장에는 복안이란 게 잘 보이지 않는다.


이제 국제사회에서 우리를 비호하고 챙겨줄 곳은 없다. 만국에 대한 만국의 투쟁 속에 스스로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멀리, 깊이, 엮어서 봐야 한다.



참고자료



소지츠 기업정보

https://www.sojitz.com/en/


지난 7월 소지츠는 팔라우 관광청과 항공 연결망 확대를 비롯, 인적/물적 교류를 활성화하데 협조하자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음을 보도한 기사. 이 기사에서, 소지츠 지사를 통해 한국도 동시에 관장할 수 있음을 피력했다.


Japanese global trading firm Sojitz Corporation and the Palau Visitors Authority (PVA) had signed an agreement in July to work together in getting airplane companies to open more flights to Palau and also to promote the country as a destination.


“[PVA does] not have [representatives] to promote Palau in Korea and since Sojitz has a branch in Seoul, our office has been granted the opportunity to become the representative of PVA in Korea,” Mochizuki said, adding that they will be promoting Palau’s tourism and will help bring in airlines and travel agencies to open their services here.

http://islandtimes.us/japanese-firm-pva-collaborate-to-bring-more-flights-to-palau/?fbclid=IwAR1rREL3vfHlwG-nSjwaaQ2bOy2llbnEdwl3iLhHIY_jJfaVo8P0Dqi4Rbs


티웨이 항공을 이용하여 전세기를 띄운 소지츠

http://islandtimes.us/south-korean-low-cost-carrier-opens-charter-flights-to-palau/


고노 타로 외무대신 태평양 순방 내용

https://www.mofa.go.jp/press/release/press4e_002575.html


'금수저' 아베 일본 총리의 롤모델은 누구일까?

"아베는 평화주의자 할아버지를 말하지 않는다", 한겨레, 2018.9.29.

"A급 전범 외조부가 물꼬 튼 집단자위권... 손자 아베 총리가 마무리", 조선일보, 2014.7.2.

"'도련님' 아베가 금수저 정치인이 된 배경", 오마이뉴스, 2018.2.16.

"평화주의자의 후손 아베는 왜 '우익 괴물'이 되었나", 동아일보, 2017.11.11.

https://youtu.be/GLwSlM58HbE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으로 오염된 흙을 보육원과 초등학교 부지에 매립했고 방사능 폐기물을 태평양에 방류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국제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https://youtu.be/ke_TAcaMFHo


남편을 죽이는 10가지 방법

https://m.blog.naver.com/welahee/220570187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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