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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 데이지 Jul 01. 2024

나만의 여행 시작하기

일본 도쿄에서 만난 사토시


저마다 여행하는 방식은 다르다.

누군가에겐 호텔에서 편히 쉬고 쇼핑하는 것이,


누군가에겐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이제껏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먹는 것이,


혹은

누군가에겐

필수 방문 코스를 따라 

사진을 잔뜩 찍어오는 것이 여행이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예시를 나는 관광이라 부른다.


한국에 왔으니 

남산 타워에 갔다 북촌 한옥마을을 거닐고

한식을 먹으며 관광객이 될 수 있지만,

동네 주민이 가는 허름한 시장 골목에서 

쭈그려 물건 파는 할머니와 나눈 이야기를 통해 

나는 여행자가 됨을 느낀다.


여행과 관광은 다르며


내게 여행이란

그 사람의 삶을 엿보는 것이다.


한 나라, 도시에 가면

그 공간을 살아온 

이들의 삶을 느끼는 것.


그들이 먹는 음식을 먹고,

지내온 공간을 구경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것이 나의 여행이다.





45개국 세계일주의 첫 번째 국가, 일본.

세계 여행의 첫 국가는 일본이다. 

큰 뜻은 없다.


여행 시작을 대학 친구들과 함께 하기로 했고, 

친구들은 일본에 가고 싶어 했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은 완전히 다른 여행을 만든다.


예를 들어, 가족과 함께 하는 발리 여행은, '발리'를 여행하기보다 '가족'과 여행한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그만큼, 함께하는 사람은 여행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결국 추억이란, 

'무엇을 했느냐'보다 '누구와 했느냐'라는 말과 같이,

여행도 그러하다. 



그래서일까, 여행을 하며 나는 현지 친구들과 만나는 걸 굉장히 즐겼다.


현지 친구의 삶은 어떤지,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며,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를 깨닫는 건 

나의 여행 방식이었다.





친구들이 대학으로 돌아간 뒤, 

우연히 카우치서핑을 통해 일본 현지 친구, 사토시와 만나게 되었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 여행자들을 통해 카우치서핑에 대해 알게 되었고,

현지 집에서 자며 숙박비를 아낄 수 있다는 말에 시작했다.


훗날, 카우치서핑은 내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들과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사토시와의 만남은 소중한 첫 번째 선물이다.


훤칠한 키와 오뚝한 코, 쌍꺼풀이 짙게 밴 

그는 나를 만나자마자 반갑게 인사한다. 


약간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조금씩 새싹이 태동을 시작하는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사토시와 나는 함께 도쿄 시내를 구경했다.


거리의 조그만 문구점과 골동품점에 들려 일본식 고양이를 보며 미소를 짓고,

익히 일본영화에서 많이 보아온 일본식 정갈한 도로와 건물이 거리를 걸었다.


한창 재즈에 빠져있던 나를 위해 사토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재즈 카페에 나를 데려갔다.



카페 내부는 오래된 서적과 

LP판으로 가득 차 있다. 

흘러나오는 잔잔한 재즈 음악은 

카페의 분위기를 더했다. 


나는 따뜻한 홍차를, 

사토시는 맥주를 마시며 

점점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무렵,

사토시에게 묻는다.


"사토시, 너의 삶에 대해 들려줄래?"


사토시는 갑작스러운 물음에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이내 나의 시선은 올라가는 입꼬리에 향했다. 


잠시 고민하더니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올해로 36살을 맞이하는 사토시

사토시는  누구보다 말하기에 능숙해 보이지만,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쉽게 걸지 못했지만 

그에게는 꿈이 있었다.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외국 친구를 사귀는 것.


영어는 그에게 극복을 도와주는 친구였다. 

사토시가 본인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말하게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면 할수록 그는 아무도 자기 말에 상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고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대학교 합격 발표가 난 이후에 가족과 함께 오스트레일리아로 여행을 갔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왔기에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는 가족 여행에서 좌절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오로지 문법에만 집중한 일본의 영어교육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좌절은 사토시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이후부터 그는 온라인 영어 수업을 수강하고 책상머리 공부에 머물지 않고 

실제 세상을 공부하기 위해 여행을 다녔다. 

대학생 때 만난 다양한 국적으로 사람들은 사토시의 견문을 넓혀주었다. 



그는 아르바이트로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여행과 가르침 두 마리 토끼에 열정을 가진 시절이었다. 여행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주면 아이들도 흥미로워하며 두 마리 토끼의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미국, 한국, 필리핀, 태국, 피지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경험하면서 사토시는 본인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채워갔다.


자신의 풍성한 이야기가 있었기에 이후 직업을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2010년부터 선생님을 준비하여 2011년에 선생님이 되었다. 그러나, 쉽게 얻게 된 직업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그는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야 했고 주말에는 농구선생님으로 학교에 또 출근해야 했다. 가르침에 대한 만족은 있었지만, 작은 곳에서 회의감이 도사렸다. 결국 5년이 되는 해, 그는 일을 그만두고 뉴질랜드로 떠났다.


뉴질랜드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이후 일본으로 돌아와 가르치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이전과 같이 과도한 노동을 하지는 않는다. 

그는 학생들과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학생들과 학교 동료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이 지금 그의 직업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꿈이 있다. 

학생들에게 넓은 세상을 알려주고 본인의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어, 정치, 경제를 가르칠 수 있어. 

그러나 그보다 내가 경험한 새로움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이들은 온라인으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거든. 나만의 이야기를 가르치는 것이 내가 학생들에게 할 수 있는 거니까. ”



좋은 교육이란 ‘독립’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서른 후반을 앞둔 그에게 세월로 인해 학생을 이해하는 것이 때로는 쉽지 않지만, 오늘도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눈다는 것은 다시 말해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지금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대화와 시간을 나누고 있는 것처럼.”


자신이 흡수한 경험을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력으로 승화시키려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함께한 카페의 온기를 채운다. 그는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다른 꿈을 기획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호스팅, 관광 등 부업을 하면서 넓은 사고를 하고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할 것이다. 온기에 나도 모르게 언제 행복하냐는 두서없는 질문을 던졌다. 


“행복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순간이지.

지나고 나서야 그 의미를 깨닫듯이 행복한 순간에 행복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거야."


그의 말을 들으면서 문득 질문을 던진다.


"사토시, 너의 삶의 의미, 너의 데이지는 뭐야?"


갑작스러운 나의 질문에 사토시는 웃음을 내비친다. 

“내가 살아가는 의미는, 나의 데이지는
내가 삶을 멈출 이유보다 살아가야 할 이유가 더 많기 때문이야.”



수줍음이 많던 어린 시절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도록 돕는 교사가 되기까지,

여러 도전을 하고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며 사토시가 쌓아온 삶의 살아가야 할 이유들은

오늘도 사토시를 살게 하는 힘이 된다.




재즈 카페에서 사장님과 사토시와 다 함께 찍은 사진


처음 가본 재즈 카페에, 오늘 일어난 행운 같은 모든 일에, 

사토시와 내가 나눈 마법 같은 대화들에 설렘이 증폭된 마음도 느낀다.


첫 번째 데이지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돌아가는 길이 솜사탕처럼 가볍게 느껴지게 한다.


'



데이지 (신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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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블로그와 오마이뉴스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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