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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남을 위해서 죽으면 안 돼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만난 이제아

by 여행가 데이지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든 법이야.

한계에 도전하는 순간에서

내가 끝이라고 규정하면

그 순간이 한계가 되는 거야.



몸이 부서질 듯해도 목표한 곳이 있다면

가보는 거야.


제아 언니

대학생이 되어 들어간 산악부에서

제아언니는 내게 한계에도 도전하는 자세를 알려주곤 했다.


언니가 내게 보인 모습에서 종종 내 모습을 보곤 했다.


언니와 나는 한계를 규정하기 싫어하고,

언제나 성장하는 무언가를 쫓는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제아 언니의 강함에서

내 강함을 발견했고,

우리 둘이 강해서 좋았다.


우린 2년 동안 산을 함께 올랐고,

한계에 도전했다.



시간이 흘러 나는 1년간 세계 일주 길에 올랐고,

제아 언니는 트랑고 타워 파키스탄 원정에서 5,000m를 올랐다.

우린 한계를 규정하지 않고 도전을 해나갔다.



IMG_3960.JPG?type=w966 제아 언니와 함께 튀르키예를 여행하며

언니의 파키스탄 원정이 끝나고,

나의 여행이 170일 정도가 되었을 즈음


비행기로 12시간 떨어진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우린 서로의 후줄근한 모습을 보며 깊이 껴안는다.


11일간 함께 할 튀르키예 여행 앞에서

우린 서로 변해버린 모습과 똑같은 모습을 이야기함

반가움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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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배낭을 메고 튀르키예 여행을 시작한다.



#1. 안탈리아의 모든 바다를 가보자!



안탈리아를 강타한 더위에 지친 우리는

바다에 풍덩 빠진 순간을 열망한다.


항구 너머 보이는 바다에 금방이라도 빠지는 상상으로 더위에 도망친다.


모래마다, 자갈마다, 프라이빗 바다.

다양한 모습의 바다를 구경하며 이내 바다에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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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는 나랑 동갑인데 아르바이트로 가이드 일을 하고 있더라.

컴퓨터 공학 학사가 있지만,

파키스탄에서는 컴퓨터 분야로 돈이 안 되는 거야."


안탈리아 바다의 시원함을 느끼며

우린 서로가 보지 못한 순간을 함께 이야기 나눈다.

제아 언니는 파키스탄에 대해, 나는 지난 여행에 대해서 말이다.


우린 안탈리아 일대를 함께 여행했다.

"나도 히말라야에서 만난 가이드가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

한국은 컴퓨터 공학이 주목받는 직업인데,

국가 발전에 따라 돈이 되는 수단이 달라지고, 직업도 달라지는구나.

국가 경쟁력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시 느낀다."


"그러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소녀도 만났는데,

그는 그림을 직업으로 갖지 못하고 결혼하고 안방 여자로 삶을 살겠지."


"한국은 웹툰 작가 등 그림을 통해 직업을 갖고

재능을 뽐낼 수 있을 텐데,

나라 기반이 어떻게 발달하였는지도 정말 중요하구나."


국가로 인해 결정되는 운명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나는 언니에게 여행하며 느낀 무력감도 이야기한다.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속상하기도 하면서 씁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의 대화는 동시에 하나의 결과에 다다른다.



안탈리아 밤바다를 마무리하며


"결국,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해.

내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역할이지."



어느덧 바다에 들어선 밤은 바다를 껌껌하게 만든다.

한참을 누워 바다를 바라보다, 밤바다에 빠진다.


따뜻한 밤바다는

밤하늘의 구름은 조그만 구름이 몸일 떠 있다.

물속에 누워 부력을 침대 삼아 뭉게구름과 밤하늘을 바라본다.





#2. 올림포스 바다를 향해 히치하이킹을 하는 거야.



골목골목 사이로 고전적 풍채가 느껴진다.

더위로 가득한 공기에서 우린 움직인다.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히치하이크하던 순간,

설렘과 떨림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전문가처럼 언니에게 히치하이크를 알려준다.


"우리가 2명이니까, 남성이 3명 이상인 차는 타면 안 돼.

차와 운전자를 보고 위험하다고 느끼면 타면 안 돼.

결국은 느낌을 따라가는 거야.

내 느낌을 믿는 게 가장 중요해."



낯설고 위험한 상대에게 목숨을 바치는 무모한 짓이리며

혹자는 히치하이크가 어리석다고 말한다.

