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제주, 로컬이 되어가는 중

제주도에서 2주 동안 살아보기

by 데이지

Day 12


아침에 일어나 숙소에서 바라본 제주공항 활주로. 이륙하는 비행기를 보면서 나도 며칠 뒤면 곧 떠나겠지 하는 마음에 약간은 뒤숭숭한 아침이었다. 오랫동안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갈 수 없어 비행기 탈 일이 없었는데, 제주에 올 때마다 이렇게라도 비행기를 탈 수 있었던 것에 감사했다. (글을 작성하는 이 시점에는 해외입국이 풀려서 다시 장거리 비행을 즐길? 수 있다.)

어렸을 때는 해외출장도 다니고 업무차 해외 거주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멋진 나의 모습을 상상해왔는데 아직은 이루지 못했다. 언젠가 나도 상상해왔던 멋진 모습 꼭 이룰 수 있겠지?




아침식사로 일찍부터 방문한 올래국수. 웨이팅이 정말 길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근처 주차공간 찾기도 힘들었고, 입구에서 대기 중인 손님들도 넘쳐났다. 그래도 회전율이 좋은 메뉴여서 그런지 한 30분? 정도 기다린 후 들어갈 수 있었다. 메뉴는 고기국수 딱 하나. 다른 고기 국숫집에서 먹었던 국수와 비슷한듯하면서도 국물이 사골국물처럼 묵직하고 면이 잔치국수처럼 부드러웠다. 파 고명이 많이 들어갔는데도 내 입맛에는 살짝 느끼한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반찬으로 나온 김치가 맛있어서 후루룩 넘어갔다.



후식으로는 역시나 스벅 제주용담DT에서 픽업한 제주 메뉴인 비자림 콜드브루와 쑥떡 프라푸치노. 제주용담DT는 에코 매장이어서 추가금액을 내고 다회용 컵에 받아왔는데, 이후에 다른 스타벅스 매장을 들릴 때에도 간편하게 다회용 컵으로 재사용했다. 간단히 씻어주기만 하면 바로 사용 가능하고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에도 좋았다. 환경을 지킨다는 마음에도 뿌듯한 건 덤.



픽업한 음료를 마시면서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했다. 이제는 바다 냄새도 익숙했다. 날씨는 조금 흐린 듯 하지만 그래도 청명한 하늘과 짙푸른 바다색이 예뻤다.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면 광활함에 무섭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물결에 안정이 되기도 한다





드라이브를 하던 중 제주시 근처에서 전시 중인 노형수퍼마켙 을 찾았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레트로 컨셉의 미디어 아트 전시. 네이버에서 온라인 매표를 하고 전시장에 갔는데, 실제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TV에서만 보던 1960~70년대 흑백 풍경이 펼쳐진다. 해당 전시의 배경 스토리는 신원불명의 한 도둑이 어느 날 제주시 노형동의 온 색깔을 모두 훔쳐갔다는 설정인데, 이 숨겨진 문 뒤의 너머로 총 천연색이 한없이 촤르르 퍼지게 된다. 그 다양한 컬러와 디스플레이의 바닷속에서 우리는 많은 컨셉샷?을 남겼다. 이제는 너무도 유명한 전시라, 이곳에서 예쁘게 건진 사진으로 프사 한 사람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흑백 세상에 진짜로 빠져든 것 같은 조명과 소품들







전시회장을 나와 벼르고 벼르던 금오름을 올랐다. SNS와 유튜브에서 많이 보았던 금오름이었지만, 이동 동선이 맞지 않아 항상 다음으로 미루기만 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날씨도 좋고 꼭 가보고 싶은 마음에 힘든 줄도 모르고 성큼성큼 올랐다. 예쁜 분화구를 가진 금오름의 모습. 그리고 분화구 주변으로 곳곳에는 누군가 마음속 기도를 염원하며 쌓아 올린 돌탑이 가득했다.

제주 하늘이 선물해준 자연광 덕에 마음에 들었던 사진들




금오름을 땀 흘리며 오르내렸더니 시원한 바닷가에 발 담그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래서 바 근처의 협재해수욕장으로 휘리릭 넘어왔다. 제주에선 오름을 오르다 바다로, 또 바다에서 오름으로도 언제든지 원하는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것 같다. 돌아다니고 싶으면 얼마든지 가볼 만한 여행지가 수두룩하고, 편안하게 쉬고 싶으면 어디든 조용하게 쉴 수 있는 그런 제주가 좋았다.




모살물은 로컬 회 맛집을 검색하고 검색해서 찾아간 곳이다. 저녁식사로 6시도 안 돼서 일찍 도착한 거 같은데 이미 손님들이 가득 차있었다. 겨우 한자리 남은 곳에 앉아서 모둠회를 주문했는데 솔직히 사람도 많고 일손은 부족해 보여 정신이 없었다. 다소 복잡스러운 분위기의 식당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회가 나오자마자 이 불편한 기분을 쏙 들어가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많은 데엔 역시 이유가 있었다. 횟감도 매우 싱싱하고 먹었을 때 그 쫄깃함을 잊을 수가 없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소주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회는 소맥을 자동으로 부르는 맛이었다. 한 모금 마신 소맥 다음으로 입에서 넘어가는 회에서 감칠맛이 너무너무 잘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 취향은 꼬들한 우럭회와 도미 껍질회(마스까와)에 가장 베이직한 방법으로 와사비간장을 찍고 와사비를 살짝 위에 올려먹는 게 가장 맛있는 조합!




모살물에서 배불리 먹고 돌아가던 길에 만난 스톤아일랜드 탭하우스. 상호명 그대로 입장 시에 받은 팔찌로 다양한 맥주를 탭 하여 원하는 용량만큼 마실 수 있는 신기한 곳이었다. 방법도 어렵지 않았다. 앉을자리를 잡고, 테이블마다 있는 태블릿으로 안주를 시키고, 맘에 드는 맥주잔과 맥주를 골라 팔찌를 머신에 탭한 뒤 맥주를 원하는 만큼 따르기만 하면 끝!

첫 스타트는 맥파이포터 흑맥주. 내가 잘 못 따른 탓에 거품이 많아 보이지만 어쨌든 정말 목 넘김이 부드럽고 커피맛이 살짝 나는 꽤 괜찮은 흑맥주였다. 그다음에 먹은 린데만스 크릭. 이 맥주는 마시지 말았어야 했다. 너무 맛있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ㅋㅋ 체리향의 음료수 같은 맥주인데, 맛있어서 무한으로 쭉쭉쭉 들어간다. 린데만스 빼슈레제(복숭아 맛이었던 것 같다)를 먹었을 때도 맛있었는데, 크릭은 못 따라갔다. 여러 맥주를 먹으려고 했으나 결국 세 번 만에 한 맥주에 정착했다.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시고... 화장실 N차 방문과 터질 것 같은 배부름을 느끼고 나서야 우리는 자리를 떴다. 맛있는 음식과 음료로 제주에서 제일 달큰했던 밤이었던 것 같다. (몸이 제일 부은 것 같은 밤이기도 했다.)

맥파이포터와 콘옥수수 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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