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라라크루의 어느 작가님이 올린 글을 보고는 아침부터 온갖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그분의 글 속에 나오는 한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었다. 일단 그렇게 유튜브를 자주 시청하면서 왜 그 마라토너에 대한 영상을 지금껏 못 봤는지 모르겠다. 시쳇말로 그는 나를 멘붕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거두절미하고 그는 오직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역시 무엇이든 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기본에 전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절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기본은 최고가 되는 가장 선결적인 과제라는 것도 알았다.
안 그래도 요즘 들어 직장인들의 마라톤 완주의 붐이 일고 있다. 개인적으로 마라톤의 세계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 그 마라토너가 보유한 풀코스 2시간 30분 대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도 모른다. 2시간 7분 대라는 우리나라의 마라톤 기록이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는 것과 전문 선수도 아닌 그가 이 기록과 고작 30여 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단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며 짐작만 할 뿐이다.
게다가 그 마라토너의 모습에서 내가 더 감명을 받은 건 아무런 장비 없이 연습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건설 현장 근로자였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현장까지 뛰어가고, 퇴근할 때는 반대로 뛰어온다. 운동복이 아닌 현장 작업복을 입고 작업화까지 신은 채로 오직 뛰기만 한다. 심지어 손목에는 그 흔한 스마트 워치 하나 없다. 심박수 측정, 구간별 기록, 페이스 조절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그저 달리고 또 달릴 뿐이다. 마라토너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게 달리기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런 그에게 과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주 6회 운동을 하고 있는 나도 종종 그런 걸 느낄 때가 있다. 꼭 운동도 안 하는 사람들이 이론적으로 중무장한 경우가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들은 명색이 운동을 하기 위해선 그에 필요한 장비를 모두 갖추어야 하고, 또 그만한 환경과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령 내가 다니고 있는 피트니스 센터만 둘러봐도 그렇다. 전문 선수도 아니면서 어지간한 장비빨(?)이 그들 못지않은 사람들을 심심찮게 보곤 한다. 물론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동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마치 동네 뒷산을 가면서 에베레스트 산 등정에 나서는 차림을 한 사람을 본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런 사람들이 꼭 누군가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한 마디씩 한다. '저렇게 운동하면 오버트레이닝이라 다칠 수 있다'라고 하거나 '겨우 운동을 저 정도만 하면 언더트레이닝이라 운동이 전혀 안 된다'라고 한다. 자신의 운동 스타일에 대한 성찰 없이 말이다. 보조 장비 없이 맨손으로 바벨을 드는 사람을 비정상이라며 쳐다보거나 큰 중량의 바벨을 들어 올릴 때에도 허리엔 그 요란해 보이는 벨트를 찬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람들을 비난하려는 뜻은 없다. 다만 각자의 운동 방식이라는 게 있고, 그 방식이 기본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과, 그래서 운동엔 정답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을 뿐이다.
난 피트니스 센터에 가면 딱 세 가지만 운동한다. 푸시업 200개, 스쿼트 200개, 그리고 크런치 200개다. 가자마자 바닥에 매트를 하나 깔고 그저 할 뿐이다. 운동이 조금 더 잘 되는 날은 몇십 개 더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옆에서 바벨이나 덤벨을 들어 올리며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들의 대부분은 상당한 근육질의 몸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한때는 나 역시 이런저런 기구를 밀고 당기곤 했다. 반년 가까이 꾸준히 해 보니 내게 가장 잘 맞는 건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누가 뭐라고 하건 간에 그게 바로 내게 특화된 운동 방식이다. 아들의 말처럼 김유신 혹은 이순신 장군 시절에 바벨이나 덤벨이 어디 있었으며 트레드 밀이나 다양한 헬스용 머신이 있었을 리 없지 않은가?
위에서 말했듯 운동은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가장 운동을 잘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거기엔 이것저것 특별한 비책과 보다 더 빨리 목적을 이루기 위한 지름길 따위는 없다. 그저 묵묵히 해 나가는 것만이 정답이다. 그건 운동이 아닌 다른 분야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확신한다.
응용은 기본이 숙달되어야 나오는 법이다. 무엇을 하든 기본을 하는 게 가장 어렵다. 기본은 언제 어디에서든 변하지 않는다. 달리기의 기본은 그저 '달리는 것'이고, 쓰기의 기본은 닥치고 '쓰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