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만난 마틴
자신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아픔을 예술로 승화한 반 고흐.
새로운 삶을 꿈꾸며 그린 꽃,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린 농부,
본인의 고통을 나타내 그린 자화상.
붓질을 통해 깊은 감정을 표현한다.
평범한 사람을 그리려는 그의 작품이 끌린다.
자신의 아픔을 예술로 나타낸 그의 그림이 좋다.
우리는 자연의 풍요와 웅장함을 그려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환호가 필요하다
별은 단순하게 나를 꿈꾸게 만든다
-빈센트 반 고흐
삶으로부터 타격받은 이들에게서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빈센트.
그가 펼친 보편적 아름다움은 내 마음에게 말한다.
'평범한 삶도 가치 있다.'
그의 작품을 보며 평범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반 고흐 미술관을 관람한 뒤
호스트 마틴과 만나 미술관 옆 잔디밭에 눕는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만났던 우리는 그간 못 나눈 이야기를 한다.
"와! 그동안 어떻게 지낸 거야?"
오랜만에 만난 사실에 잔뜩 신이 난 채로
그에게 유럽 여행을 들려준다.
마틴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한다.
오늘도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퇴근을 한 듯
잘 차려입은 흰색의 와이셔츠와 바지가 보인다.
원래는 바텐더로 일했던 그는
주변의 제안으로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다.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잘 맞아 그 길로 선생님을 쭉 해왔다.
어른 대상 비즈니스를 가르친 적이 있던 순간도 언급한다.
"사실 버스기사 꿈을 꾸기도 했어.
관광버스 기사로 투어를 다니는 거야.
나는 8시간 도로에서 일하며 함께 휴가 여행을 가는 거지.
낭만적이지 않아?"
"나도 늙어서 버스기사가 되고 싶었는데!"
뜬금없는 버스기사 이야기에 그는 헛웃음을 보이며 미소 짓는다.
마흔 살의 네덜란드인 중년과 스물한 살의 한국인 청년은
암스테르담을 내리쬐는 햇살을 맞으며 서로의 우주를 공유한다.
그는 6개월간 홀로 오토바이 여행으로 해외 곳곳을 다니기도 하고
바텐더로, 비즈니스맨으로, 비즈니스 강사로, 화가로 일하며
삶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다.
"마틴, 인생에서 그렇게 많은 경험을 했는데,
너는 정말 겸손한 거 같아."
"너는 더 엄청난 일을 했는걸.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나에게 대단하다고 말해준 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우린 암스테르담 거리를 걸으며
지난 경험에 대해, 남아있는 열정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지금까지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일부는 다양한 경험에 지루해져 삶에 싫증을 느끼는 이들도 있더라.
그렇지만, 삶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너는
마흔 살이 되어서도 여전히 열정을 갖고 있는 게 좋다."
"지금 내 시기는 에너지가 조금 낮아지는 시기야.
그렇지만, 누가 알겠어?
2년 뒤에 다시 에너지가 타오를지도."
호기심으로 남자와 성관계도 맺어 본 그는
세상이 괴팍하다고 말하는 것을 비롯해
삶 속 다양한 경험을 해온다.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가치를 공유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암스테르담 거리의 분위기를 흠뻑 들이마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매우 게을러.
사자와 같지.
사자는 사냥을 해야 하잖아.
사냥을 끝내고 나면, 그들은 그냥 자거나 휴식을 취해.
이후에 다시 사냥하고, 다시 휴식을 하지."
운하가 흐르는 암스테르담 거리는 물가에 비친 건물마저도 한 편의 그림 같다.
잔잔한 물결은 암스테르담의 낭만을 더한다.
"인간들은 경제에 의해 움직이지.
물론 경제적으로 열심히 일하겠지.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해. 마치 사자 같아."
다리 곳곳에 놓인 꽃과 건물 창틀에 걸린 꽃은 거리의 행복을 돋보이게 한다.
꽃을 들고 지나가는 행인을 바라보며 괜히 콧노래를 부른다.
