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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의 극치

사백 일흔네 번째 글: 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

by 다작이 Feb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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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첫 8년 동안 주택에서 살았습니다. 가진 돈도 없었고, 뭐랄까 처음부터 아파트에서 살고 싶진 않았습니다. 다행히 대로변에서 1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골목 안의 한 이층 집에서 기거했는데, 1층에 주인이 살고 2층에 우리가 살았습니다. 1980~90년대인가 한창 양옥 열풍이 불던 그때 같은 건축업자가 지은 듯한 여섯 채의 집들이 골목을 기준으로 서로 마주 보고 서 있던 곳이었습니다.


그때 중간에 위치한 어느 집에서 주인이 문 하나를 더 만들어 세를 놓았습니다. 대문은 따로 있지만, 그 작은 셋방 거주자가 드나드는 쪽문인 셤입니다. 저도 한 번 들어가 보긴 했는데, 아마 한 서너 평쯤 되는 그런 셋방이었습니다. 쪽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부엌이 나옵니다. 물론 주방 따위는 없었고요. 부얶에서 바로 연결되는 방 하나가 전부였던 그 집에 드디어 한 세입자가 들어왔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 세입자에게 꽤 지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새로 이사해 들어오는 사람 입장에선 적지 않게 부담되는 상황이었지요. 그도 그럴 것이 여섯 집 모두 안면을 트고 비교적 잘 지내던 그런 동네였습니다. 그때가 대략 20여 년 전이었으니, 당시 분위기로선 그렇게 지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나이는 사십 대 초반, 180cm는 족히 넘어 보였고 얼굴도 준수한 사람이었습니다. 평소에 운동도 꾸준히 하는지 군살이라고는 없이 몸매(?)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 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인상이 참 좋았습니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찡그린 얼굴을 보인 적이 없을 정도로 이웃들에게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허우대만 멀쩡하고 주제 파악도 못하는 인간


이웃들이 한동안 그 세입자를 지켜보고 난 뒤에 내린 결론입니다. 그나마 인상이 좋거나 이웃에게 친절한 면이 없었다면 아마 꽤 욕을 먹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 왜 그렇게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을까요? 그건 그가 타고 다니던 자동차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전세금인 3800만 원의 족히 두 배가 넘는 최고급 중형차를 타고 다녔으니까요.


저 지랄할 돈으로 좀 더 멀쩡한 집에서 살지, 저게 뭐 하는 짓이고?


이웃들은 그를 이해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가 무슨 차를 타건 간에 돈 보태 줄 게 아니라면 감 놔라 대추 놔라,라고 말할 입장이 못 되는데도 말입니다. 다만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나름 인심을 나누면서 살아가던 선량한 이웃들의 입장에선 충분히 그렇게 입을 댈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자기 주제도 모르고 허세를 부리며 사는 사람이라고 봤으니까요.


뜬금없이 그 남자 얘기를 꺼낸 이유는 동네에서 자주 목격하는 일 때문입니다. 현재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건너편엔 작은 전통 시장이 하나 있습니다. 그 시장 뒤편에 원룸이 즐비한데 유독 외제차들을 많이 봅니다. 벤츠, 아우디, BMW쯤은 기본이고, 자동차에는 하등의 관심이 없는 제가 봐도 가격이 상당할 것 같은, 듣도 보도 못한 차들도 간혹 보일 정도입니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요즘 사람들을 보면 과연 저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남이야 뭐를 타든 말든 제가 상관할 바는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 있고, 저는 제 삶이 있으니까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사진 출처: 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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