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발 먼저, 투스텝! 오른쪽 왼쪽 돌고!
줌바를 시작한 지 3주 차, 몸에 차곡차곡 쌓였던 흥이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더 열심히 일을 한다. 수업이 끝나면 곧 다음 수업이 기다려진다. 처음에는 동작을 따라가기 바빴는데 지금은 수많은 곡들 중에 스텝이나 동작이 익숙해진 노래도 있다. 심지어 끝나고 몸이 힘들지 않으면 반성한다. '왜 안 힘들지? 다음번엔 더 힘 있게 더 자신 있게 해야지!' 하는 결심도 새운다. 기합은 아직이지만 곧 함께 기합도 넣을 수 있지 않을까.
KPOP 메들리로 시작한 노래는 끊이지 않고 50분을 채운다. 총 몇 곡인지 샐 정신은 당연히 없다. 시작할 때 "오늘 17곡, 달려봅시다!" 하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알게 되었다. 17곡... 말이 17곡이지 코인노래방이라 생각하면 1,000원에 3곡을 무려 6번 도는 수준이다. 6,000원치면 스트레스가 사라지다 못해 목이 나가는 정도인데 새삼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흥이다. 그래서 끝냈을 때 개운함과 뿌듯함이 마라톤 완주나 대회 수상과 맞먹는가 보다. 우리, 좀 멋있다.
그렇게 줌며들고 있다. 매번 새로운데 진짜 새로운 노래인지 아닌지 구별할 정도로 귀가 트이진 않았다. 반복되어 익숙해진 것 같다가 순서만 달라져도 따라가기 급하다. 그럼에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발은 어디에 놓아야 하고 팔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지금은 오른발 먼저 투스텝, 두 번 반복하고 변주! 팔은 돌리거나 뻗거나! 공식을 익혀 금세 따라간다.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부분에서도 줌며들고 있다. 어머니들과 심리적 거리가 줄고 있다. 동작이 익숙해지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다. 압도적인 에너지에 놀라고 웃기만 했던 게 얼마 전인데 지금은 눈을 마주치면 인사를 건네주신다. 먼저 할 용기가 없었던 낯가리는 E에게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 곧 먼저 인사를 해야지!
다음 수업을 기다리는 마음이 얼마나 진심이냐면, 정기 휴관일에도 센터를 갔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 줌바를 갈 생각에 들떠 일말의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늦을까 봐 버스 환승을 포기하고 걸어서 오르막을 올랐다. 10분이지만 습한 날씨에 땀샘이 폭발해 온몸이 땀이었다. 찝찝했지만 끝나고 시원한 물로 샤워하면 엄청 시원하겠지 싶어 태연한 척했다. 그런데 센터에 도착해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너무 조용했다. 평소와 다르다는 걸 직감했다. 체육센터에 요가며 수영이며 다녔던 경험을 복기했다. '아, 휴관일이다.' 몇 초도 안 되는 시간에 깨달았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는데 곳곳에 "7월 10일(월) 정기 휴관일"이라고 너무 크게 적혀있었다. 사람은 없었고 시설을 수리하는 분들만 오갔다. 이미 몸은 땀범벅이고 일도 미루고 왔기에 미리 챙겼더라면 아꼈을 시간과 체력이 아까워졌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 월요일을 기분 좋게 시작하고 싶어 아깝고 아쉬운 마음은 접어둘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덕분에 햇볕도 쐬고 아침 공기도 마셨다! (다음 달에는 정신을 챙겨 절대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