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공공도서관에 갔다. 사실 말이 그렇지 정확히 말하면 문을 열고도 35분이나 지났을 때 겨우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늘 가던 4층에는 노트북 좌석의 남은 자리가 없었다. 얼른 3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도 노트북 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역시 거기에도 빈자리는 없었다. 고작 30분 남짓한 시간에 만석이 되다니, 아쉽지만 이러면 방법이 없다. 다시 4층으로 가서 가져갔던 책을 반납하고 몇 권의 책을 대출하고 나와야 했다.
문을 열기도 전에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십수 명의 사람들이 9시가 되자마자 거의 달리다시피 한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빨래를 널고 나오는 동안에 자리가 다 차게 될 줄은 몰랐다. 괜스레 애꿎게 자리만 축내는 카공족들 때문이라고 허공에 종주먹질을 해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 역시 타인이 봤을 때에는 카공족이나 다름없을 터였다. 마치 나는 괜찮은데 너희들은 그러면 안 된다는 듯 경우에도 없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안 그래도 봐 놓은 책이 있어서 대출하려고 다시 4층으로 발길을 돌렸다. 서가를 지나 모퉁이를 도는데 빈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생각지도 못했던 횡재였다. 얼른 자리를 선점하고 푸근하게 책을 빌렸다. 물 들어오는 김에 노 젓는다고 앉은자리에서 두 편의 글을 썼다. 빌린 책 중의 한 권을 집어 들고 1부까지 읽었다. 빨래를 널고 난 뒤에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역시 오길 잘했다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너무도 뜨거워 보였다. 아무리 여름이라고 해도 예전엔 아침에 덜 더운 느낌이라도 있었는데 요즘은 날이 밝으면 이내 찌기 시작했다. 지하철역에 내려 걸어오던 고작 10분쯤의 시간 동안 흘린 땀만 해도 한 바가지는 될 터였다. 잠시 머리라도 식힐 겸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 어디에도 소나기 같은 햇빛을 피할 곳은 없었다. 양지는 말할 것도 없고, 그늘이 진 데는 햇빛만 없다 뿐이지 마치 한증막 한가운데에 들어선 것 같았다.
문득 태양이 너무 눈부신 바람에 사람을 죽였다던 뫼르소가 생각났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난 뫼르소가 아니란 것이다. 저 퍼붓는 햇살을 봐도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진 않았다. 다만 이 정도의 날씨라면 없던 화도 치솟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열불을 내던 누군가를 본 탓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건 몰라도 고작 날씨 따위에 기분이 흔들려선 안 될 일이다.
뫼르소가 되기 전에 시원한 것 하나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요즘은 뜸해졌지만 한 달에 두어 번은 가던 카페가 떠올랐다. 일단 지갑부터 확인했다. 대경선을 타고 움직이면 3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시원하고 맛있는 걸 생각해서 그런지 입에선 벌써 군침이 돌았다. 이러면 별도리가 없다. 두 시가 되자마자 얼른 가방을 챙겨 도서관을 나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두 칸밖에 없는 대경선 안이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 게다가 막상 왜관역에 가니 장날이었다.
결국 카페에 와 팥빙수를 시키고 말았다. 맛있으면 0 칼로리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믿지는 않지만, 이왕 시킨 것이니 맛있게 먹기로 했다. 먹고 있는 지금은 좋은데, 이따 다시 집에 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에이, 모르겠다. 여름엔 더워야 제 맛이다. 어차피 햇빛을 피할 방법도, 타는 듯한 습기도 막을 길이 없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했으니 일단은 먹고 봐야겠다.
사진 출처: 직접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