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2주 동안 살아보기
DAY1
드디어 제주로 떠나는 날, 비행기를 타러 가면서 얼마나 또 설레고 설레던지, 날씨는 또 왜 이렇게 맑고 화창하던지. 일부러 덜 붐빌 것 같은 일요일 오후 출발 비행기로 예매했는데 가정의 달이라서 그런지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아 보였다. 잠시 우리 가족, 친구들이 생각났지만 그래도 여행길이 설레는 마음은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HELLO JEJU
착륙하는 순간 샘솟는 행복감과 매번 처음 오는 것처럼 설렘, 날아갈듯한 기분!
그나마도 잠시... 공항에서 24kg짜리 캐리어 픽업하고, 배낭에 요가매트까지 들쳐 매고 롯데렌터카 오토하우스 가는 셔틀 타러 가는데, 짐 많이 싼걸 이때서야 너무 후회했다. 다음 여행 때는 라이트하게 싸자. 명심 또 명심!
렌터카 픽업까지 마치고, 제주에 가장 먼저 도착하면 먹고 싶었던 딱새우 김밥을 포장하기 위해 '제주시새우리'부터 들렸다. 공항 근처 시내의 골목에 위치해있어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고, 일요일 저녁 시간대라 웨이팅도 없이 바로 포장도 할 수 있었다.
픽업 후 해가 지기 전 한 시간을 부랴부랴 달려온 곳은, 제주 2주 살기의 가장 첫 번째 숙소인 안덕면에 위치한 펜션. 각 객실마다 침실 하나와 거실 겸 주방, 미니 테라스가 있는 분위기 있는 숙소였다. 물론 나는 숙소 고를 때 주차장 유무도 중요하게 고려했는데, 객실 앞 넓은 마당 공간이 게스트용 주차장으로 널찍하게 있었다.
주차하고 내리니 저 너머로 보이는 산방산 전경. SNS에서 본 산방산이 너무 아름다워서 언젠가 근처 숙소를 예약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딱 보이는 곳에서 아침저녁으로 산방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2박 3일 동안 너무 좋았다.
실내로 들어오게 되면 이렇게 마주 보고 앉아서 쉬거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평상이 있고, 벽 한쪽 켠에는 바이닐을 들을 수 있는 턴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에는 편히 잘 수 있는 침대와 행거가 있는 침실이 있고, 방에서도 미니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주로 저녁에 유튜브 플리를 틀어놓고 혼자 뒹굴거렸는데, 글을 쓰면서 생각나는 그 여유로웠던 밤들이 너무 그립다.
대충 짐 정리를 마치고 저녁식사로 포장해온 딱새우 김밥을 오픈했다. 사각김밥인데 양념을 한 밥에 딱새우튀김, 양배추피클이 토핑으로 싸여있었다. 진짜 한 입 가득 먹는데도 다음 조각을 또 집게 되는 마성의 맛. (진짜 돼지는 먹고있으면서도 다음 먹을걸 집는다는데...) 생각보다는 평범하다는 리뷰도 많았는데, 나한테는 제주에 놀러 온 기분 간단하게 내기 딱 좋은 저녁이었다.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사 온 흑맥주와 컵라면, 매운 닭발도 같이 저녁 만찬으로 흡입했다. (닭발은 너무 매워서 초이스 실패. 먹고 난 다음 날 화장실도 매우 여러 번 갔다.)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밤이 돼서 살짝 아쉬웠지만, 내일부터 시작될 진짜 제주살이가 더 기대되었다.
DAY 2
기다리고 기다리던 드롭인 수업을 들으러 아침 일찍 요가원에 방문했다. 사계리 골목에 위치한 키아나요가원은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곳이었는데 잔디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비치는 따뜻한 햇볕 덕에 매우 예뻤다. 그리고 그 햇볕이 요가원 내부에도 비추어져서 평온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사실 키아나요가원이 유명한 곳임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 어려운 아사나가 많은 요기니였음에도 불구하고 난이도가 있는 수업을 들어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매트를 깔고 프리메드요가와 하타요가 연강을 들으며 땀을 쏟아냈다. 여러 아사나를 시도하면서 생각보다 밸런스가 무너지고 자세가 틀어지는 것 때문에 여행 오기 전 자주 수련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자주 수련하면 할수록 나에게 다가오고, 게을리할수록 그만큼 다시 멀어지는 요가. 그래도 요가하는 순간만큼은 나의 몸과 내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분일초가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다. 다시 서울 가면 더욱 열심히 수련하겠다는 열정을 다잡으며 오전을 보냈다.
오전 요가를 마치고 커피러버(라고 쓰고 카페인 중독이라 읽는다)인 나는 근처 카페 '코데인커피로스터스'로 넘어가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피콜로라떼를 마셨다. 이렇게 평일 낮시간에 한적한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며 여유롭게 책을 읽던 게 언제였던지... 제주살이 첫날의 소확행이었다.
