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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탄자니아 킬리만자로에서 만난 브리즈

by 여행가 데이지

탄자니아에 도착해 킬리만자로에 오르기 위해 투어사를 찾는다.

킬리만자로의 체계가 비효율적이란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그저 등반객 한 명을 위해

가이드, 요리사, 포터 5명이 동원되는 게 말이 되나?'


더군다나 포터들은 팁으로만 먹고산다는 소식은

나를 더욱 부담스럽게 한다.

나는 고민 끝에 여행사 사장에게 말한다.


"나는 팁으로 많은 돈을 줄 수 없어.

나는 좋은 음식을 안 먹어도 좋으니

무게를 줄인 뒤에 포터 한 명을 줄일 수 없을까?"


여행사 사장은 내게 말한다.


"데이지- 오프라 블럼

포터에게 팁을 안 줘도 괜찮아 -

너는 조심히 산행에 다녀오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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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히말라야를 올랐을 때


네팔 히말라야를 오를 때는

'다 함께 오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포터, 가이드 상관없이 우린 모두 친구가 되어

춤을 추고, 노래도 부르며 '함께' 히말라야를 올랐다.



그러나, 킬리만자로에서 '함께'는 없다.

오로지 등산객과 등산객을 보조하는 인물로 나뉜다.


등산객에게는 호화로운 식사가 주어지며

포터와 요리사는 등산객의 호화로운 식사를 위해

무거운 짐을 옮기고, 요리를 한다.



여행객을 위해서는 계란과 각종 야채가 있는 밥이 마련되지만,

그들에게는 옥수숫가루를 불린 죽, 우가 리만 주어진다.



'우린 함께 산을 오르는 동지가 아니야?'


나는 산을 함께 오르는 동료가 필요한 거지

내 짐을 들어주는 노예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는 과도한 보디가드들이다.



"노 프라블럼~

너는 이후에 만족했다면,

네가 능력이 되는 만큼만 팁을 주면 되는 거야."


그의 강력한 설득에

결국 3명의 포터, 1명의 요리사, 1명의 가이드와 함께 킬리만자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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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등반을 마친 뒤,

가이드 존에게 부탁해

포터와 가이드가 모여있는 부엌에 찾아갔다.


"존, 나도 너희랑 같이 먹을래"


여행객이 포터, 가이드가 모여있는 곳에 오니

포터는 나를 이상하게 여긴다.


"데이지, 식당으로 돌아가"


"오늘 너희랑 같이 먹고 싶어!"


친구들은 막무가내인 나를 낯설어하면서도

조금씩 반긴다.



"어떻게 포터 일을 시작하게 됐어?"

"탄자니아에서 뭐가 좋아?"


요리를 하거나 옆에서 쉬는 포터에게 붙어

이것저것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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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브리즈는 주황 패딩을 입었다.


"데이지, 산장에서 쉬어야지."


요리를 도우려는 나에게 요리사 브리즈는 말한다.

그는 요리 중에 조리도구에 화상을 입는다.


"괜찮아?"


걱정하는 나에게 그는 아무렇지 않게 요리를 다시 시작한다.

그런 그가 걱정되면서도 무거운 마음을 느낀다.


작게 화상을 입은 거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내게는 그 모습이 고통받는 게 익숙해 보인다.


역사적으로 받아온 차별이 있어서일까,

혹은 지금 자신이 가난하기 때문일까,

그들은 손님을 왕으로 응대하고,

완전히 자신을 굽힌다.


나는 그 느낌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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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먹자


"데이지, 너는 우길리가 아니라,

과일과 고기를 먹어야지."


"왜?"


"그야 너는 킬리만자로를 올라야 하잖아."


"너희도 오르는 거 아니야?

나도 너희가 먹는 거 먹을래!"



거대하게 불린 우길 리에 관심을 보이며

내가 먹을 닭고기를 포터 그릇에 올리니

그들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면서도

남몰래 웃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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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킬리만자로를 오르며


브리즈는 산행 내내 나의 상태를 살핀다.


"오늘은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

"지금 따뜻한 물 마실래?"


요리사의 의무를 다하며

언제나 안부를 묻고, 음식을 챙긴다.

나는 브리즈에게 말한다.


"다 함께 부엌에서 먹고 싶어."


그는 손사래 치며 거부하지만,

나는 부엌에 찾아가 손으로 후 갈 리를 퍼먹는다.

그는 내 행동에 당황해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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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둘째 날부터 배가 뒤틀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가늠할 수없이 커지는 복통에 눈물이 사정없이 흐른다.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은 내 생각을 잠식한다.

고통에 속에서 강인하게 나를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투쟁의 과정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표현하지 않고 꿋꿋하게 한 발자국씩 딛는다.

스스로와의 투쟁을 계속된 순간이었다.

브리즈는 그 과정을 뒤에서 지켜본다.


하루는 아침에 눈물을 쏟아낸 나에게 그는 말한다.



"데이지,

네가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해야지 우리가 그걸 알 수 있어.

우린 너를 위해서 지금 이곳에 있는 거야.

너를 위해 존재한다고.


네가 우리를 믿고 괴로운 걸 말해주면 우린 정말 기쁠 거야.

그리고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우리가 할 수 있는 내에서 너를 도와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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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에서


브리즈는 힘겹게 산행을 마친 나에게 말한다.


"데이지,

지금 배가 꽉 차고 아무것도 안 들어간다고 해도,

먹어야 해.

억지로라도 먹어.

먹어야지 힘을 내서 올라가는 거야."


"뭘 먹어도 배가 소화해 내지 못해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는걸."


장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은

생각 그 이상으로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은 식욕저하를 처음 느끼며

고통에 눈물만 나온다.



"데이지, 너를 이해해.

그렇지만, 그럼에도 너는 먹어야 해.

억지로라도 먹어야 해."



브리즈는 그런 나를 걱정해 주고

끝까지 나를 위해 따뜻한 음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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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무사히 킬리만자로 등정을 했다!


등반 마지막 날,

그가 타준 따뜻한 차를 마신 뒤 무사히 등반에 성공한다.

걱정 섞인 브리즈의 목소리는 기쁨으로 가득 찬다.


"브리즈!

너의 음식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어!"


그는 뿌듯함으로 축하해 준다.

한껏 가벼워진 마음으로 하산하며 그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내 삶의 이유는 모두가 행복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야.

미래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도 돕고,
능력이 된다면, 다른 이들의 꿈이 실현되도록 도와주고 싶어.

훗날 나만의 사업을 열어서
사람들이 직업을 얻도록 도와주고 싶어.
물론 가족들에게도 직업을 줘서
행복하도록 도와주고도 싶어.



나는 막무가내로 브리즈의 작업 공간인 부엌에 침범하고,

복통으로 인해 브리즈의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했지만,

브리즈는 언제나 나의 음식을 챙기며 걱정해 주었다.


브리즈는 지나가듯 말하더라도

내게 힘이 되고 용기가 되어주는 말을 건넨다.


그의 마음은 오래도록 내 배를 따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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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와 함께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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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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