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대하여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감정을 느낍니다. 이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비슷한 감정이 있는데 바로 ‘고독함’ 입니다. 고독함은 타인과의 접촉이 없는, 즉 물리적 고립 상태를 의미하고 외로움은 물리적 고립과는 별개로 관계에서의 정서적 단절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엄마들에게 가장 필요한 시간은 고독한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자유부인’이 되는 날 우리는 외로움 보다는 해방감을 더 느끼지 않나요? 오롯이 혼자 있고 싶은, 단 하루만이라도 나홀로 훌쩍 떠나보고 싶은 그런 마음. 고독은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를 주기에 한 번씩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엄마들에게 정작 필요한 고독의 시간은 잘 주어지지가 않습니다. 대신 정서적 관계의 부재로 인한 외로운 감정은 이따금씩 불쑥 찾아오죠.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엄마의 역할에서 많은 것들을 결정하고 최선을 다해 조율해 나가는 과정에서 늘 좋은 결과만 있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럴 때 아이들의 볼멘 소리, 혹은 남편의 불만이 나에게 쏟아질 때 마치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는 듯한 억울함과 야속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그러다 모두가 잠든 시간, 어질러진 집안을 홀로 정리하다가 문득 ‘나 혼자 왜 이렇게 동동거리면서 살고 있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내 곁에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울컥 공허한 마음이 드는 것, 바로 이것을 ‘외로움’이라고 부릅니다.
누가 내 마음 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 내 힘듦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채워지지 않을 때 우리는 세상에 혼자 있는 듯한 외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이 외로운 감정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채워져야 온전히 해소가 됩니다. 즉 내가 가장 사랑하고 의지하는 대상이 나의 마음을 바라봐 줄 때 비로소 사라질 수 있는 거죠. 엄마들에겐 아무래도 남편이 그런 대상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건 남편 또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많은 부부들이 대화를 나눌 때 정서에 관한 대화보다는 상황에 대한 대화를 더 많이 나눈다고 합니다.
이를 1차 대화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밥 먹었어? 저녁 뭐 먹고 싶어? 내일 일정이 어떻게 되? 애들 봐줄 수 있어?”등 상황에 대한 대화입니다.
반면에 2차 대화는 “오늘 많이 지쳐 보이네, 고생 많았어요. 오늘 기분이 어때? 요즘 힘든 건 없어?”등 기분을 묻거나 서로의 안부를 물어봐 주는 대화를 의미합니다. 부부사이뿐만 아니라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1차 대화에서 2차 대화까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을 때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죠.
엄마들의 외로움은 남편과 이런 다정한 대화의 부재에서 오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아마도 함께 사는 세월이 쌓여갈수록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여 감정에 대해 물어보고 내 감정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낯간지럽다고 느껴서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부터는 내가 먼저 남편과 아이들에게 2차 대화를 건네 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하루 기분이 어땠어? 힘든 일은 없었어? 애 많이 썼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속상했겠다.”
그리고 더불어 나의 감정도 자연스럽게 꺼내어 보는 거예요.
“나는 오늘 ~일이 있었는데 좀 당황스럽더라.” “왠지 서러운 마음이 들더라고. 당신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이 났어.”
이렇게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자연스러워지면, 조금 더 상대의 마음을 살피게 되고 배려하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 감정 상하는 일이 발생해도 좀 더 차분하게 내 마음을 전달할 수가 있게 되더라고요.
사랑이라는 녀석은 상대에게 꺼내어 보여주지 않으면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더 느끼기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내 감정과 바라는 점까지 부드럽게 전해 보세요. 분명 남편과 아이들도 아내를,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공감과 위로라는 형태로 꺼내어 보여줄 겁니다. 외로운 감정은 점점 줄이고 나를 위한 고독의 시간은 점점 늘려 나갈 수 있는 단단한 엄마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