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제주, 왜 우도를 가야하는지 알겠어요

제주도에서 2주 동안 살아보기

by 데이지

Day 11


취다선 리조트에서 맞는 이튿날이자 마지막 날. 두 번째 먹는 조식 메뉴는 들깨 보양 장어탕으로 선택했다. 이 날은 아침에 릴랙스 요가를 듣고 난 후 (하지만 전혀 릴랙스가 아닌 잠들었던 몸을 힘차게 깨워주는 요가였다.) 기나긴 여정의 하루 동안 사용할 에너지 보충을 위해 든든한 보양 장어탕을 선택했는데, 비린 맛이나 느끼한 맛없이 정말 구수하고 시원하게 넘어가는 해장국 같았다. 취다선 리조트의 매력은 조식도 한몫하는 것 같다.




이 날은 동료와 우도에 오전 일찍 넘어가서 자전거를 타고 놀다가 오후에 돌아오는 당일치기 일정이었다. 성산포항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1일 최대 8,000원인데, 아마 내가 렌트한 소형차는 추가 할인받아 6,000원 정도 낸 걸로 기억한다.) 성산포항 종합여객터미널에서 티켓을 끊으면 된다.

우도에는 천진항과 하우목동항, 총 2곳의 항구가 있는데, 우리의 목적지는 천진항이었고 돌아오는 시간표도 잘 확인했다. 하지만 이 때는 몰랐지. 불과 30분 뒤, 배에서 수다 떠느라 방송도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천진항이 아닌 하우목동항에 실수로 내려버릴 줄은... 하우목동항인 줄도 모르고 내려서 배가 저 멀리 떠난 뒤에야 천진항이 아닌 것을 알았고, 결국 우리가 렌트하기로 했던 업체에 전화를 드렸더니, 흔쾌히 픽업차량을 보내주셨다. 알고 보니 사장님이 우리 말고도 잘못 내린 다른 손님도 픽업하러 오셨고 (이런 상황이 매우 빈번한 듯했다.) 우리는 롤러코스터 같은 사장님의 드라이빙을 즐기며 천진항으로 컴백. 내려서 자전거를 렌탈 할 때까지도 사장님은 할리데이비슨급?으로 좋은 전기자전거라며 끝까지 즐겁게 응대해주셨다.

우도로 넘어가는 배에서 바라본 성산


우도에서 한 번쯤 타보고 싶었다는 동료 덕에 같이 타게 된 제트보트. 보기에는 작고 시시할 것 같았지만, 막상 타보면 롯데월드에서 아틀란티스를 타고 있는 듯한 스피드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타는 동안 선장님이 우도의 절경에 대한 옛이야기 등 이런저런 설명을 자세히 해주시는데, 스피드에 취한 나는 아름다운 우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제트보트 타면서 물사진 수집하기



제트보트로 섬 한 바퀴를 돌면서 바람이란 바람은 다 내가 맞은 듯했다ㅋㅋ 그렇게 살짝 지친 모습으로 터덜터덜 자전거를 타고 돌던 중 만난 하하호호 버거. 배고팠던 우리는 야외석에 자리를 잡고 시그니처 메뉴인 구좌 마늘 흑돼지 버거를 주문했다. 사실 덥긴 했지만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바다가 더 잘 보였고 자연스레 따뜻한 햇볕도 오래 쬘 수 있었다. (건강 검진하면 다들 비타민D 섭취가 부족하다고 나오지 않나요? 이럴 때라도 충분히 즐겨야지)

버거를 손으로 잡고 먹고 싶었는데 아무리 꾹꾹 눌러도 눌리 지가 않을 정도로 토핑 양이 어마어마했다. 손으로 집는 게 가능하다 한들 한 입에 먹기도 힘들 것 같아, 결국 칼과 포크를 사용할 정도. 그 많은 토핑 중에서도 유독 토마토와 양상추가 신선하고 큼직해서 마치 따로 주문한 샐러드를 먹는 것 같았다. 그리고 흑돼지 패티도 두툼하고 육즙이 흘러넘쳐서 마치 작은 스테이크를 썰어먹는 느낌이 들었다. 같이 주문한 감튀는 보기에도 통통하니 먹다 먹다 배불러서 다 먹지도 못한 채 포장해서 나왔다. 다음에도 우도에서 꼭 하하호호 버거 먹어야지.



나는 여행지의 독립서점을 일부러 찾아가 보는 편인데, 우도에도 독립서점이 있다 하여 찾아본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하하호호 버거 바로 옆에 위치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가정집 같지만, 밤수지맨드라미 문패와 Nice to meet BOOK 현수막이 보이면 맞게 찾아온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큰 창과 그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진열된 여러 책들을 비춰줘 따뜻한 풍경을 만들어주었다. 또 창가에 가까이 다가서면 볼 수 있는 작은 글귀도 적혀있었고, 창 너머 보이는 가정집이 우도 마을의 정겨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사진은 없지만) 반대편에 도서 구입과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계산대가 있고, 그 옆에 한나절 동안 자리 잡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공간도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때 이미 손님 몇 분이 차분히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우리는 서점을 나와 다시 자전거를 굴렸다. 잠깐 달리다 예쁜 곳이 나오면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예쁜 우도였다. 검은색 화강암들이 초록빛 밭과 갈대를 둘러 돌담을 이루고, 또 해변가의 투명한 바다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는 곳.




천진항 반대편까지 절반 정도 달린 우리가 들렸던 블랑로쉐는 아마도 우도에서 젤 유명한 카페인 것 같다. 우리도 바다 뷰가 예쁜 곳에 자리 잡았는데, 여태까지 보았던 제주 바다 색깔 중 우도 바다가 가장 투명하고 청량했다. 바다멍 때리면서 먹은 땅콩아이스크림과 절대 포기 못하는 아이스아메리카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카페를 나와 도착한 곳은 검멀레해변. 빛에 비친 흑사장이 검은빛으로 빛나는 곳이다. 검멀레 해변 쪽은 오르막길이어서 (우리는 천진항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조금 힘들긴 했지만, 우도까지 온 마당에 검멀레 해변은 안 보고 갈 순 없지.



어느덧 시간이 오후 4시 가까이 되었고, 우리는 다음 일정을 위해서 성산으로 다시 넘어가야 했다. 돌아가는 길에 천진항 근처 빨간 등대와 항구를 떠나는 여객선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우도 안녕!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 또 올게!




성산에 무사히 도착한 우리. 나는 제주공항 쪽으로 이동해야 했고 내 동료는 성산에서 1박을 더 머무를 예정이어서, 리조트에 데려다주며 서울에서의 만남을 기약했다. 이번 우도에서의 하루를 특별하게 보낸 계기로 동료와 더 친해진 것 같았고, 다시 서울에서 만나면 흩어진 이후 각자 재밌었던 제주 얘기들을 하루빨리 풀기로 약속했다.



부랴부랴 공항 근처로 한 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한 새로운 에어비앤비 숙소. 이 날은 남자 친구가 제주여행에 합류하는 날이어서 공항 쪽으로 잠시 숙소를 이동한 것인데, 생각보다 공간이 좁긴 했지만 (사실 공항 근처에서는 1박만 할 예정이어서 짐을 많이 풀지도 않았다)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활주로를 바라볼 수 있었고, 바다 한편 노을 지는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던 곳이었다. 노을이 지면서 서서히 물들어가는 여러 가지 색의 하늘을 바라보며, 제주 노을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감탄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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