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 와중에 날은 좋으니까

독일 로맨틱 가도 여행 : 뷔르츠부르크

by 다정


여행할 기분이 아닐 때가 있다. 뷔르츠부르크에서의 마지막 날이 그랬다. 온다는 우리 캐리어 두 개는 결국 오지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참으로 막막한 시점이었다. 몸과 맘이 축 처진 그대로 방에 박혀 아무 생각 안 나게 드라마나 실컷 보고 싶었다.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한 아침이었다.


멍하니 창문 밖을 봤다. 이 와중에 날이 참 좋았다. 그게 좀 얄미웠다. 차라리 비나 오지 싶었다. 비 핑계대고 꼼짝없이 우울해할 수나 있게. 비가 온다면 축 처진 기분 맘껏 느끼며 침대에 붙어있어도 덜 아까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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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아침으로 좋아하는(한국에서는 비싸서 잘 못 먹는) 체리를 먹고, 창밖으로 예쁜 볕이 초록 잎을 연둣빛으로 물들이는 걸 보니 문득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을 움직이는 게 하는 데는 맛있는 것과 맑은 날이면 충분했다. 써놓고 보니 그리 간단한 것들은 아니구나 싶다. 여하튼 그 와중에 좋은 날 덕분에 마지막 뷔르츠부르크 산책을 나섰다.


14843604-1888-446D-9264-CC53EE716C2D.jpg?type=w773 숨은 예성이 찾기


집 문 밖을 나서니 한없이 구겨져 있던 기분이 조금씩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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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마인교(Alte Mainbrüc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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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르츠부르크에서 가장 애정했던 알테마인교에서 한동안의 시간을 보냈다. 예성이가 사진을 열심히 찍어줬다. 어느새 울적한 맘은 증발하고 재밌게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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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덴츠(Residenz) 궁전과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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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덴츠 궁전의 정원이 예쁘다는 소문을 듣고 향했다. 막상 도착한 공원의 겉모습은 기대보다 수수하고 단조로웠다. 하지만 궁전 반대편으로 돌아서자마자 그림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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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송이 모양의 나무들과 여러 색의 꽃들이 조화롭게 피어난 꽃밭을 보자마자 홀딱 반했다. 마당 있는 집에 로망이 있는 나는 예성이에게 ‘우리 집 꽃밭도 이렇게 만드는 거야!’며 신나서 외쳤다. 궁전 정원 클래스의 꽃밭을 우리 집 마당에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를 예성이는 애써 외면했다. 참 현실적인 사람과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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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 곁에 있을 때 어느 방에선가 피아노 연습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 덕에 궁전 안 모습은 어떨까 궁금한 마음이 들었지만, 유료라길래 꾹 참았다. 시선을 정원으로 돌리니 아쉬운 맘은 금세 사라졌다. 그만큼 예쁜 정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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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여행 비수기 시즌이었을 때라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관광객이냐 아니냐는 우리처럼 카메라나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열심히 찍냐 안 찍냐로 구분했다.
곳곳에는 정원을 즐기러 온 시민들이 있었다. 햇볕을 즐기러 온 사람, 그늘과 솔바람을 즐기러 온 사람, 느릿한 박자의 시간 속에서 독서를 즐기러 온 사람, 낮잠을 즐기러 온 사람, 간단한 점심 도시락을 즐기는 사람, 수다를 즐기러 온 사람 등 즐기러 온 사람들만 머무르고 있는 장소라 좋았다. 그 안에 있으니 우리도 즐거워졌다.

“나오길 잘했다. 그치?”
“응, 너무.”

즐기려는 노력을 한다는 건 좀 귀찮고 번거로운 일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즐김의 노력을 지속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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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é Wunschlos glückl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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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르츠부르크 산책을 어느 정도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카페를 갔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카린이 추천해 준 곳이었다. 정성이 깃든 공간에서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기에 여행지에서도 카페에 가는 걸 유명 관광지 가는 것보다 좋아한다. 하지만 유럽은 비싼 물가에 팁까지 줘야 하므로 카페에 자주 가는 것은 포기했었다. 그래도 이 날 만큼은 큰 맘먹고 카페에 가 샌드위치를 먹었다. 맛있게 다 먹고 뭐 때문인지 기억도 안 나는 이유로 예성이와 투닥거렸는데, 화해까지 다 하고 일어났다. 환상의 마무리였다.


분명 꼼짝도 못 할 것 같은 몸과 맘으로 시작한 하루였다. 하지만 날 좋은 날 덕에 기분 좋은 산책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에 볕 좋은 날을 얄미워했던 거 취소다. 날이 좋아 참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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