그런 어리석은 일을 하자고 말한 나에게 언니는 말한다.


"히치하이크 처음 해봐!

재밌겠다!"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사실이 웃기고 좋다.


튀르키예 도로 한가운데에서 히치하이크를 하는 모습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더위 속에서 호기롭게 치켜둔 엄지손가락은 어느덧 더위를 먹고 수그러든다.


"아무도 태워주지 않네.."


더위에 지쳐 괜히 투정 부리고 싶은 마음을 안고

뜨겁고, 지치는 시간의 연속에서

우리를 지나치는 차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아스팔트 위로

몇 차례 시도 끝에 올림포스에 간다는 중년의 튀르키예 차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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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올림포스


입구 너머 유적지를 따라 천천히 걸으니 올림포스 바다가 펼쳐진다.

올림포스 바다는 하얀색으로 지평선까지 펼쳐있다.


우유니 사막에 가지 않았지만,

사진 너머로 바라본 우유니 사막이 내 앞에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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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마주한 하늘도 하얀색 크레파스로 색칠된다.

온통 하얀 무언의 세상에 떨어진 기분이 든다.


꿈을 꾸는 듯한 이 느낌.

바다에 있는 다이빙을 한참 하다가 언니와 다시 자갈 위에 앉는다.

잘못된 다이빙으로 멍이 든 허벅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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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 바다에서



"확실히 낮은 곳에서 다이빙을 시도했는데,

낮은 곳이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더라.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거야.


다이빙 중간 높이로 올라가니 겁을 얼마나 먹었는지,

자세가 안 나와서 배로 다이빙을 한 거야.


확실히 '겁을 먹냐 안 먹냐'가 다이빙의 결과를 완전히 바꿔.


같은 것을 하더라도 겁을 먹으면 되레 더 못하는 거지.


나는 할 수 있다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해."



천천히 바닷가 길을 따라 걷는다.

하얀색이 펼치는 향연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제아 언니와 함께 와서 좋다.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는 순간은 추억을 두 배로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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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탈리아의 자갈바다에서



# 다시 돌아온 안탈리아에서



풀리지 않는 일이 연속으로 발생했다.

이집트에서 당한 사기 문제,

카파도키아에서 먹힌 카드 문제,

취소된 비행기 환급 문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존 문제에 새로운 문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계속해서 불어나는 문제 앞에서 조금씩 나도 지쳐갔다.


정해져 있지 않은 계획,

예측할 수 없는 모든 순간과

예상치 못하게 문제가 생기는 인연으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문제는 해결하려고 노력해도 계속 꼬이기만 했다.

그 사실에 억울하고 울컥함이 북받친다.



'보통 속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속상함이 자꾸 올라와.

꽈배기처럼 꼬인 문제가 자꾸 쌓이고 쌓여.

풀려는 나의 노력이 소용이 없는걸.

오히려 더 꼬임을 부추기는 느낌이야.


속상하고 울컥해.

그냥, 잘 안 풀리는 이 순간이 속상해.'



다행일까,

제아 언니와는 각자 하루를 보내기로 약속한 날이다.

언니에게 속상한 마음으로 문자를 보낸다.




"내가 지금 기분이 정말 안 좋고, 속상해.

그래서 우리가 오늘 같이 여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정말 다행이야."



카페에 앉아 머리채를 붙잡으며 문제를 처리하는데

언니가 카페로 찾아와 젤리를 건넨다.

조그만 젤리를 보자마자 눈물이 흐른다.



'괜히 언니에게 투정을 부린 걸까.'


문자를 괜히 보낸 건 아닐까 고민하던 나에게

언니는 젤리로 위로를 보낸 것이다.


지나가듯이 좋아한다고 말한 젤리를 기억한 제아 언니.

그 마음이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흐른다.


계속해서 어긋나는 계획,

낭비되는 시간,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제어 언니의 젤리는 내게 큰 위로가 된다.




IMG_5295.JPG?type=w966 제아 언니와 함께


예측 불가능한 순간에서 얻는 가르침이 있다.

그 가치를 알고 있지만,

언제나 예측불가능한 순간이 찾아오면

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만난다.

그런 나에게 젤리가 말한다.


"원래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계획대로 되지 않기에 우린 더 배울 수 있지."



저 멀리 해가 진다, 하늘은 빨갛게 변했다.





# 페티예에서 죽음을 이야기하며



IMG_6341.jpg?type=w966 튀르키예 페티예에서

노랑, 분홍, 하늘빛의 페티예 집이 색색들이 채색된다.