마틴은 6개월간 오토바이 여행을 마친 뒤
일상으로 돌아와서의 경험을 공유한다.
"데이지,
지금 너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잖아.
완전히 자유이지.
네가 하는 여행을 통해 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거야.
한국으로 돌아가면, 일부 많은 것들이 지겨워지겠지.
네가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똑같은 말들을 다시 계속 듣게 될 거야.
네가 관심 없어하는 말들 말이야.
내가 네덜란드에 돌아왔을 때에도 그런 말들에 완전히 지겨워졌었어.
내가 6개월간 오토바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서 나는
돌아가게 됐을 때 감옥 안에 있는 느낌을 받았어.
사회가 만들어 놓은, 미디어, 주위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들이 있잖아."
"너는 내일이면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겠지.
매일이 색다른 경험을 해오고 있을 거잖아.
네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지금 네가 경험하는 걸 똑같이 경험할 거라고 기대하지 마.
너 주위 사람들은 네가 무엇을 해왔는지 본 적도 없고, 궁금해하지도 않을 거야."
거리를 걷고 난 뒤,
하이네켄 박물관 투어를 마치니 펍으로 이어진다.
펍 바닥은 술에 취한 이들이 흘린 맥주로 끈적거린다.
호탕하게 이야기하는 맥주 꾼들로
펍은 시끌시끌 활기찬 소음이 가득하다.
자유롭고 쾌활한 분위기를 타고
흐르는 비트에 맞춰 맥주잔을 부딪힌다.
"넌 정말 겸손해.
네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른다고.
네가 해내온 것을 봐.
21살이 이렇게 큰 배낭을 메고 전 세계를 다니고 있잖아.
지구에서 90퍼센트의 사람들은 일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삶을 사는데 말이지.
그들은 너와 전혀 다른 사고관을 갖고 있어.
네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게 되면,
미디어가 말하는 사회 속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 테지.
내가 6개월 오토바이 여행을 마친 뒤,
미디어가 말하는 사회 속으로 들어갔을 때, 생각했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거야.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자고 말이야."
"너만의 정직한 방법으로 맞이할 경험을 받아들여.
너는 어리고, 긍정적이니 더 잘하겠지만."
박물관 투어를 마친 뒤, 마틴은 말한다.
"데이지, 천국을 느끼는 법이 뭔지 알아?"
"뭔데?"
"담배를 쭉 피고 나서 맥주를 바로 마시는 거야"
천국에 가겠다는 그를 따라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는 자리를 잡은 뒤 입을 연다.
"데이지,
너처럼 젊다면,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어야 하지.
긍정적으로 보는 걸 좋아하더라도, 때로 어두운 면도 봐야 해.
검정 면이 있다면 흰 면도 있고, 흰 면이 있다면, 검정 면도 있잖아."
"동의해.
그래서 '완벽한 사람은 없다'라는 말도 있잖아.
우린 단지, 완벽해지려고 노력할 뿐이야."
"그래, 흐르는 물과 같지.
물은 흐르고 흘러 주위를 돌기도 하고, 이리저리 움직이지.
그들은 결코 완벽한 굳은 모양이 있지 않잖아."
마틴이 내뿜는 담배 연기는 소리 없는 속삭임처럼
암스테르담 강을 향해 날아간다.
이내 맥주 한입을 들이키며 그는 자신만의 천국으로 빠진다.
마틴은 흐르는 물처럼 안정되고 편안하듯이 담배를 피운다.
연기는 부드러이 공중에 흐른다.
담배 끝 희미한 연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는 말한다.
신이시여!(Jesus!)
내일 내 삶이 끝나도 나는 괜찮아.
죽고 싶지는 않지만, 삶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지 않거든.
그래도 이유를 찾자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 살아.
말인즉슨, 경험하기 위해서 사는 거지."
그를 따라 맥주를 한입 들이마시고
담배를 빨아들인다.
"컥컥.."
순간적으로 기침을 하는 나에게
마틴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네가 이런 순간을 기다렸지.(웃음)"
데이지 (신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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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