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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이 특별한 날

41일 차

by 다작이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뭐 그런 당연한 소리를 하냐고 해도 사실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런 일상을 국어사전에서는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이라고 표현할 때 최소한 두 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1. 매일 반복되는 일
2. 보통의 일


이 중에 어느 한 가지라도 어긋난다면 적어도 그날 하루만큼은 일상적인 날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겠다. 그렇다면, 당신이 보낸 어제 하루는 일상적인 날이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아니면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날을 지낸 건지도……. 느닷없이 어제 하루를 묻는 이유를 알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때가 아침이니 오늘 하루에 대해서는 그다지 쓸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나의 어제 하루를 해부해 보려 한다. 난 어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세면을 마친 뒤에 곧장 출근길에 올랐다. 대구와 왜관을 오가는 대경선이 지난 12월에 생긴 덕분에 그나마 기상 시각이나 아침 시각에도 여유가 생겨서 예전만큼 바쁘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정해진 시수만큼의 수업을 했고, 점심 식사를 했으며, 오후에는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과의 첫 대면식(?)이 있었다. 새로운 인연을 알게 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다지 특별한 점은 없던 하루였다.


당장 처리해야 할 급한 일은 없었다. 여느 날과 같이 정시에 교문을 나섰다. 문득 바닐라 라떼 한 잔이 생각나 잠시 근처 커피 전문점에서 얼마의 시간을 보내며 글을 한 편 썼다. 이내 집으로 곧장 온 뒤에 매일 치르는 의식 중의 하나인 집청소부터 수행했다. 아내가 오기 전에 청소를 마치면 서로가 좋은 기분으로 마주 대할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더군다나 8시가 넘으면 인터폰이 울릴 수도 있어서 있어서 최대한 신속하게 청소를 마쳤다.


이내 아내가 와서 단출하게 저녁식사를 끝냈다. 설거지를 끝낸 뒤에 40분 정도 쉬었다가 단지 내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 운동하러 갔다. 푸시업 110개, 스쿼트 110개, 크런치 220개, V-싯 업 110개, 힙 쓰러스트 110개, 그리고 카프레이즈 110개를 완료한 뒤에 마지막은 트레드 밀에서 20분 걷기를 했다. 각각의 동작이 굳이 110개씩인 건 5개에서 시작해서 하나씩 숫자를 늘려 마지막에 15개를 하는 식으로 내 나름의 점진적 과부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한바탕 땀을 흘린 뒤에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는 몇 글자 끼끼였다. 내 하루 일과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일이었다. 곧 잠에 들기만 하면 시각이었다. 아무런 부담이나 거리낌 없이 글을 쓸 수 있는 그 시간대를 하루 중 가장 선호하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자정을 약간 지나 아주 잠깐 고심했다. 내일 출근할 때 노트북을 가져갈까 말까 하는 문제 때문이었다. 괜스레 가방 무겁게 다닌다고 해서 더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니 쓰던 글을 카카오톡에 보내놓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여기까지가 고작 어제 내가 한 일들의 전부였다. 막상 적고 보니 나의 하루 또한 지극히 일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어제 내가 보낸 하루를 일상적이라고 단정 짓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그 하루는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한 하루였고, 그 일들은 그저 보통의 일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들과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하루를 보냈다는, 그것도 별다른 위기의식 없이 무탈한 하루를 보냈다는 건 한편으로는 충분히 마음을 놓을 만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만 흠이 있다면 사는 게 그다지 재미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겠다.

'뭔가 쌈박하고 좀 새로운 게 없을까?'

어쩌면 아침마다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이 아니겠나 싶다.


문득 이렇게 반복되는 매일이 조금은 특별한 면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이라는 하루는 어제 누군가가 그렇게도 맞이하길 바랐던 내일이라는 거창한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분명 어제는 일상 속에 묻혀 하루를 살았지만, 최소한 어제와는 다른 오늘 하루를 살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또 이렇게 글을 쓰며 어제의 내 일과와 그 속에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고 아주 약간이라도 나의 긍정적인 변화와 발전을 꾀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내게 특별한 일이 아니겠는가?


혹시 당신도 늘 똑같은 삶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지극히 일상적인 삶이 참 무료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그렇다면 잠시 시간을 갖고 어제 당신이 보낸 하루를 곰곰이 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쩌면 곧 당신도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당신 역시 매일매일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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