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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 데이지 Jul 29. 2024

신이 나를 네 앞으로 데려왔어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만난 요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밤 기차를 타고 눈을 붙였다 뜨니 아침이 찾아왔다. 

6시간가량을 달린 기차는 욕야카르타의 마을 풍경 너머로 일출을 맞이한다. 


자카르타(좌)에서 욕야카르타(우)로 이동한다.


하룻밤 침대가 되어준 좌석 와 이별하며 기차역을 나섰다.

카우치서핑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은 Johan Wahyudi(아래 요한)을 만나야 하는데

유심이 망가져 연락을 취할 수 없는 상황, 

기차역 내 와이파이를 찾으러 다녔지만 무용지물이다. 


처음 보는 요한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고민하는 중에 요한이 내 앞에 나타났다.



"내가 데이지인지 어떻게 알았어?"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나에게 요한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신이 나를 네 앞으로 데려왔어"



기묘한 대답을 남기는 그에게서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낀다. 


편안함은 자연스레 그를 따라 욕야카르타 전통 박물관으로 향하게 한다.




인도네시아 전통 악기 소리가 울려 퍼지는 내부에서 욕야카르타의 전통악기, 인형극을 구경했다.

요한은 해설가가 되어 전시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요한, 왜 전통칼이 꼬불꼬불한 거야?"


"칼은 직선이어야 한다는 것에 모두가 다른 철학을 갖고 있는 거지. 


믿는 신이 다르기에, 칼의 모양도 다른 거야. 

그들은 꼬불꼬불한 칼이 자신을 지켜줄 거라 믿은 거지."




욕야카르타 전통 인형과 함께

욕야카르타의 전통 인형 체험도 했다.


인형의 새끼손가락은 

본능(instict), 감각(feeling), 마음(mind) 그리고 조화(harmony)를 의미한다.


흰색은 순수(purity), 파란은 영적 자질(spiritual quality), 빨간 은 감정(emotion), 분홍은 행복(happiness)을 의미한다.


각 색은 다른 에너지와 의미를 가진다. 


색깔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운을 모으는 가치는 내게 말한다. 


저마다는 모두 각자의 가치가 있어. 

우리는 모두 생김새가 다르지만, 모두 소중한걸. 




보르드부르로 향하는 길, 욕야카르타 중심가에서 한시간 정도 걸린다.


이후 요한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보르드부르로 나를 데려갔다. 

한 시간가량 걸리는 오토바이 주행이 위험하게 느껴지면서도 

그 긴장감은 바람을 타고 내 뺨을 들뜨게 했다.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보르드부르 사원 앞에서


요한의 작은 마을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원을 갖고 있어 매년 관광객이 발길을 돌린다. 

요한의 아버지는 요한이 어린 시절부터 사원 근처에서 조그만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셨다.

사원의 웅장함에 압도된 채로 나오는 내게 요한은 자신이 마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야기를 시작한다. 



데이지 꽃을 들고 방긋 웃는 요한의 모습


마을을 소개해 주고자 한 시간 넘게 오토바이를 타고 욕야카르타 중심으로 와서 

다시 한 시간 넘는 운전을 해 마을에 온 요한. 


무엇이 그에게 나누는 능력을, 무엇이 그에게 자신의 마을을 사랑하는 능력을 주었을까. 

요한이 나눠준 조금은 눅눅해진 아얌을 먹으며 그는 커다란 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요한이 태어나기 며칠 전, 

그의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다.


할아버지를 따라 그는 군인이 되기를 꿈꿨다. 부끄러움이 많은 소년이지만, 그는 언제나 아버지를 따라 기념품 가게에 가곤 했다. 


아버지가 관광객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조금씩 영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는 요한이 영어를 통해 외국인을 만나는 시초였다. 

동시에 그는 이웃의 기타 연주를 듣고, 음악가를 꿈꾸는 시절을 보냈다. 


그의 어머니는 언제나 인내를 겸비한 사람이셨다. 

바라지 않고 나눌 줄 아는 사람이며, 어떠한 문제를 맞이해도 불평하지 않으셨다. 

그를 통해 요한은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외로운 타지 생활 중 그는 신을 통해 자신이 축복받았음을 깨닫고, 삶이 변화됨을 느꼈다. 

마을로 돌아와 프리랜서 투어 가이드로 지내면서도 

그는 사람들에게 나누는 기쁨을 누렸고, 타인의 행복을 통해 자기 행복을 얻었다. 

여건이 된다면 사람들에게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계획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행복한 걸 볼 때 나는 행복해. 

더욱이 내가 다른 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지. 

신이 내게 행복을 주었기에, 나도 다른 이에게 행복을 나눠주어야 해.”


자신이 가진 것에 겸손하며 나아가 나눌 줄 아는 자세를 가진 요한. 

그는 어릴 적 꿈과 연결해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고 있다. 

2009년부터 시작한 작곡이 모여 2019년 첫 번째 앨범을 발행했다. 

그저 취미로만 운영하고 있다지만, 그는 자신의 앨범에 몰입했고, 

몰입은 그에게서 풍기는 행복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온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물었다.



“내 삶의 이유는
신이 내게 삶을 주었기에, 나도 다른 이에게 삶을 주어야 해. 
나는 지금 행복한 날들을 보내기에 다른 이에게도 사랑을, 나눔을, 행복을 줘야 해.”

 





삶은 연속적이어야 한다. 


요한이 굳게 믿는 문장이라고 한다.


삶은 무한히 나눠지고 공유되어야 하는, 

나눔과 베풂의 순간이라는 의미일까.


낯선 이방인에게 하루 종일 마을을 소개해 주고 

맛있는 음식, 웅장한 유산, 소중한 시간을 함께한 요한. 


족자카르타를 떠나는 날,

요한에게 메시지가 왔다.

"데이지! 치킨 교회에서 함께 합주하기로 했는데,

그냥 와버렸어!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나야겠는걸"


나는 답장했다


"신이 다시 만나라는 의미인가 보다."


 







*요한의 음악은 아래 링크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songwhip.com/johanwahyudi/pulang-ke-magelang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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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블로그와 오마이뉴스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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