더운 날씨에 바다를 향해 곧바로 몸을 입수한다.


둥둥둥


물속에 떠 있으며 철썩이는 파도를 음미한다.

입수하고 나와 모래에 눕고, 다시 입수하기를 반복한다.


파라솔을 사지 않은 우리는

모래사장 위 표지판 그늘을 등지고 앉는다.

우린 죽음에 관해 이야기 나눈다.


"학창 시절,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가 자살했어."


처음 듣는 언니의 이야기에 화들짝 놀란다.


"이유를 몰랐고, 지금도 그 이유를 몰라.

갑작스레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눈물을 흘리는 내 모습을 보자마자 언니의 눈시울도 붉어진다.


"나는 그때 다짐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야겠다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이 살아야겠다고.

누군가가 죽으면 그 주위 사람들이 정말 많은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야겠다고 말이야."



"예진아, 너는 여행하면서 건강해야 해.

너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네가 건강해야 해."


자신의 아픈 부분을 공유해 주는 언니가 고맙다.

우리는 함께 울었고, 이후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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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노을이 아름답게 지고 있다.

튀르키예 아이들은 물장구를 치며 웃는다.

빨갛고 노랗게 바다를 그을리는 노을을 보며 아름다움에 젖는다.


"언니, 이 순간을 함께해 줘서 고마워."


튀르키예 아이들이 노을을 배경으로 물장구를 치며 하하 호호 웃는다.

안락하고, 편안함으로 가득한 순간을 함께 음미한다.

누워 하늘에 별이 보이는 순간까지 우린 파도 소리를 듣는다.





#(이스탄불) 한국 광화문인 튀르키예 탁심광장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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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탁심광장에서


우리는 탁심 광장 앉아 음료를 마시며 잠깐 이야기 나눈다..

언니는 말한다.


"인생은 불공평해.

어떤 국가에서 태어나는지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할 수 있는 게 달라지잖아."


나는 말한다.


"인생은 공평해.

물론 국가로 인해 많은 부분이 달라지는 의견에는 동의해.

그렇지만, 우리가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똑같이 주어지잖아.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있으니까."


이스탄불 바다 위에서 이동하며


언니는 파키스탄에서 느낀 점을 공유한다.


"그렇지. 파키스탄이라는 국가에서 태어나는 건 선택하지 못해도,

파키스탄에서 어떻게 살지, 어떤 마음으로 살지는 선택할 수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파키스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 보여.

한국은 지하철에 있으면 사람들이 다 죽은 거 같은데, 파키스탄은 그렇지 않잖아.

어디에서 살든 그곳에서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거야."


나는 언니가 보인 동의에 힘입어 말을 덧붙인다."


"우리가 맞이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우리가 결정하는 거야.

그 결정권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지잖아.

자신이 맞이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공평하게 우리가 선택할 수 있지.

그걸로 자신의 상황을 만족하고, 변화시키는 것은 우리 몫이지.


그렇기에 나는 인생은 공평하다고 생각해."



분주히 움직이는 인파를 뚫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언니는 이스탄불 여행을 마무리하며 말한다.


"이스탄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오늘 가장 많은 걸 했지만,

다른 날보다 기억에 남지는 않을 거 같아.


이전에 우리는 현지 친구를 만나고,

히치하이크를 하고,

노숙 비슷한 것도 하면서 여행을 했지만

이스탄불에서는 관광객들이 가는 관광지를 다녀서인가 봐"


"그게 여행과 관광의 차이지.

그리고,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야."






#. 이스탄불의 마지막날, 이렇게나 많은 비둘기는 처음 봐!




예측할 수 없던 튀르키예 여행의 끝이 보인다.

한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언니를 보며 울컥한다.


마음이란 방에 원래 가구가 없다면 아무렇지 않았을 텐데

방에 있던 가구가 사라지면 텅 빈 느낌을 받는다.


11일이라는 기간 동안

불안정하고 부족한 점 많은 내 옆을 지켜주고

위로가 되어준 제아 언니가

곧 없다는 사실은 괜히 코를 찡하게 한다.


혼자서 줄곧 여행을 잘해왔지만,

원래 있던 존재가 사라지는 빈자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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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 언니와 헤어지는 마지막 날



언니와 함께하는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날.

이스탄불 카디쿄이에서 마지막 점심을 위해 이동한다.




