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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Dec 16. 2017

독서 메모로 독후감 쓰기 연습

『로버트 오언』 메모로 리뷰 쓰기 실전연습

몸은 먹고 싸지만, 마음은 먹고 '쓴다'


맹자는 약손가락 이야기로 사람의 정곡을 찔렀다. 어떤 사람이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약손가락이 펴지지 않는 거다. 그 사람은 전전긍긍하면서 손가락이 펴지기라도 하면 전재산을 다 들여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만약 지구 반대쪽에 있는 약손가락 전문의가 있다면 집을 팔아서라도 날아가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손가락 기능이 보통 사람만 못하면 견딜 수 없어 하면서, 마음이 보통 사람의 반 푼어치가 되지 않아도 아쉬울 것 없어 하니 이를 일러 이치에 어둡다고 한다. - 『맹자』, 「고자 상」 편

몸은 보이고 마음은 보이지 않아서 관심의 정도가 다른 걸까? 하지만 사람들은 몸에 양식이 필요하듯, 마음에도 양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마음의 양식이 책이라면 책도 흡입하는 방법이 있다. 읽고 나서 쓰는 것이다. 메모 독서를 하는 것 자체가 '쓰는' 과정에 들어가지만 리뷰(독후감)는 '완성된 쓰기'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나는 리뷰를 잘 쓰고 싶어서 메모에 더 신경을 썼다. 리뷰가 메모를 이끌어 주었고, 메모가 리뷰의 질적 수준을 높여 주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상생 관계는 없을 것이다. 만약 읽기만 하고 쓰지 않는다면 나는 절름발이 독서라고 생각한다. 독서의 본질이 '접속시간'이라는 예전의 글을 기억한다면, 독서에 접속해 있는 동안 되도록 많이 자극 받고 많이 생각하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어서는 더욱 안 된다. 나는 독서 관정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움직임이야말로 책 자체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독서는 결국 나 자신을 읽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책은 먹고 쓰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로버트 오언』의 메모로 리뷰 쓰기를 해보자


『로버트 오언』을 읽으며 적었던 메모들. A3 세 장을 썼다는 건 필요한 구절이 꽤 많았다는 뜻이다


독서 메모를 가지고 리뷰를 하나 써보자. 나는 『로버트 오언』을 골랐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되도록 많은 이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을 키우는 부모나 교육자들은 반드시 경청해야 할 인물이다. 그래서 제목을 "로버트 오언이 어린이들의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혹시 아시나요?"라고 정했다. 오언의 어린 시절과 영국 국회에 아동노동 실태를 보고한 경험, 아동노동이 영국의 미래를 얼마나 어둡게 하는가, 영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어린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제까지 아무도 하지 않은 생각과 행동을 보여준 인물이기에 이와 관련된 메모를 집중해서 리뷰로 작성했다. 


공장 노동자들 중에는 성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시의 구빈법 행정 당국은 구호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불행한 빈민 아동들을 떼로 엮어서 고맙게도 그들을 받아들이겠다는 공장 소유주가 있다면 누구에게든 파견하는 관습이 있었다.. (중략)..보통의 고용주들로서 볼 때에는 갈 곳 없는 영세민 자녀들이야말로 산업의 원료로 쓰기에 최상의 자재였다. (114)


위 메모로 200년 전 당시 영국의 어른들이 어린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밝혔다. 지금 청년알바, 비정규직, 청소년 실습생, 이주노동자들이 생각났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라는 게 나라마다 같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십 년, 수백 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까마득했다. 이런 느낌들을 리뷰에 함께 넣어주면 책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 담기게 된다. 


리뷰를 쓸 때 인용문을 몇 개 정도 쓰면 좋을까? 나는 2개를 넘어가지 않도록 조심한다. 예전에는 내 글에 인용문이 많았는데, 마치 인용문 뛰어넘기 놀이를 하는 것처럼 글이 듬성듬성한 느낌이었다.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인용문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인용문을 보고 느낀 점이나, 책을 읽으면서 지금 내 상황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서술한다. 리뷰를 읽는 사람들이 읽고 싶어하는 부분도 바로 이 점이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내용이 지나치게 많은 리뷰도 싫증이 난다. 리뷰를 읽는 사람들은 이미 책을 읽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메모로 리뷰를 쓰는 것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가 찌개를 끓이는 것과 같다. 나는 로버트 오언에 관한 3장의 메모 중에서 어린이에 대한 부분을 쓰고 리뷰도 어린이에 대해서 국한해서 썼다. 나는 이 방법을 '치고 빠지기'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책에서 이 부분에 꽂힐 테고, 어떤 사람은 저 부분에 꽂힐 것이다. 책의 모든 것을 설명할 필요도 없고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 리뷰를 도대체 누가 읽을 것인가. 차라리 하나의 관점에 집중해서 글 하나를 마무리하는 것만 못하다. 이렇게 해서 완성한 리뷰는 아래와 같다. 여러분도 책을 읽고 남긴 메모 중에서 하나의 관점을 가지고 리뷰를 써보기 바란다. 


1. 어린이의 관점에서 바라본 로버트 오언 리뷰

https://brunch.co.kr/@dajak97/59


2. 사회혁신가로서의 공자와 로버트 오언 비교

https://brunch.co.kr/@dajak97/58


영국 산업혁명기를 살아간 로버트 오언의 전기를 읽고 '어린이'의 관점으로 리뷰를 작성했다. 물론 다른 관점의 리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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