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사파리에서 만난 잭슨
케냐의 아침.
창가 너머로 케냐가 밝아온다.
껌껌한 하늘 위로 여명이 조금씩 틀어오는데
여명이 밝자마자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가 들린다
경적소리에 맞춰 사람들은 부산스레 움직인다.
"좋은 아침!"
신문지로 창문을 막아둔 차량,
길거리 위를 굴러다니는 쓰레기.
나이로비 빈민촌의 풍경 뒤로
케냐 사람들은 밝은 목소리로 인사한다.
밝고 친화적인 케냐 사람들
조금씩 떠오르는 일출임에도
태양은 강렬하게 피부에 와닿는다.
케냐 사람들에게 밝게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동물을 어디선가 보긴 했으나,
고등학교 여행 지리 과목을 배우며
빅 5의 존재를 처음 배웠다.
교과서 너머 빅 5의 사진을 보면서
초원에 심드렁하게 앉아
지그시 빅 5를 바라보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고등학교 시절의 상상은 이내 현실로 돌아온다.
'내가 지금 마사이족 목걸이를 차고 사파리를 보러 간다니!'
차 안을 울려 퍼지는 케냐 로컬 노래가 참 좋다.
흥겨운 케냐 노래를 들으며 생각한다.
'나는 사파리의 자연을 생생히 눈으로 담을 준비가 되어있어.'
계속 이동하다 졸리면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본다.
담백하고도 야생의 맛이 느껴지는
창밖 풍경의 색채가 참 좋다.
한참을 달렸을까,
마사이 마을 근처에 도착해
마을 사람들 삶의 모습을 구경하고
멍 때리며 숙소에 도착한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
숙소 근처에 온 마사이 마라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었다.
다큐멘터리에서만 봤던 마사이 마라 사람들은
마치 연예인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사파리에 갑니다!"
가이드 잭슨의 부름에 차에 오른다.
엉덩이가 귀여운 얼룩말,
우아하고 고고한 가젤,
버펄로와 코끼리까지 눈에 담는다.
"코끼리 수컷은 자신 생식기를 코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여,
암컷과 수컷을 구분하는 방법은 가슴의 유무야.
저 코끼리는 가슴이 있지? 그럼 암컷이라는 소리야."
가이드 잭슨 설명과 함께
푸르른 초원을 뛰어다니는 동물을 바라본다.
"우와! 저기 봐!!!!"
풀 속에 숨어있는 동물을
예의주시하며 찾아내고,
함께 있는 동료들에게 알린다.
누군가 발견한 소리가 들리면
일체 해당 방향을 바라보며 다 함께 환호한다.
"우와!! 하이에나야!"
"헐! 저기 사자가 있어!"
영화 라이언킹에 나오는 동물을 모조리 찾겠다는 듯
우린 모두 풀밭을 뚫릴 정도로 바라본다.
문득 사파리 다큐멘터리의 문구가 떠오른다.
"야생의 길은 도태와 생존 사이, 그 치열한 투쟁의 길이기도 하다"
먹이사슬 아래에서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쫓는 포식자와
포식자에게 쫓기는 포식자.
생과 사가 걸린 투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침을 삼키는 찰나조차 긴장감을 만든다.
서로가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속에서
태어난 생명은 새로운 자연을 만들고
생명이 퍼뜨린 유전자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간다.
사파리는 여행사를 통해 연결되기에
어떤 여행사로 연결되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나는 한국인 커뮤니티로 연결된 여행사로 구매했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을 했다.
나의 구매가격을 들은 관광객은
본인 여행사에 항의를 했고,
사파리 가이드 잭슨과 논쟁이 생긴다.
해당 여행사는 관광객에게 꾀를 부려
추가 비용으로 청구한 사실이 드러나다.
관광객은 잭슨에게 항의했고,
논쟁은 조금씩 불거졌다.
잭슨은 이런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는 듯
신경이 나있는 관광객에게 능숙하게 상황을 설명한 뒤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잭슨은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을 운전하고
매섭게 동물을 잡아내는 데 특출 났다.
그러나, 그가 관광객을 존중하는 모습은
그가 단순히 사파리 가이드가 아니라,
한 명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는 이내 단호히 말한다.
"너희가 불만을 갖고 있다는 걸 알지만,
나는 내 할 일을 다했어.
오늘 사파리는 이렇게 마쳐도 될까?"
장내는 숙연해졌다.
그렇게 국립공원을 빠져나오던 중,
표범이 발견됐다는 신호를 받는다.
잭슨이 이내 급히 운전대를 돌린다.
마지막까지 동물 한 마리를 더 보여주기 위해
신호를 받은 곳으로 돌아간다.
끝까지 우리를 위해 힘써준 그에게 감사를 느낀다.
사파리를 나오며 다시 나이로비로 돌아가는 순간,
잭슨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살아.
그들과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게 좋거든.
그리고,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지
그는 사파리에서 능숙하게 운전했다.
그는 초록으로 가득한 풀숲에 숨겨진 동물을 날렵하게 발견했다.
그는 본인의 잘못을 깔끔히 인정했다.
그는 잘못에 대한 사과를 정중히 하고 상대방을 존중했다.
나는 그가 보인 서비스를 충분히 존중했고,
사파리 투어를 안전하게 끝내준 그에게 감사하다.
데이지 (신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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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