이스켄데르 케밥 식당에 앉아 튀르키예 마지막 만찬을 가진다.

"함께 여행하고 나면 그 사람과 여행 이전의 관계보다 더 가까워진 느낌이야.

다시 말해, 여행을 통해 내 사람을 찾게 되는 거야.

내게 소중한 존재가 생겼구나, 확신하는 그 순간.

여행은 그 순간을 만들어주지.

여행은 다른 의미로 또 참 좋은 거 같아. "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간다는 건,

그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누군가와 함께 추억을 쌓는다는 의미잖아.

그런 의미에서 이번 12일 동안 언니와 튀르키예 여행을 하면서

'이제아'라는 소중한 존재를 얻게 되어 기뻐."


한국에 돌아가 다시 만날 것을 알고 있지만,

튀르키예 케밥을 사이에 두고 하는 마지막 식사라는 사실은

우리의 속마음을 털어놓게 만든다.

언니는 눈시울을 붉힌다.



레스토랑 웨이터는 유쾌한 말투로 한국인 두 명에게 장난을 친다.

나이가 지긋하게 든 주름은 무엇보다 환한 웃음을 가진 웨이터를 빛나게 한다.

밥을 다 먹고 레스토랑을 나오며 말한다.


"나도 늙어서도 자신의 유쾌함과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이스탄불 공원에 앉아 지난 이야기를 나눈다.

언니와 보낸 순간을 떠올리며, 내가 알아온 '이제아'를 생각한다.



산악부 활동을 하며 강하게만 느껴진 주장 언니에게도

여행을 마치고 피곤함에 곤히 잠자는 모습이 있었고,


모두가 힘들어하는 순간에도 꿋꿋이 암벽을 오르는 주장 언니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소심함과 연약한 눈물을 갖고 있었다.


여행을 통해 언니가 가진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었고,

우린 여행 전과는 전혀 다른 관계가 되었다.

난 새로운 관계를 선물한 '여행'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니는 이제 다시 돌아가서 새로운 시작을 하겠구나.

이게 참, 여행의 매력인 거 같아.

과거에는 일상의 한 부분이었던 곳이 여행하고 난 뒤면 새로운 출발이 되잖아.

익숙한 곳을 낯설게 보게 만들고,

낯섦이라는 느낌을 통해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되니까.


하루하루가 변화하는 여행에서도 어느새 이 변화를 일상으로 느끼기도 해.

그런 일상을 나는 사랑하고 있어.

나는 이 순간이 참 좋아.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고, 짜증 나고 귀찮은 일들도 많은데,

그것마저도 나를 성장시키고 나아가게 하는 거 같아.

나는 또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


이 성장을 사랑해.

이 여행을 사랑하고,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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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헤어지기 전 길거리 도넛과 옥수수를 사서 공원에 앉아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는 언니는

파키스탄 K2 산맥을 담은 엽서를 내게 건넨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K2의 위상이

드러난 응원의 부적이 언니답게 느껴진다.


그런 언니가 좋다.


감사인사를 전하며

제아 언니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내 삶의 이유는 항상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야.
힘든 일이 있어도 언제나 항상 극복할 수 있고,
항상 새롭게 시작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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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간의 여행 동안

제어 언니는 내게 많은 가치를 알려주었다.


무거운 배낭으로 40여 분을 함께 걸었고,

OOkm 거리를 무모하게 히치하이크를 시도했으며,

행복의 눈물로 범벅 한 패러글라이딩했으며,


처음 본 남자들 집에서 함께 잠을 자고,

싸구려 빵과 치즈, 햄, 요구르트로 때운 저녁을 함께 나누었다.

꼬인 문제들 앞에서 머리 아파하는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풀리지 않는 어려움 앞에서 괴로워하는 내 옆을 지켜주었다.

언니가 가진 강함이 좋았고,

언니가 가진 부드러움이 좋았다.

찌는 듯한 더위에서 히치하이크를 강행하는 나에게

언니는 투정 한 번 부리지 않았고,

우유부단하게 선택하지 못하는 순간에서도

언제나 나를 믿어주었다.

피곤하고 더위를 먹은 순간에서도

묵묵히 함께해 주었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출발 준비를 마친다.

부릉부릉 시동이 올라간 버스 앞에서 우린 진한 포옹을 나눈다.

언니는 무엇보다도 세게 나를 껴안으며 말한다.


"내년에 한국에서 보자."









데이지 (신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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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오마이뉴스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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