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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Nov 12. 2018

마흔의 논어는 그런 게 아니었다

논어가 말하는 '마흔'

저는 40대 중반 직장인입니다. 논어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있었습니다. 저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하지만 자기만 알고 타인과 공동체에 관심이 없어지는 세태가 몹시 괴롭습니다. 예컨대 타인을 대하는 태도(갑질, 리벤지포르노 등)가 왜 생기는지, 왜 없어지지 않는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선생님의 질문을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습니다. '마흔 논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굳이 마흔, 논어를 읽는 시간을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논어가 자기계발서로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자기계발서 공화국에서 논어뿐이겠습니까?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거기서 논어 한 권 정도는 잡아당기고 싶습니다. 


마흔이 무엇인지 논어를 포함해서 기록이 적지 않습니다. 이 단편들이 하나의 질문을 계기로 한점에 모이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마흔에 관한 논어 관련 구절을 보겠습니다. 


마흔은 미혹되지 않아야 하는 나이(2-4)
인생에서 정말 조심해야 할 나이가 있다. 젊을 때는 연애를 조심해야 하고. 마흔에는 싸움을 조심해야 하고, 노년에는 노욕을 조심해야 한다. (16-7)

마흔을 《예기》에서는 강사(强仕)라고 부릅니다. 공직에서 힘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이 완성된 나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2-30대가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내면까지 무르익으려면 마흔이 되어야 하죠. 사십대 기수론이라는 정치 용어처럼 마흔은 정치의 중심인 나이이기도 합니다. 플라톤이 《국가 정체》에서 공화국을 고민할 때도 젊을 때는 고생 고생하게 만들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정치를 하도록 설정한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저는 논어의 구절이 '마흔에는 큰 싸움이 되니 다투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이 구절은 다투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싸워라'는 뜻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싸움에 자신이 있는 자로가 스승에게 자신에 찬 질문을 던지죠. "선생께서는 삼군을 지휘하실 때 안회와 저 중에서 누구를 장수로 임명하시겠습니까?" 이어지는 공자의 답변이 '마흔의 싸움'을 뜻합니다.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황하를 맨몸으로 건너고, 자신과 남의 목숨을 함부로 버리는 사람에게는 맡기고 싶지 않다. 반드시 실행하기 전에 신중히 숙고하고 만전의 계획을 세워 성공을 기하는 그런 사람에게 맡길 것이다. (7-10)



마흔은 인생을 이야기할 때가 아닙니다. 마흔은 사회를 이야기할 때이고, 인류를 이야기할 때입니다. 스무 살이 말하는 인류는 추상적일 수 있고, 서른살이 말하는 인류는 편협할 수 있지만, 마흔이 말하는 인류는 근사할 수 있습니다. 마흔의 싸움을 위해서 그 동안 몸과 정신을 만들었다가, 마침내 전쟁에 임해 열심히 싸우고 영광스러운 전리품을 사회에 바치는 것이 마흔의 정신이며, 논어가 말하는 마흔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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