배가 고프지 않아서 점심을 패스하고 용머리해안으로 넘어갔다. 산방산 바로 아래에 있는 용머리해안은 주차장 아래 방향으로 (말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어가며) 슬슬 내려가다 보면 입구에서 매표를 하고 입장할 수 있다. 매표소 입구를 지나자마자 드러나는 해안절벽의 절경이 눈에 들어왔다. 웅장했고 거대했다. 위대한 자연 앞에서 멋지다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발이 빠지지 않게 조심조심 해안가를 걷는 동안 시원한 바람과 파도소리가 느껴졌고, 싱싱한 멍게와 해삼을 썰어 판매하시는 해녀분들의 찐제주사투리도 들었다.
약 한 시간 정도 용머리해안길을 다 돌고 난 후에도 시간이 좀 남아 송악산 둘레길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송악산은 정상으로 갈 수 있는 길도 있고, 한 바퀴 돌 수 있는 둘레길이 있는데, 나는 둘레길로 찬찬히 걸었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추는 것 빼고는 나름 빠른 걸음으로 걸었는데도 한 시간 반 정도? 꽤 걸었다. 혼자 걷는 길목은 조용해서 사색하기에 좋았으나 괜스레 무서우니 빠르게 지나가기도 했다. 혼자 여행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다소 불안한 건 어쩔 수가 없는 듯.
오후 내내 계속 걸으니 배가 많이 고파졌고 카페인 충전도 필요했다. 그래서 간 곳은 '인스밀' 카페. 워낙 유명한 곳이라 자리가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입구부터 커플이나 친구들과 온 사람들이 꽉 차있었다. 다행히 평일이었기 때문에 웨이팅 없이 주문을 하고 남아있는 자리에 착석했다. 물론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은 야외 자리는 모두 만석이어서 아쉬웠지만.
내가 주문한 마늘스콘과 보리개역. 보리개역은 워낙에 시그니처 메뉴로 유명해서 (카페인 충전하러 간 것을 까맣게 잊고ㅋㅋ) 주문했고, 마늘스콘은 그냥 맛있을 것 같아서 주문했다. 근데 오잉? 마늘스콘 진짜 맛있었다. 겉바속촉 스콘인데 은은한 마늘향과 달콤한 맛이 잘 어우러졌다. 먹다가 살구잼? 사과잼? 도 같이 발라먹었는데 완전 꿀맛. 약간 퍽퍽하다 느낄 때쯤 보리개역을 사발채로 드링킹.(저 수저는 너무 얕다구!) 어렸을 적 한여름에 엄마가 타 준 미숫가루에 왕얼음 하나 동동 띄워 먹는 것 같았다.
이대로 숙소로 들어가긴 아쉬워, 이른 저녁식사 겸 근처 모슬포항에 '글라글라하와이'라는 피시 앤 칩스 맛집으로 들렸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하와이 스피릿. 매장 음악도 우쿨렐레 소리가 아름다운 노래를 틀어서 잠시 하와이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내가 주문한 메뉴는 한치 피시 앤 칩스랑 제주청귤에이드. 역시 바닷가에서는 피시 앤 칩스를 먹어줘야 한다. 피시 앱 칩스를 먹으니 해변에 놀러 온 체감이 배가되었다.
그러곤 배가 터질 듯이 불러 소화를 위해 모슬포항을 한 바퀴 걸었다. 걷다 보니 고등어회로 유명한 '미영이네'도 보였고 (유명 맛집이라 그런지 저 멀리서도 웨이팅이 보이더라) 정박해있는 배들도 구경했다. 날씨가 좋으니 해가 지는 노을도 아름다웠다. 주황빛 노을과 시원한 바람을 즐기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드라이빙.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모슬포항 고등어회가 계속 생각났는데, (배 터질 것 같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고등어회를 떠 올 수 있다는 글을 보고 한달음에 달려가 사 왔다. 또 대충 먹을 수 없으니 같이 먹을 깻잎도 씻고, 찍어먹을 간장소스에 섞을 양파, 청양고추도 송송송 썰었다. 막상 회를 까 보니 생각보다 너무 등 푸른색이 선명해 비릴까 봐 겁먹었으나, 용기 내어 한 입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맛에 사 오길 너무 잘했다 생각했다. 소주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제주도에 왔으니 한번 먹어줘야지 하면서 한라산 17도 한잔 기울이니 고등어회랑 완전 찰떡. 소주 탓인지 아니면 하루 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녀서인지 모르겠지만, 푸짐한 고등어 회와 한라산을 반 병까지 먹고 나니 너무 졸려 후다닥 치우고 바로 기절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제주까지 가서도 참 부지런히 보낸 첫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