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우유니에서 만난 제니퍼와 니콜라스
하늘과 닿을 듯한 수평선.
하얗게 펼쳐진 광활한 대지.
책 너머로 본 우유니 소금 사막은
어린 시절의 내 가슴을 쿵쾅거리게 했다
우유니 사막으로 가는 버스 안,
소녀의 어린 꿈을 펼치기 바로 직전,
나는 나의 꿈이자 지난 여행의 모든 것이었던 추억을 잃었다.
숨을 쉬고 있다는 이 사실 자체가 괴로웠다.
미치도록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가만히 있으면 고통과 우울의 심연으로 빠지기만 했다.
무언가를 할 힘도 없으며 무언 갈하고 싶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뭐라고 하지 않으면 고통이라는 불구덩이에 있는 것 같았다.
눈을 떠도 괴롭고, 눈을 감아도 괴로웠다.
눈물을 흘려도 슬프고, 눈물을 참아도 슬펐다.
황량함과 비참함의 소용돌이에서 괴로워할 뿐이었다.
이 상태로 우유니 사막을 볼 자신이 없었다.
여행 중단을 고려했다.
스테라와의 이야기 다시 읽기 ▶ 세계일주 중 죽을뻔한 순간
스텔라는 깔라마에 머무는 내내 나를 위로해 주었다.
나는 그의 포옹 안에서 며칠간 눈물을 흘렸다.
그의 따뜻한 위로를 받은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다시 우유니 사막에 가기로 다짐했다.
내 오랜 꿈이자,
나의 희망이었던 우유니 사막.
우유니 사막에 도착해 사정없이 울었다.
끝없이 펼쳐진 대지 위에
사막을 덮은 얕은 물은 하늘을 반사시킨다.
광활한 대지 위에서
거대한 거울은 사막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고요하게 떠오르는 태양.
태양에 반사된 소금사막 물가는
파랗게 펼쳐진 우유니 사막을 덮었다.
조금씩 떠오르는 태양은
이내 소금사막을 녹일 듯 이글거렸다.
태양빛이 그대로 반사되며
마치 하늘을 걷는 듯하다.
푸르르지 못해 하얀 소금 평지는
햇빛 아래에서 찬란하게 빛난다.
밤의 별빛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칠레를 스텔라는 떠나기 전,
우유니 마을에 지내는 본인 어머니와
방학을 맞아 할머니 집으로 놀러 간 자식을 소개했다.
나는 아름다운 우유니 사막을 오가며 스텔라 가족 집에서 머무른다.
"안녕하세요!"
수줍지만 신난 채로 인사하는 스텔라 아이들.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바쁘다.
"저는 두 마리의 친구가 있어요."
아들 니콜라스는 본인의 조그만 세계를 공유하고,
딸 제니퍼는 미소로 질문하며 나의 세계에 인사한다.
귀여운 아이들과 우유니 마을 곳곳을 함께 다니며
우린 서로의 우주를 나눈다.
"저와 제 동생의 성이 달라요.
남동생은 (Nicolas Ronaldo Balderrama Huanca)이지만,
저는 (Jennyfer Elena Huance Huance)에요."
"그렇네! 이유가 있어?"
"생물학적 아빠는 저를 딸로 인정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제 남동생은 아들로 인정받았어요.
그렇지만 이후 저희와의 관계를 단절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아빠가 없어요!"
상처로 남을 수 있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아이들.
그들이 아픔을 가리는 그들의 순수함 앞에서
아이들을 꼭 껴안고 싶다.
칠레 깔라마에 머물며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
스텔라가 나를 꼭 껴안아주었듯이
나는 아이들을 꼭 껴안는다.
하루는 우유니 기차 무덤으로 향한다.
버려진 기차들의 공동묘지인 이곳은
녹이 들고 낡아빠진 증기기관차가 잠잔다.
황량한 기차 무덤은
고적한 사막과 함께 분위기를 더한다.
"저는 한국이 정말 좋아요.
한국 사람들은 참 아름다운 거 같아요."
K-pop에 관심 있는 제니퍼는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한국 문화 소비에 사용한다.
"한국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어요.
장학금을 통해 무료 왕복을 제공을 이용하는 거예요"
니콜라스는 말한다.
"저는 제 친구들이 좋아요. 동물을 좋아해 수의사가 되고 싶어요."
기차 무덤에서 돌아와
다 함께 우유니 시내를 걷는다.
시내에 있는 공원에서
어린아이처럼 뛰어놀기도,
아이들이 가작 좋아한다는 식당에서
배가 터지도록 먹기도,
카니발 마무리가 한창인 거리를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짧은 스페인어로 대화는 제약적이지만,
우린 미소라는 공용 언어로 이야기한다.
시내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따뜻한 마음을 오가다 보니
찬란하고 소중했던 우유니의 마지막 밤이 찾아온다.
"데이지, 다음에 우리가 또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한국에 꼭 공부하러 와야 해."
이별을 아쉬워하는 제니퍼에게 말한다.
"제니퍼, 너는 정말 똑똑한 아이야.
너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기회를 이용해야 해.
네가 가진 것에 불평하지 않고
네가 가질 것에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 해."
제니퍼는 고개를 끄덕인다.
니콜라스는 길었던 하루에 피곤에 휩싸인 채로
굿나이트 인사를 전한다.
그들과 마지막 포옹을 나눈 뒤,
우유니에서의 시간에 대해 감사하며
그들에게 삶의 이유는 묻는다.
저는 제 친구들을 위해 수의사가 될 거예요
-니콜라 삶의이유
저는 기회를 잡아서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제니퍼 삶의이유
마지막으로 어머님도 답한다.
신의 부름에 응하기 위해서지
우유니 마을에 머물면서 우유니 사막에 세 번 갔다.
그토록 원하던 우유니 사막을 마주한 첫 번째 순간은
처절하게도 비참했다.
나는 지난 모든 여행을 다 잃어버린 상황에서
하얗게 펼쳐진 우유니 사막 앞에서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우유니 사막을 마주한 두 번째 순간은
죽고 싶을 정도로 비참했다.
우유니 사막을 찾은 다른 이들과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즐긴 사막은 감정을 부정한 시간이었다.
전혀 보듬어지지 않은 상처를 무시한 채
하하 호호 웃는 척으로 사막을 즐기는 척했다.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한 척을 하다 보니
이런 식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나는 지금 뭘 하는 거지.
내가 지금 행복한 척하려고 이곳에 온 걸까.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마을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우유니 사막을 보러 갔다.
어떤 감정을 느껴도 아무렇지 않은 경지에 이른 채,
우유니 사막과 작별 인사를 하러 갔다.
우유니 사막을 마주한 세 번째 순간은
눈물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찬란했다.
하늘이 반사된 땅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물었다.
숭고한 우유니 사막 앞에서
대자연이 주는 압도감을 느끼면서
지난 모든 상처가 씻겨 내려가는 걸 느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제니퍼 가족이 있었다.
사막을 보고 돌아오면, 그들은 나를 웃음으로 맞았다.
제니퍼와 니콜라스가 보인 순수한 웃음은
나의 상처를 보듬어주었고,
그들이 내게 보인 관심은
나를 따뜻하게 포옹했다.
나는 그들의 온기 덕분에 우유니 사막에서 치유된 마음을 느꼈다.
그들의 미소와 온기는
우유니 사막을 찬란하게 만들었다.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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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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