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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른인가?

by 다작이
당신은 어른입니까?


누군가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면 나는 두 가지로 답할 것 같다. 첫 번째는 서슴없이 '예'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요'라고 답하겠다. 왜 한 가지 질문에 대답이 두 가지로 나눠지느냐고? 첫 번째 대답은 육체적인 성장만을 초점으로 두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또 두 번째 대답이 첫 번째의 것과 전혀 상반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신적인 성숙이라는 점에서 볼 때는 조금도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것이겠다. 더 쉽게 말하자면 전혀 나잇값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겠다.


어른이냐 어른이 아니냐를 따질 때, 놀이공원이나 영화관에 들어갈 때의 그 기준인 '대인'과 '소인', 혹은 '성인'과 '청소년'의 범주에서 생각하면 안 되지 않겠나 싶다. 여기에서의 기준들은 엄밀하게 말하면 신체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느냐, 즉 나이가 몇 살이냐를 따지는 것이지, 정신적으로 얼마나 성숙했느냐를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냉정하게 나를 판단해 봤을 때, 나는 결코 어른이 될 수 없다.


속칭 '어른아이',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어른아이는 육체적으로는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정신적인 성숙을 바탕으로 하는) 성인이 되기를 거부하고, 어린이나 소년이 되기를 원하는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거나 그러한 행동을 하는 어른 아닌 어른을 가리키는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성인이 되기를 거부했다는 뜻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오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어린이나 소년이 되기를 원하는 그런 마음을 가진 것도 아니다. 다만 최소한 정신적으로는 반백 년이라는 길고 긴 세월을 살아온 만큼의 연륜이 축적되지 못했다는 뜻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너무 거창한가? 그렇다면 조금 더 쉽게 이야기해 보겠다. 누가 생각해도 그 나이 정도에 걸맞은 교양과 인성을 갖추었다고 판단이 된다면 그나마 '어른'이라는 하나의 관문을 통과한 셈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생각했을 때 나는 지금껏 나보다 연세가 많은 사람을 무수히 봐왔지만, 그 가운데에 '과연 저분은 어른이구나' 할 만한 사람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쉬운 예를 들자면, 지하철 안에 누가 있든 없든 마치 자신의 안방에서 통화하듯 큰소리로 전화를 하는 어른,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좌중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신의 뜻을 펼치며 타인을 가르치려 드는 어른,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가장 기초적인 질서 의식도 보이지 못하는 어른, 그리고 지위나 나이를 무기로 아랫사람을 권위로 누르려는 어른 등은 절대 어른이라고 지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절대다수는 이런 유형에 속할 뿐이었다. 오히려 이와는 반대로 행동하거나 말하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는 듯하다.


어린이, 청소년, 혹은 젊은이는 하지 말아야 하는 일보다는 어쩌면 다소 무모하더라도 많은 일을 해야 하는 때인지도 모른다. 이를 통해 그들은 자신을 깨뜨려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이고, 그들이 나이를 먹었을 때 어른다운 어른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는 너무도 어른답지 못한 어른을 많이 보게 된다. 이들은, 육체적인 성장은 이미 마쳤으나 그 과정에서 이루어졌어야 할 올바른 사회화에 있어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 사람들이다. 게다가 더 심각한 건 어쩌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여기에 속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그 말의 진위가 어떻든 기본적으로 어른이 된다는 건, 해야 하는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하는 일에 대해 더욱 조심스럽게 처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을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 아무 데서나 '내가 어른입네'라고 하며 나설 자리와 나서지 말아야 할 자리 따위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그는 어른이라고 할 수 없을 테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라. 과연 우리 주변에 어른이라고 할 만한 어른이 있는지 살펴보라. 그 말은 거만하거나 안하무인 격인 시각으로 우리 주변의 연장자들을 살펴보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만큼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한한 책임감과 성찰이 뒤따르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자는 뜻이다. 아무나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한 마디도 하지 않아도 존재감 자체만으로 아우라를 뿜어낼 수 있다면 그는 분명 어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많은 말을 하더라도 그 말에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는 어른아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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