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하나 삐딱하게 보다 보면 그때부터 어딘지 모르게 사람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그저 단순한 마음이나 시각의 기울어짐이라면 별 문제없겠으나, 그때부터는 으레 뒤틀린 시야를 동반하게 된다. 반듯하지 못한 마음으로 사람과 사물을 대하니 그것들이 어찌 반듯하게 보일 리 있을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스운 노릇이 아닌가 싶다. 주변 상황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괜히 혼자서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안 되지,라고 하면서 내 마음을 다시 다잡아보는가 하면 그래도 꼴 보기 싫은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삐딱해진 내 마음을 두둔하고 나설 때도 있다. 별 것 아닌 작은 자극이나 변화에도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 아닐까?
이런 내 마음의 갈등을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해야 한다는 것도 사실 마뜩지 않다. 이미 뭉개져 버린 마음을 어찌 감출 수 있을까? 그렇잖아도 가끔은 눈치 빠른 몇몇 사람들 때문에 내 옹졸한 마음을 들킬까 싶어 마음을 졸여야 할 때도 있다.
나는 네 개의 온오프라인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그중에서 세 개는 이른바 전국구 모임이고, 나머지 하나는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짧게는 세 달에서 길게는 벌써 몇 년째 운영되고 있는 모임들이다. 지금껏 큰 무리 없이 진행되어 왔다. 또 별다른 갈등 없이 꾸준히 활동 중이다. 글쓰기가 목적이니 원 없이 글을 쓰고 있다면 잘하고 있는 것이겠다.
사실 전국구 모임은 부담스럽긴 하다. 이런 모임의 꽃인 합평회 같은 오프라인 모임이 서울에서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 1년에 한 번이면 모를까, 모임에 따라서는 서너 번씩 자리를 갖는 경우도 있어서 내 입장에선 참여하기가 매우 어렵다. 대구에서 서울까지,라는 물리적인 거리를 실감하는 탓도 있지만, 마치 마실을 다녀오듯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게 더 큰 이유다. 그래서 합평회 같은 오프라인 모임이 있을 때마다 본의 아니게 큰 고민에 휩싸이곤 한다.
게다가 어떤 모임에선 종종 여행 일정까지 잡힌다. 어쨌거나 허락을 구해야 하는 입장에선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다음 주 토요일에 수원 갔다 올게."
"거긴 뭐 하러. 누구하고 가는데?"
"글쓰기 모임 회원들하고 가지."
"또 그놈의 글쓰기야? 그냥 놀러 가려고 핑계를 대는 거 아냐?"
그건 아니라고 설명해 봤자 별 설득력이 없다. 이미 출간 작가도 즐비해 거기에 가면 글쓰기에 대해서 배울 게 많다고 얘기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렇게 배워서 지금까지 어떤 수확물이 있었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설령 모임 내에 출간 작가가 없는 경우에도 일단 말은 그렇게 해야 한다.
"알아서 해. 그런데 이번에 가면 한동안은 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
가면 차비를 얼마 쓰고, 당일의 회비는 얼마냐고 따지고 들면 이 역시 궁색해지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당장 두어 달 뒤에 있을 합평회나 오프라인 모임을 생각하면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애꿎게 난 지역 탓을 하고 만다. 나도 서울라이트(Seoulite)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생각에 젖게 되는 것이다.
요즘 들어 자꾸 눈엣가시인 사람이 있다. 특별히 내가 그를 싫어해야 할 이유가 없고, 그 또한 나를 그렇게 대할 까닭이 없는데도 그 사람만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모임을 가지거나 그 사람의 글이 올라올 때마다 괜히 신경이 곤두선다. 앞에서 몇 번이나 말했듯 이유는 나도 알 수 없다. 싫은 데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냐고 말한다면 설명이 될까?
오프라인 모임의 특성상 반드시 누군가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정작 그런 광경을 목격하면 마음이 씁쓸하다. 심지어 그 먼 곳까지 가 놓고는, 당장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는 없다. 더러 반감을 가질 수 있는 게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걸 알고 있어도 가면 갈수록 마음이 불편하다. 사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미 답은 알고 있다. 나만 거기에서 빠져나오면 모든 게 해결된다. 대세의 분위기나 흐름에 따라갈 수 없다면 그 외에 어떤 방법이 있겠는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게 답인 것이다.
지금의 마음이라면 모든 글쓰기 모임에서 탈퇴하고 글만 쓰고 싶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해서 글쓰기 고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결국 잠깐 반짝이다가 마는 한여름밤의 꿈에 젖은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