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여기저기에서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뜬금없이 웬 쓰레기 타령이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딴 얘기가 아니라 내 글에 대한 평가다. 냉정하게 봤을 때 내가 발행하는 글의 족히 80%는 쓰레기에 가깝다. 읽을 만한 가치도 없고, 어떻게 보면 차라리 안 쓰느니만 못한 글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무리 내가 쓴 글을 누구보다도 내가 사랑해야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그럴수록 더더욱 냉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운전대를 잡고 차를 출발시켰다면 최소한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누군가는 그런 쓰레기 글을 왜, 또 굳이 발행하는지 그 이유를 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가진 글쓰기에 대한 원칙들 중에서 세 가지 신조 때문이다.
1.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미 쓰기 시작한 글은 무조건 끝을 맺는다.
2. 이미 끝을 맺은 글은 읽었을 때 아무리 이상하게 느껴져도 군소리하지 않고 발행한다.
3. 이미 발행한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단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앞으로 그 글보다 더 나은 글을 쓰겠다며 다짐한다.
솔직히 이렇게 믿고 글을 쓰게 되면 좋은 점은 있다. 적어도 쓰다가 관두는 글은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작가의 서랍' 속에 고이 잠들어 버리는 글도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는 내 '작가의 서랍' 속에 단 한 편의 글도 저장해 놓지 않는다. 쓰는 족족 어떻게든 발행해 버리니 글이 쌓일 틈이 없다고나 할까? 이런 걸 두고 과연 좋다고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차치하고, 글을 쓴다는 본연의 목적을 생각해 본다면, 난 내 방식이 그리 틀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에 비해 당연히 안 좋은 점도 공존한다. 신조를 지키면 지킬수록 그만큼 수준 낮은 글이 늘어나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겠다. 그럴 때마다, 또 그 사실을 느낄 때마다 유쾌한 기분이 들 리 없다. 그래도 내겐 최소한의 양심은 있다. 기껏 형편없는 글을 써 놓고는 이만하면 괜찮은 글이라며 자화자찬하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썼을 리 없다며 발뺌할 만큼 그리 뻔뻔한 성격도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쓰레기 글을 자꾸만 쌓고 있다는 사실을 나 역시 잘 안다는 것이겠다.
자, 사실은 인정하고 넘어가자. 쓰레기 글이라도 이미 발행해 버린 걸 어쩌겠는가? 물론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발행 취소, 즉 삭제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어쨌거나 나름은 애를 쓴 글이 아니던가? 가령 오늘 쓴 본교의 정기연주회 글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걸 글이라고 썼냐는 말이 내 입에서 먼저 나올 정도로 가관인 글이었다. 만약 그 글을 내리면 결국 '146일 차'의 글을 다시 써야 한다. 그럴 바엔 일단 쓴 글은 발행하고, 차라리 이전보다는 수준이 더 나은 글을 쓰겠다는 게 내 철칙이다.
이 원칙들이 생활 속에서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는 단언할 수 없다. 일단 쓰기 시작한 글은 끝까지 쓰고, 완결한 글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발행한다. 다소 마음에 안 차더라도 쓴 글은 뒤돌아 보지 않는다. 다음에 더 나은 글을 쓰겠다는 변명거리만 남겨두면 된다. 그것이 내가 써 놓은 쓰레기 글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그저 명심하고 또 명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