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생각이 형태를 갖추지 않은 저학년이 처음엔 무서웠다. 하지만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수업을 여러 반 하면서 이제는 형태가 없어서 오히려 유연한 생각과 무한 확장 가능한 잠재력을 보게 된 것이다.
벽 너머에는 나쁜 사람들이 산대요
《벽 너머》라는 그림책을 읽다가 1학년들에게 "자기가 생각하는 나쁜 것"에 대해서 말해보라고 했더니 답변이 놀라웠다.
나쁜 것에 대해서 생각 안 해봤는데요.
나쁜 것에 대한 관념이 생성되지 않은 아이들을 눈앞에서 보니 나쁨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1학년들은 좋음의 반대는 나쁨이 아니라 좋지 않음이며, 좋지 않음과 나쁨은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이건 좋은 추억의 일부일 뿐 대부분은 실패의 기억들이다.
낯가림이 심한 1학년과 그림책 읽기
1학년 아이 한 명은 다행히 지난 여름방학 때 수업을 할 때 충분히 낯을 가렸기 때문에 이번 겨울방학 때는 완전 친근해졌다. 걔 아니었으면 생각만 해도 까마득하다. 초1과 그림책 수업은 무조건 재밌는 걸 읽어야 한다. 모 윌렘스 카드를 꺼냈다.
원래 "내게 금지된 것들"에 관해서 고상하게 토론하고 쓰려고 했는데 한 아이가 낯가림을 하니 대화가 진행이 안 돼 급히 빙고 게임으로 바꿨다. 일단 스케치북 한 권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빙고게임만 하면 심심하니까 한 줄 쓰기와 따라 그리기를 했다. 좌절감에 빠져 있는데 아이의 엄마가 문자를 보냈다.
집에서도 이렇게 안하는데 스케치북 한페이지를 채우다니!! ㅋㅋ
정말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구나. 그래도 낯가림 어린이가 다음 번에는 말을 좀 하기로 약속했으니 기대를 해보겠다. 초등학교 1학년과 그림책 읽기도 극한직업의 하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