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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그리고 잠

138일 차

by 다작이

요 며칠 잠으로 애를 먹고 있는 중이다. 1년 동안 큰 문제없이 지내왔는데, 학년말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뜬금없이 고생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이내에 출근길에 택시를 탄 적이 없었다. 빠르고 편한 걸로 따지면 택시만 한 게 있을까? 버스비의 열 배가 넘는 비용을 한 번에 쓴다는 건 감가상각적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때론 늦어도 눈물을 머금고 버스를 타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어제 무려 반년만에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딱 거기까지였다면 좋았겠지만, 오늘 아침에도 영락없이 택시 신세를 져야 했다. 만약 가계부를 쓰고 있었다면 빨간 글자가 이틀 연속으로 늘어날 판이었다. 어떻게든 쓰고 마는 게 돈이라지만, 속이 쓰릴 정도로 아까운 돈이 아닐 수 없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택시를 타자마자 난 반성 모드에 돌입했다. 소리 없는 자아비판을 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늦잠을 잔 게 맞다. 그런데 많이 자서 이렇게 된 거라면 그나마 기분이라도 조금은 더 나았을 것이다. 더 자기는커녕 오히려 제대로 못 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그저 당혹스럽기만 했다.


나는 대체로 12시를 전후로 해서 잠자리에 든다. 기상 시각은 5시 반, 늦은 시각은 아니나 그리 이른 시각이라고 할 수도 없다. 대중교통수단으로 매일 통근하는 처지니 그때 일어나야 허둥대지 않고 여유 있게 출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점에선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늘 자던 패턴대로 자면 될 일이었다. 다소 수면이 부족해도 최소 네 시간 반에서 최대 다섯 시간 반을 자는 데에 몸이 어느 정도는 단련이 되었다. 물론 이건 정상적으로 자정쯤에 잠이 든 경우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그저께 밤에 늘 그랬듯 자정이 약간 지나 자리에 누웠다. 잠을 잘 자게 만드는 유튜브 동영상 강의를 골라 재생하자마자 이불을 덮었다. 그냥 그대로 잠이 들 줄 알았다. 그런데 강의 두 편이 끝나가도 잠이 오지 않았다. 대체로 한 편당 50분 정도니 누워서 뒤척거린 시간만 해도 두 시간이 다 되어 가는 형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세 번째 강의로 넘어가던 순간 휴대전화기의 액정에서 두 시가 지나는 걸 확인했다. 결국 세 시 반이 넘어서는 걸 보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다섯 시 반이었다. 겨우 두 시간 잔 셈이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그때 바로 일어났어야 했다. 채 두 시간도 못 잔 탓에 그놈의 '10분만 더'의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시계는 7시를 훌쩍 넘어 서 있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지각이었다. 왜관역에 내리자마자 택시를 타고 학교까지 갔다는 것 외엔 아무 기억이 없다.


제대로 식겁했으니 최소한 어젯밤은 다를 줄 알았다. 더 일찍 누우면 되지 않겠나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11시 반도 안 되어 방문을 닫고 불을 껐다. 그저께 잠을 설치다시피 했으니 베개에 머리를 얹기만 하면 그대로 잠들 거라고 믿었다. 어찌 보면 그게 오판이었다. 12시를 넘어갈 때만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께와는 다르게 길게 끌어봤자 첫 번째 강의를 듣다가 잠이 들 줄 알았다. 네 시가 되는 걸 보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그 이후는 아마 별도로 언급하지 않아도 뻔할 것 같다. 새벽 네 시라는 시각 자체가 내겐 그랬다. 편히 잠들기엔 불안하고, 그대로 눈을 뜬 채로 출근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웠다. 잠시라도 자고 출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더니 결국 오늘도 지각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퇴근하는 두 시간 반 동안 이틀의 지각 사태에 대해 제대로 반성해 봐야 할 것 같다.


설마 오늘 밤은 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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