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가 데이지 Jul 14. 2024

대만Ⅰ여행은 사소한 것도 아름답게 해

데이지 버킷리스트 ② 대만예류지질공원에서 누가크래커 먹기

사진: Unsplash의 The Design Lady

초등학교 시절

반 친구가 누가 크래커와 펑리수를 가져왔다.

그의 부모님은 대만 여행을 다녀온 뒤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손에 쥐여준 것이다.

그는 여행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신나게 전달했다.


나라 대만의 존재조차 몰랐던 나 역시 

흥미롭게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펑리수 안 달콤새큼한 파인애플 잼은 

살살 녹았고, 

누가 크래커 안에 잠든 누가는 

달콤하기 그지없이 내 입안에 퍼졌다.



'비행기를 타고 내 손에 오기까지 과정을 뚫고도 이다지 맛있다면,

실제 그곳에서 먹은 맛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지 않을까?'



대만 예류지질공원


친구는 귀 기울인 청중에 힘입어 여행 사진도 보여주었다.

대만예류지질공원의 노란 암석들 사이로 친구와 부모님이 검정 선글라스를 낀 채로 미소 짓고 있다.

단순한 관광 사진에 지나지 않은 사진 한 장과 크래커 과자가 내 뇌리에 깊숙이 박힌 순간이다.


대만이란 나라를 잊을지 언정,

기암괴석 사이에서 크래커 먹는 상상을 잊게 할 수 없었다.


사진 속 밝은 노란빛의 암석이 어디에 있는지,

먹었던 과자의 이름이 뭐였는지는 시간 속에 잊혔지만,


과자의 바삭함과

노란 잿빛을 내며 빛나는 암석은 

시간의 흐름에도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친구는 무대 위, 마이크를 잡은 유창한 사회자였고, 

나는 동경하는 눈빛으로 사회자를 바라보는 청중이었다.

조그만 교실에서 일어난,

작지만 큰 무대였다.



공연의 막이 내린 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대만예류지질공원에서 누가크래커 먹기





일본에서 대만으로 향하는 길


세계일주 5일 차, 새벽 4시에 일어나 대만행 비행기에 오른다. 

공항에 이르는 과정에서 삐걱거리기 일쑤지만, 우당탕탕 무사히 대만에 발을 딛는다. 



대만 버스를 이루는 붉은 글자,

버스카드를 찍을 때마다 들리는 중국어,

대만 버스의 신기한 좌석 배치.


대만이 풍기는 낯섦을 힘껏 들어마신다. 



나를 대만 예류지질공원으로 이끈 과거의 순간,

초등학생에서 벌어진 무대의 잔향이 

여전히 내 마음에 남아있어서 그럴까,


예류지질공원으로 가는 길은 

설렘의 솜사탕 위를 걷는 느낌이다.




<예류지질공원> 1천~2천5백만 년 동안 형성된 기암괴석이 가득한 대만에 있는 지질공원


버스에서 내리니, 저 멀리 예류지질공원이 보인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푹신한 솜사탕 위를 걷다 보니 

저 멀리 예류지질공원의 노란 자태가 바다를 배경으로 드러난다.

환상적인 날씨 덕분일까, 환상 속 순간에 내가 있다는 사실 덕분일까,

예류공원으로 향하기 위해 지나치는 숲길 나뭇잎이 내게 인사하는 것만 같다. 



노란 자태를 드러내는 암석은 어릴 적 사진 너머로 봤던 모습과 같다. 

어릴 적 꿈이었던 공간에 있는 순간. 

알 수 없는 울컥함 뒤로 행복을 마음껏 느낀다.


2천5백만 년 이상의 역사를 거쳐 오늘날까지도 침식과 풍화 작용으로 깎이고 깎인 바위는

오늘날 촛대 바위, 버섯 바위, 아이스크림 바위 등 다양한 모양을 이룬다.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로움을 감탄하면서,

바위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만드는 인간의 능력에 감탄한다.


공원을 찾은 수많은 이들은 세월의 풍토를 겪은 바위 앞에서 사진 찍으며 웃음을 나눈다. 

저마다 해맑은 웃음으로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나눈다. 


예류공원의 기암괴석 앞에서 하하 호호 미소 짓는 이들 덕분일까,

나도 괜스레 한가득 미소를 담고 공원의 여유를 들이마신다.  




공원을 둘러싼 적운형 구름을 뚫고 다가온 선선한 구름이 내게 인사하는 것만 같다.


힘껏 구름에게 미소로 인사하면서

버킷리스트를 위해 준비한 크래커를 꺼내 먹는다.



가져온 크래커를 먹으며 지질공원에 앉아 물끄러미 암석을 보고 있으니

행복함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지금 이 순간, 

나를 비추는 햇살과

나를 스치는 바람은

소중하다는 말로 밖에 표현되지 않는다. 


여행을 한다는 건,

사소한 것들까지도 아름답게 보이는 마법이구나.


비행기 한번 타보지 못한 어린 소녀가

꾸깃 꾸깃 접힌 종이에 '대만에서 크래커 먹기'를 적던 조그만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지질공원의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가 흘린 눈물은

행복이라는 단어로 밖에 설명되지 않았다.



https://youtu.be/GaAx7MkPnMM?si=At2OO40otDFXVvba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the_daisy_path : 인스타그램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블로그와 유튜브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전 02화 일본 Ⅰ우리, 저 별똥별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