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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Jan 31. 2018

독서를 시작하는 분을 위한 '쉽고 재밌는 고전' 8권

독서는 일단 재밌게 시작해야 합니다!

독서를 처음 시작했는데 책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저는 리스트를 달라는 요청에 답변을 피해왔는데, 이제는 피하지 않습니다.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는 과정에서 답이 있는 것이지, 질문을 비트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독서에 관심 가지시는 분들이 질려서 달아나버리지 않을 정도로 흥미로운 문학 고전을 중심으로 추천을 드립니다.


왜 8권이냐고요?  칸트의 조언을 독서에 응용했고요.


좋은 사교 동료와의 즐거운 식사 자리에는 우아의 여신 카리테스의 수(3인)보다 적어서는 안 되고, 예술의 여신 무사이의 수(9인)보다 많아서는 안 된다... 철학하는 자에게, 혼자 식사하는 것은 매우 불건강한 일이다 ㅡ 칸트, 《인간학》


8이라는 숫자를 옆으로 엎어치기하면 무한대(∞)가 되잖아요. 8권을 마중물로 삼아서 무한대의 독서로 날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책의 샘 속에서 행복과 지혜를 적시기를 바랍니다.


1. 가난한 사람들 (도스토예프스키)


도스토예프스키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입니다. 당대의 유명한 시인이 밤늦게 자고 있는 작가의 집에 직접 들러서 축복을 해줬다는 일화가 유명합니다. 말단 공무원과 가난한 몰락 귀족 여성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루는 편지 형식의 소설입니다. 편지를 읽으면서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겠구나 하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2. 우울과 몽상

<검은 고양이>로 유명한 영국 작가 <우울과 몽상>을 추천합니다.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가 포의 소설을 보고 너무 감동해서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사람을 만날 때마다 포 칭찬을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추리소설이지만 심리와 성찰로 가득하고 뭔가 품격이 느껴져서 처음 읽으시는 분들이 손을 놓지 않고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3. 리어왕


 셰익스피어의 여러 비극이 있지만, 모든 비극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입니다. 심지어 저는 해마다 주변에서 리어왕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지요. 나이 드신 부모님들은 리어왕의 문제에 빠지시지 않는 경우가 드물어요. 지혜로워야 자식들의 싸움을 막을 수 있는 거니까요. 제가 가족 문제에 매우 관심이 많아서 더욱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김정화 시인의 라임을 살린 번역본을 추천해요. 민음사나 문학동네 판본은 너무 흔하잖아요.



4. 사기열전



사기열전을 문학 고전이라고 하면 성을 내실 분이 있을지도 몰라요. 엄연한 정통 역사서니까요. 하지만 문학성을 띠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죠.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서양철학사>를 써서 '노벨문학상'을 받았잖아요. 사마천은 생동감 있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상상력을 많이 동원했고요. '태사공왈(사마천찬)'이라고 말미에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은 관점을 키울 수 있는 해석 방법인 것 같아요. 사마천은 역사가들이 얄미워할 정도로 역사와 드라마를 왔다갔다한 것이니 문학의 범주에 놓아도 이상할 게 없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인물들의 화끈한 이야기도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지요.


5.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저는 개인적으로 사마천 사기열전보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 더 흥미롭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사마천은 '착한 사람이 반드시 복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는 가설을 백이숙제열전에서 던지고 마지막 태사공자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선징악이라는 결론을 맺죠. 결국 착한 행동과 복, 행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그보다 인생의 깊이 있는 문제를 다루죠. 바로 불행과 고통과 좌절, 그리고 극복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인물들의 화려한 점만 그려지지 않아요. 인물들이 자기 머리를 치면서 좌절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 결국 독자가 현실에서 직면할 문제죠. 이것을 건드려주기 때문에 저는 사기열전보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더 좋게 평가합니다. 다 좋지만요^^



6.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눈물콧물을 빼고 싶을 때 읽는 책이랄까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책으로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만한 작품이 없을 거에요. 저는 책이 너무 좋아서 영화를 따로 보았답니다. 영화도 책의 느낌을 잘 살려준 것 같아요. 제제의 동생과 누나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는 정말 슬픈 뉴스였어요. 저의 아홉 살 아들도 저들끼리 이야기나눌 때 가끔 '씨발'이라는 낱말을 써서 저를 깜짝 놀라게 하는데요. 아이들이 상상하는 세계, 그리고 쓰는 어휘들을 어른들의 관념에 가두었다가는 나중에 큰코다칠지도 몰라요. 저는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자주 잡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정을 뒤흔들어놓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독서가 이런 맛이 있구나 하고 느끼실 것 같아요.


7. 서유기



서유기가 10권짜리 대하소설이라서 추천을 할까 말까 고민했습니다만, 끌려가는 맛이 있어서 감히 추천을 드립니다. 대개 대하드라마나 대하소설은 뒤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지고 반복되는 게 많아지는데 서유기는 그렇지 않아요. 뒤로 갈수록 멈출 수 없는 마약성 소설입니다. 저는 서유기를 읽기 전에 소설 하면 서양 소설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동양 소설 중에서 빠져들만한 게 뭐가 있을가 생각하니 의외로 많지 않았어요. <삼국지>는 촉한정통론 같은 편협성 때문에 독자에게 인식의 틀을 넓혀주지 않아서 8권의 추천 도서에 넣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서유기는 달라요. 거기다가 민중적이기까지 하고, 철학의 대동단결도 볼 수 있어서 저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읽고 싶어요. 서유기 독서회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를 억누르고 있는 중이랍니다.



8. 은하영웅전설


은하영웅전설을 추천할까 말까 사실 망설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 동기로부터 추천을 받았는데 나이 마흔에야 완독을 했습니다. 20년만에 약속을 지킨 셈이죠. 저는 은하영웅전설이라기보다는 <양웬리전>으로 읽었습니다. 일본 정치 만화나 정치 소설에 대한 편견과 불만을 키워준 작품 중 하나입니다. 정치 구조가 단선적이어서 저는 은하영웅전설을 정치소설로 보지 않습니다. <쿠니미츠의 정치>라는 만화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단순화 도식화가 은하영웅전설에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주의해서 비판적으로 읽기를 바랍니다. 저는 양웬리의 주옥 같은 말들에 장면들을 삽입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웬리전>이라고 부르지요. 좋은 책 놔두고 비판을 많이 했지만 비판적 읽기를 위해서 좀 세게 써봤어요. 그래도 <은하영웅전설>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이고, 완독할 때까지 멈출 수 없는 흡인력이 자랑이지요.



독서의 시작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의미도 있죠.

문학고전을 읽다가 독서가 늘면 인문고전과 사회과학 고전 또는 르포르타주와 저널 읽기로 넓혀가시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문학고전만큼은 틈틈이 읽으시면서 감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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