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가 데이지 Jul 11. 2024

우리는 죽어가고 있기에 이 순간을 살아간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만난 아담


유한한 시간은 우리에게 소중함을 알려준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고,

끝이 있기에 과정이 있으며,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속삭인다.


우리는 죽어가고 있기에 이 순간을 살아간다.

우리는 끝이 있기에 이 과정을 견뎌낸다.

우리는 네가 있기에 내 존재를 확신한다.


나무도 이 사실을 알기에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솟는 걸까.

말도 이 사실을 알기에 광야를 질주하며 굵은 허벅지를 드러내는 걸까.

별도 이 사실을 알기에 에너지를 뿜으며 운명을 다하는 초신성이 되는 걸까.


한정된 시간은 아쉬움을 남긴다.

아쉬움은, 

지금 이 순간을, 

내 앞의 이 인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게 하는 동력으로 가동된다.



순간의 인연이더라도,

다시 오지 않을 지금이란 걸 알기에 그 공기를 있는 힘껏 음미한다.



45개국 세계일주의 두 번째 국가, 대만.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 도착한 뒤, 피곤을 가득 담아 배낭을 푼다.

카우치서핑을 통해 대만 친구 아담과 연락이 닿는다.

이른 새벽부터 일본에 나선 뒤, 누적된 피로로 침대의 유혹에 넘어갈 듯하지만,

아담과의 만남은 짧고, 다시 오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기에 나의 피로는 용납되지 않은 채 지하철에 실린다.


우리는 타이베이 야시장을 함께 구경한다. 


아담과 나는 처음 만나자마자 이미 알고 있던 사이처럼 거리를 걷는다.

내게 첫 대만인인 아담을 향한 질문 꾸러미를 한 아름 들고 간다. 

강가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마을 골목골목을 주황빛의 가로등에 의지해 걷는다. 


같은 동아시아권 문화를 공유하기에 생각하는 방향과 살아온 방식이 낯설지 않다.

우리가 함께 앉아있는 강가는 한강과도 같고, 함께 둘러본 조그만 마을은 감천마을과도 같다.


우리가 나눈 세계는 온전히 다른 두 우주이며, 

우린 그 우주를 안주 삼아 밤이 늦도록 이야기 나눴다.


가로등이 도달하지 않은 강가는 어두워 도시의 빛에 반사된 물의 잔결만이 잔잔하게 보인다.

강가 가까이 불꽃놀이를 하는 누군가는 형편없이 터지는 불꽃에 자신의 추억을 만들어낸다.


어두운 형체만 보이는 아담의 모습에 귀를 기울인다.

아담은 직장을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마음이 끌리는 새로운 직장을 위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찍는 것이 취미인 그는 카메라도 새로 장만했다.

한국을 흡수해 온 세계를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한국을 이야기한다.

대만을 흡수해 온 세계를 궁금해하는 나를 위해 자신의 삶을 공유한다.


우리의 우주가 공유되는 처음이자 마지막 시간이기에 무거운 눈꺼풀을 있는 힘껏 들어 올린다.


새로운 장소에서의 익숙함, 익숙한 방식 속에서의 낯선 우주, 잔잔함 속에서의 요동.

그 속에서 아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내 삶의 이유는
계속해서 새로운 걸 경험하기 위해서야.
나는 앞으로도 모든 걸 탐험하고, 배우고 싶어. 



숙소에 도착하니 시계는 새벽 1시 30분을 가리킨다.

다시금 밀려오는 피로가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것인지,

오늘의 하루와 내일 펼쳐질 하루가 새콤해서인지, 

나는 달콤한 잠에 곧바로 빠져들었다.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the_daisy_path : 인스타그램

https://omn.kr/1p5kj : 오마이뉴스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블로그와 오마이뉴스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전 04화 널 사랑해야 남을 사랑하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