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왜관역에 내렸다. 언제나처럼 오늘도 빈자리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미 얼굴을 알고 있는 몇 명의 사람들이 바로 다음 정차역인 서대구역에 내린다는 걸, 또 그들이 내리면 자리가 빈다는 것도 알지만, 너무 자주 그들 앞에 가 서 있는다는 게 오늘따라 반갑지 않다. 다소 피곤하기는 해도 23분만 서서 가면 되기 때문이다.
한동안 청도역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들의 사망 사고로 인해 아침저녁으로 열차가 지연되었는데, 요즘은 거의 제시간에 열차가 들어온다. 돌아가신 분들에겐 죄송하나 출퇴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아침 출근 시간에 열차가 연착한다는 건 그만큼 아침 시간이 바빠진다는 뜻이 된다. 대체로 그 시간에 맞춰서 움직이기 때문에 약간이라도 늦으면 그나마 있던 10분쯤의 여유도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직장으로 가는 딱 그만큼의 시간이, 열차 지연으로 인해 위협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전광판에 뜬 이전 역에서의 출발 안내 문구를 본 나는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시작되는 모양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래서 출근 시간이면 모두가 발만 동동 구르는 모양이다.
원래 열차가 지연되면 으레 대합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 마련이다. 내가 타야 할 열차의 승객과 다음 차례의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게 된다. 게다가 오늘은 주말, 즉 금요일이다. 주중에 가장 혼잡한 날이 바로 오늘인 걸 감안하면 열차가 제시간에 들어오기만 해도 상쾌한 아침을 기약한다.
그래도 요즘은 형편이 많이 나아졌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 4년 전만 해도 금요일의 열차 안은 사람들로 미어터질 정도였다. 특히 출퇴근 때는 거의 지옥철을 방불케 했다. 아무 데나 서서 책 한 권을 펼쳐 들고 읽을 만한 공간이 없었다. 13년째 대중교통으로 통근하면서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어김없이 금요일만 되면 운전을 하면서 다닐까 싶은 생각을 하곤 했다.
오늘은 일단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 여유가 생겨 다행이다. 그 남은 시간에 언제나처럼 이렇게 난 휴대전화로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다 보면 버스가 오는 것도 모를 정도인데, 매번 같이 타는 안면만 있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차를 놓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3분만 있으면 버스에서 내려야 한다. 매일 아침마다 보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함께 타고 있다가 내린다. 그들이나 나나 주말을 기다리며 오늘을 보내는 건 똑같은 처지일 테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훨씬 밝은 얼굴을 한 채 서서 마지막 모퉁이를 앞두고 크게 도는 버스를 마냥 지켜보고 있다.
늘 아침마다 앉아 있던 그 자리에서 나는 글을 쓰며 버스 하차를 기다린다. 생각해 보면 이 시간이 내겐 가장 소중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이 아침도 그렇게 해서 어김없이 시작되었다. 과연 오늘은 내게 어떤 하루, 어떤 일이 준비되어 있을까? 설레는 주말을 앞두고 있어서 더욱 기대되는 하루다. 이번 주 주말은 또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작은 계획이라도 세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