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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Oct 12. 2022

정류장에서

  이곳은 정류장 같은 곳입니다. 지나간 버스는 탈 수 없고, 모두가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아닙니다. 이별이 그래서 많습니다. 이런 곳에서 누군가 좋아지는 건 제게 무서운 일입니다. 이별이 당연한 곳이니 언젠가는 멀어질 거라 생각하니까요.


  그럼에도 당신을 좋아하고, 애정을 담아 이름을 부르고, 당신이 오기를 기다린 건 제 최고의 용기일 텝니다. 이 공간은 이별을 감내할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당신이 떠나면 좌절될 감정임을 알면서도 당신이 나를 잊지 않았으면 해서 기어이 용기를 냈습니다.


  당신은 그것을 고마운 마음으로 안아들고는 결국 떠났습니다. 어떤 문 하나를 활짝 열어두고서. 문득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문이 참 많았습니다. 거기엔 내가 연 당신과의 문도 있었습니다. 다음 문도 넘을지 말지는 내 선택에 따라 달려있겠죠.

  

  사실 이쯤이면 저는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자리에 서 있고 싶습니다. 버스는 떠나려는데 저의 발걸음은 쉬이 떼어지지 않습니다. 여전히 이 자리에 서 있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 서서, 자꾸만 우리의 추억을 곱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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