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2주 동안 살아보기
DAY 13
12일차 저녁부터 마지막 14일차 까지 묵었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바라본 아침바다 풍경. 액자에 바다를 담아놓은 것 같은 모습에 빠져 예약한 곳이었다. 주차도 골목길 운전도 다소 힘든 곳에 있었지만, 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해 준 아름다운 곳이다. 이런 곳에서 사는 건 어떤 느낌일까.
아침으로 해장 겸 한림칼국수를 먹고 달렸던 풍차 해안도로. 이렇게 가까이에서 풍력발전기를 본 것도 처음이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초여름 풍경. 지금 당장 시원하게 드라이브하고 싶게 만드는 사진들이다.
내 남자친구는 서핑을 (잘 못하지만) 좋아한다. 그래서 이 날은 그를 위해 제주 서부에서 중문해수욕장까지 달렸다. 확실히 중문 해수욕장은 이국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다. 마치 (가본 적 없지만) LA의 해변가에 놀러 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장기간의 여행이 살짝 지쳤는지 나는 물놀이보다 편안히 휴식하고 싶어서 해변가에 돗자리를 깔고 햇볕 아래 한량처럼 책 읽고 누워있었고 (하얗기만 하던 피부가 까맣게 그을려져 건강해 보여서 좋았다), 그동안 남자친구는 혼자서 빌린 슈트와 보드를 가지고 파도와의 사투를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따져보니 무려 세 시간씩이나 혼자 서핑 한 사람. 대단하다.)
중문해수욕장에서 반나절을 여유롭게 보낸 후 (반면 장시간 물놀이로 꾸벅꾸벅 잠든 남자친구는 조수석에 태우고) 다시 제주 서부로 돌아오는 길에 상가리 야자숲에 들렸다. 막상 가보니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맞나 싶었는데, 좀 더 들어가 보니 웨딩촬영도 하고 있었던 것 보면 아는 사람만 물어물어 찾아오는 곳인 듯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야자숲길을 다니면서 여기저기 사진도 찍고 재미나게 논 곳이었다.
상가리 야자숲에서 나와서 간 곳은 수풀이라는 소품샵. 제주 여행 유튜브를 보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수풀에 찾아가길래 호기심에 방문해본 곳이다. 제주의 다른 소품샵과 차이가 있다면 국내 아티스트가 수작업으로 만든 똑같지 않은 작품들을 판매하고 독특한 소품들도 구경할 수 있다는 것.
제주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은 숙소 테라스에서 흑돼지 바비큐로 마무리했다. 바닷가에서 숯불에 삼겹살을 구워 먹으니 꿀맛인 건 말모말모. 먹다 보니 삼겹살 냄새에 어디서 다 모인 건지 길냥이들이 다섯 마리나 모여들어 재롱을 피웠다. 어쩌면 2주라는 시간을 (직장 생활하면서) 쉽게 보낼 수 없을 것 같은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을 남자친구와 귀여운 길냥이 축하해주었다. 바닷소리를 asmr 삼아 오랜 기간 동안 열심히 일해 온 나에게도 스스로 칭찬 듬뿍 해준 뿌듯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