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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Nov 02. 2018

처참한 백구와 굴러온 귤 이야기


학교 문을 지켜 주시는할아버지한테 달려가우리 백구 못 봤느냐고다급하게 물어 봤더니웬 하얀 개가 와서쓰다듬어 달라길래머리털을 쓸어줬더니저리로 가더구나


새 책이 나왔지만 저자 증정본은 더 적었다. 그래도 꼭 드리고 싶은 분이 있어서 그 분께 연락하고 제주MBC로 차를 몰았다. 차를 몰고 가면서 김민기가 쓰고 양희은이 부른 백구의 노래가 생각났다. 죽기 전에 학교 수위 할아버지께 쓰다듬어달라고 했던 백구. 내가 백구가 된 기분이었다. "제가 사서 볼게요." 하는 작가님의 사양에 "아니에요. 제가 드리고 싶어요." 하고 고집을 부린 이유다. 처참한 마음속을 지나간 사서 선생님과 작가 선생님. 


제주MBC 앞마당 화단에 특이한 바위가 보였다. 조형물로 놓인 바위 위에 놓인 하귤 하나. 누가 장난을 쳐놓았을까? 굴러온 돌도 아니고 굴러온 하귤이라니! 저게 또 나인 것 같아서 한 장 찍었다. 




이제는 공무원으로 살아야지 싶어요.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이잖아요. 똘똘하고 뜻 있는 후배들이 하나 둘 떠나가서 쓸쓸하네요. 


사서 선생님은 '사람 낚시'의 달인이었다. 자료실에서 앉아 있다가 범상찮은 인물을 만나면 인터뷰를 시도해서 곧잘 강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나는 그 분께 많이 배웠고, 도서관 사서의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분께 저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참담해졌다. 


예전에는 대학생들이 방송작가 지원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급여가 많이 적다는 사실이 알려졌는지 인기가 없는 직업이 되었네요. 


그 작가님 덕분에 나는 방송을 탈 수 있었다. 방송작가님들과 꼭 책 한 권을 쓰고 싶어요 하고 말했더니 후배 중에서 책 쓰는 걸 좋아하는 작가가 한 명 있다고 한다. 그 후배를 만나보고 싶었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사람은 편 들어주는 사람이다. 내가 잘했건 못했건 나만의 편이 한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그래도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처참한 기분이 구름처럼 걷힌다. 나는 굴러온 귤. 썩을 때까지 버틸 것이다. 그리고 바위를 깔아앉아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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