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2주 동안 살아보기
DAY 14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 떠나기 아쉽지만 그리운 우리 집에 가고 싶기도 한 싱숭생숭 마지막 날이었다. 마지막 날까지 잠도 푹 자고 날씨도 맑으니 (2주 동안 잠깐 소나기가 오거나 살짝 흐련던 것만 제외하고 항상 날씨가 좋았다.) 남은 하루도 재밌게 보내 기분 좋은 추억을 한 아름 안고 가자 마음먹었다.
숙소 체크아웃 후에 아침 식사하러 온 산지해장국은 제주 시내에서 정말 맛있는 곳이다. 작년에 같이 놀러 온 직장동료와 함께 먹었던 해장국집인데 맛있어서 이번에 또 짝꿍과 재방문했다. 여기도 유명한 맛집이어서 아침 8시에 가도 항상 대기줄이 긴 곳인데 웨이팅 긴 식당을 피하는 편인 내가 참고 기다릴 정도. 웨이팅 30분 정도? 지난 뒤에 들어가면서 볼 것 없이 바로 주문한 내장탕. 뚝배기에 바글바글 끓어서 나온 푸짐한 비주얼에 이 날도 감동.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어 보이는 알찬 재료와 시원 칼칼한 국물이 아주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남자친구가 데려간 사려니숲길은, 무거운 캐리어까지 한가득 싣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느라 모닝이 매우 힘겨워했던 곳이다. 애매한 내비게이션 안내로 제대로 된 입구 위치를 찾느라 좀 애를 먹긴 했지만, 막상 가보니 찾는 관광객이 엄청 많은 곳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초록 초록한 풍경에 피톤치드가 마구마구 뿜어져 나오는 산림욕장 같았다. 흙, 나무, 초록잎 향에 코끝이 상쾌해지고 자연의 에너지를 다 흡수해 온 몸 구석구석 치유받는 것 같았던 기분.
사려니숲길에서 나와 제주에서 유명한 삼각김밥집인 세모에 갔다. 주문은 미리 인스타를 통해 예약했고 포장으로 픽업해 먹을 수 있었다. (아마 코로나 때문에 매장 취식은 불가했던 것 같다.) 우리가 주문한 삼각김밥은 흑돼지고추장, 소라데리야끼, 톳참치마요, 그리고 당근주스! 삼각김밥을 포장해 가져 간다는 말에 처음에 남자친구는 시큰둥했는데, 막상 입안으로 들어가니 눈이 똥그래지면서 맛있다고 연신 감탄했다. 다 맛있었던 세 가지 맛 중 유독 톳참치마요가 정말 맛있었다. 똑같은 맛을 두고 그와 경쟁? 했는데 이럴 거면 다 톳참치마요로 주문할걸 그랬다.
월정리 해수욕장 근처에서 삼각김밥을 먹고 한 바퀴 휘리릭 돌았는데, 모두가 주말을 즐기러 온 토요일 제주에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서울 가는 비행기 시간에 묘한 아쉬움을 느끼며 눈앞의 바다를 열심히 담았다.
이번 제주에서의 2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이었다. 비록 나름의 장기간 동안 여행과 거주 사이를 오가는 지출을 했기 때문에 예산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었지만, 마음껏 여유를 누리며 하고 싶었던 요가를 매일 하고, 끝나면 바다로 오름으로 어디든 다닐 수 있었던 가치 있는 비용이었다. 시간이 없어 못 가던 전시회도 여러 번 가고 맛있고 건강한 제주 음식도 많이 먹었다. 이곳저곳 드라이브하며 운전실력도 더 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 초반, 혼자만의 시간이 가져다주는 힘을 많이 느낀 시간이었다. 비록 누군가와 함께 좋은 것을 나누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나의 감정을 가장 먼저 돌볼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후반부에 만난 동행들과의 시간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즐거움과 감사함을 배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느낄 갑갑하고 빡빡한 현실, 그 사이에서 숨 돌릴 틈 없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어디를 가던 나의 존재와 자연에 감사하며 즐길 수 있게 해 준 제주에서의 시간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5월에 경험한 제주에서의 시간이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빚어내었고 그 새로운 모습이 언젠가 또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해 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 새로운 내가 또 다른 여행 기록을 남기게 해 줄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