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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Nov 04. 2018

오래된 이야기를 어기지 않고 이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두자춘> 공부

수나라 한량 두자춘이 신선이 되기 위해 시험을 쳤는데 일곱 가지 감정 중에서 희(喜)·노(怒)·애(哀)·구(懼)·오(惡)·욕(慾)은 이겨냈지만 마지막 '사랑'을 이겨내지 못해 신선이 되지 못했다. 수나라 설화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단편 <두자춘>에서 패러디했다.


일본 작가들이 중국 설화를 소설로 그려낸 것중에 내가 읽은 것이라곤 나카즈마 아츠시의 <이릉> 정도이다. 결국 소설은 이야기라는 속성을 생명으로 삼기 때문에 역사상 많은 이야기를 저수지로 삼을수록 물고기처럼 풍부한 이야기가 팔짝거릴 수 있다.




전형적인 금기 테스트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기를 어겨 실패하고, 극소수의 사람들은 금기를 고수하였기 때문에 실패했다. 역사가 사마천의 의도적인 왜곡이라는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를 치르지 않은 오기가 신분에 위대해지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금기를 고수했다가 스승인 증자에게 쫓겨났다는 이야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 인생은 결국 이 양갈래길에서 흔들리다가 끝나고 마는 삼류 드라마 같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다른 길을 보여준다.


"만약 잠자코 있었더라면 나는 그 자리에서 자네 목숨을 끊어 놓으려고 생각했다네. 자넨 이제 선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지 않을 거야. 큰 부자가 되는 것은 아예 정나미가 떨어졌을 거고. 그렇다면 자네는 이제부터 뭐가 됐으면 좋겠나?"


"뭐가 되었든, 인간답고 정직하게 살 작정입니다."




두자춘의 답변에서 류노스케의 독창성이 보인다. 작가란 기존의 이야기 결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이겨내는 것이란 사실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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