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신화와 전설 그리고 민담 등이 그렇듯 어떤 이유로든 부정적인 측면에서 두드러지는 이들은 반드시 응징을 받게 된다. 그런 뒤에 그를 둘러싼 이야기는 후세에게 하나의 교범으로 전해진다. 쉽게 말해서 너희들도 언행을 조심하지 않으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와 에나레테의 아들인 시지프스는 천성적으로 교활한 데다 꾀가 많기로 유명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신들을 기만한 죄로 사후에 하데스에게 형벌을 받게 된다.
그 형벌이 바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끊임없이 산 정상으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일이었다. 인간인 주제에 신들을 속여 놓고도천수를 누리다 갔으니 그가 천벌을 받음은 마땅한 건지도 모른다. 그는 큰 바위 하나를 산 아래에서 꼭대기까지 밀어 올려야 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위가 정상에 이르렀다고 해서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당연히 바위는 처음의 자리로 굴러 떨어지고 만다. 그 밀어 올리는 일이 하루에 한 번인지 혹은 여러 번인지는 전혀 의미가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끝없는 형벌이라는 점이겠다.
이 형벌은 그야말로 중노동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마찬가지로 끝이 없는 노동이다. 인간의 노동은 아무리 길게 지속된다고 해도 사람의 죽음과 함께 끝나는 법이지만, 시지프스에게 내려진 형벌은 그런 혜택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죽은 자였기 때문에 영원히 지속되어야 할 운명이었다. 신화에 따르면 그 산의 어딘가에서 시지프스는 지금도 이 끝없는 노동을 수행하고 있을 터였다.
어젯밤까지, 아니 방금 전까지 나는 시지프스였다. 어쩌면 의미 없는 그 일을 시지프스에게 건네받아 수행했던 건지도 모른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게는 정상까지 밀어 올려야 하는 바위가 놓여 있다. 잠들 때까지 나는 산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곳으로 그 무거운 돌을 밀어 올려야 한다. 사력을 다해 정상에 바위를 올려 두고 휴우, 하며 한숨을 돌리던 찰나에 바위는 다시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다행히 신을 농락한 죄를 짓지 않았던 나는 그나마 잠의 세계로 도피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밤을 보내고 난 뒤에 새벽을 맞이한 나는 다시 이 노동에 뛰어들어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어제와는 조금도 다름이 없는 오늘 하루를 나는 살아가고 있다. 의미는 각자가 부여하기 나름이라고 해도 하릴없이 반복되는 삶의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건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오늘이라는 하루가 놓여 있고, 이 시간은 결국 시지프스가 매일같이 밀어 올리던 바윗덩어리인 것이다. 문득 시지프스는 바위를 밀어 올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그 또한 왜 그 고행의 길을 피하고 싶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는 온몸에서부터 거부하고 싶은 그 일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게 인간의 숙명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을 것이다. 여기에 인생에 대한 해답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어제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온 힘을 쥐어짜 내 바위를 산 정상까지 밀어 올려도 다시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처절히 지켜봐야 한다. 오늘을 열심히 살았다고 해도 밤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것이 리셋되어 우리의 눈앞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그런 우리에게 선택지는 있다. 군말 없이 오늘도 다시 어제처럼 바위를 밀어 올리거나, 아니면 그 힘겨운 일에서 손을 떼는 것이겠다. 그러나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이 일에서 손을 뗄 수 없다. 시지프스가 묵묵히 이 과업을 수행해야 했던 것처럼 오늘 아침에 눈을 뜬 우리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리라.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에게 놓인 이 과업은 적어도 영원한 형벌은 아니라는 점이다.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더는 바위를 밀어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실의에 빠질 이유도 없다. 지금으로선 그때가 언제인지는 몰라도 이 영원한 형벌에서 놓여날 희망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힘차게 바위를 밀고 또 밀어 올렸다. 숨이 넘어갈 듯한 순간도 있었다. 기껏 정상에 올려 두었지만 몇 번이나 다시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것도 지켜봐야 했다. 그러고는 저녁을 맞이했다. 몇 시간에 잠에서 깨어나면 내일 또다시 그 고행을 되풀이해야 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