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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족과 만나며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에서 만난 마사이족

by 여행가 데이지



케냐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에서 사파리 투어를 한 뒤,

나는 마사이 마라 마을에 방문한다.



케냐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에서 사파리 투어를 한 뒤,

나는 마사이 마라 마을에 방문한다.


IMG_7091.jpg?type=w773 마사이족 사람들과 함께



붉은 천의 '킨바'를 입은 마사이족은

입구에서 관광객을 기다린다.


마사이족 마을 입장료 10달러를 건네니

마치 자판기에 버튼을 누르듯,

그들은 '우! 우!'거리며 의식을 시작한다.


갑작스레 시작한 의식에 당황해하면서도

독특한 그들의 몸짓과 소리가 신기해 웃음이 터진다.


IMG_7873.jpg?type=w773 우! 우!



그들은 '전사'로의 성인식을 마친 뒤,

신체 능력과 강인함을 증명하기 위해 점프를 한다.

점프는 그들의 힘과 능력을 상징하며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기도 한다.


그들은 관광객에게 전통을 보여주고자 힘껏 뛰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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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직접 피우며 생활하는 마사이족


흥미롭게 의식을 지켜본 뒤,

마사이족 가정집 안을 방문한다.

소 배변으로 만들어진 집은

침실과 부엌으로 간소하게 이루어있다.


창문 하나에 들어오는 빛에 의지한 채,

그들은 직접 불을 때며 식사를 해결한다.


현대사회 문물에 길들여진 나는

그들이 여전히 고수하는 전통방식이 마냥 놀랍기만 하다.



SE-90679ed0-8e36-4ce6-9986-b9ef4f576dd5.png?type=w773 마사이족인 엠포이와 엘레



나에게 집을 소개해 준 마사이족은 엠포이와 엘레.

엠포이는 마사이족의 삶이 어떤지 설명한다.


"마사이 가족은 제약 없이 부인을 가질 수 있어.

나의 아버지도 6명의 아내가 있지. "


연령 계층에 구분되는 사회구조에서

남성은 '전사'로 가정을 이끈다.

여성은 양육과 가사를 담당한다.


부자일수록 더 많은 부인을 가질 수 있지만,

엠포이는 부인 한 명과 살아가는데 만족한다.


그는 제대로 서 있기에도 좁은 공간에서

아내, 자식과 함께 6명 가족들이 살아간다.


'이런 삶을 살아가는 건 어떤 삶일까?'

'이들은 꿈과 삶의 이유가 뭘까?'


집을 구경하며 증폭된 호기심으로

갑작스레 그들에게 꿈이 뭐냐고 질문한다.



"꿈?"



나는 재차 고개를 끄덕인다.



"만약 네가 학교에 간다면,

너는 의사나 선생님을 꿈꾸겠지.

그렇지만 우리에게서 꿈을 묻는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소를 가축 하는 거지.


계속해서 마사이 문화를 배우고, 보존하는 게

우리의 꿈이야."



전통적 삶을 고수하며 살아가면서도

전통적 삶을 관광객에게 팔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엠포이와 엘레의 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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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포이 집에서


그들의 대답을 시작으로 나는 질문을 이어간다.

소똥으로 만든 집 안에서,

마사이족과 한국인의 담론쟁이 펼쳐진다.



"너희에게 살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뭐야?"


"정직, 자유, 존중이지. (Honesty, Freedom, and Respect)


자유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 하게 해 주잖아.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가치이니까.

우리는 또한 정직해야지.

마을 대표를 뽑을 때, 정직하게 살아왔다면 선출될 확률이 높잖아.

이것은 다른 이들에 대한 존중과도 연결되어 있지."



"너희는 언제 행복해?"



"우리가 다 함께 소를 키울 때 가장 행복함을 느끼지.

우리가 마을에서 돌아올 때,

숙녀분들이 우리를 반길 때 말이야"


엘레도 답한다.


"언제나 행복하지"


"언제나? 그럼 언제 슬퍼?"



"슬픈 건 딱히 좋지 않은 거 같아.

물론 우린 때로 슬플 때도 있고,

무언가 기분이 상하기도 하겠지.


그렇지만 우린 우리의 마음을 행복하게 바꿀 수 있잖아.

언제나 화를 내지 마.

언제나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하지 마."



"(웃음) 그럴게.

너희에게 행복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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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족이 관광객 대상으로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


"행복은 화나는 감정을 갖지 않는 거지.

좋은 느낌을 받는 거야.

너를 화나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거지.

때로 네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도

우리는 언제나 행복하려고 노력해."



엠포이의 대답을 끝으로 엘레도 말한다.



"나에게서도 행복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걸 보는 거야.

함께 살아가는 거지."



나는 그들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동시에 우리 사이에 발생해 온 지난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전혀 다른 삶의 양식으로 살아온 엠포이, 엘레와 나.


엠포이, 엘레는 마사이족의 천을 두르고 있고,

나는 바지와 웃옷을 입고 있다.


엠포이, 엘레는 양과 염소를 가축을 돌보며 하루를 시작하지만,

나는 휴대폰 연락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엠포이, 엘레는 장작에 불을 피우며 음식을 조리하지만,

나는 버튼을 누르며 음식을 조리한다.


엠포이, 엘레는 성인이 되며 점프 실력으로 본인을 증명했고,

나는 성인이 되며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우린 전혀 다른 삶의 양식을 채택했지만,

삶이라는 가치 앞에서 다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정직한 삶,

자유로운 삶,

서로를 존중하는 삶.



어떠한 삶의 양식도 부정할 수 없는

공통의 가치 앞에서 나는 깨닫는다.


어떤 삶의 형태를 가지던지,

함께하는 가치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관광 시간이 끝남을 알리면서

나는 떠나기 전, 마사이족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내 삶의 이유는
우리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야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을 유지하는 거지.
우리가 삶을 충족하는 방식이야.

물론 시간이 지나가면서 문화란 바뀌고
우리도 바뀔 수 있겠지.
그렇지만, 나는 마사이족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살아갈 거야.




그들은 이어 말한다.


"삶은 중요해.

사람들이 나중에는 더 자본에 노출되거나

변화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우린 우리 문화를 보존하고 싶어.

우리가 좋아하는 삶을 사는 거야."



그들은 감사 인사를 전하는 나에게

조언을 덧붙인다.



"어느 누구도 너를 대신할 수 없어.

너는 다른 이들에게 정직해야 해.

만약 네가 매우 정직하다면,

나중에 다 너에게 돌아갈 거야."



현대 문물이 만든 양식에 노출되더라도,

위 세대 문화를 보존해 오는 방식이 익숙하더라도,

마사이족의 답변은 내게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린 모두 인간이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인간,

세대와 세대를 잇는 인간,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인간,


그들은 보여준다.

우린 불완전한 우리의 모습 속에서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이유를.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tellmeyourdaisy : 인스타그램

https://www.youtube.com/@daisyshin:유튜브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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