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에 몸을 맡겨 흔들어 재껴

줌바는 체력이다

by 다정

춤을 추고 싶었다. 적극적이지만 낯을 가리고,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지만 너무 집중되면 얼굴이 빨개지는 인간이기에 춤은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였다. 하지만 춤을 잘 추는 아이돌 영상을 몇 번이고 찾아볼 때마다 노래방에서 안무를 따라 추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나도 춤을 추고 싶었다. 이렇게 몇 년에 걸쳐 흥이 쌓이고 춤에 대한 욕구가 차올랐다. 이젠 노래방에 가서 소리를 지르고 몸짓 발짓을 한다고 해소되지 않았다. 시원하게 흔들어 재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줌바'를 추천받았다. 몇 년 전 체육센터에서 요가를 할 때 건너에서 새어 나오던 비트가 빠른 노래와 함성이 떠올랐다. 댄스학원에 등록하기엔 소심한 관종에게 '줌바운동'이면 해볼 만하다고 느꼈다. 건강하게 합법적으로 다 같이 흔들어 재낀다는 게 좋았다. 여기저기서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초보도 봐주지 않고 그냥 그들의 길을 간다고 하는데 그것도 마음에 들었다. 열심히 따라 하는 건 자신이 있었다! 잘하든 못하든 신이 나고 흥겨울 것 같았다.


잔뜩 기대되는 마음으로 시작한 줌바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먼저 비비드 한 색상의 옷에 놀라고 넓은 체조실을 가득 메운 어머니들의 에너지에 압도되었다. 에어컨 바람이 무색할 정도로 땀이 났고, 나는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기합까지 넣으시는 어머니들을 보며 웃음이 났다. 정말 50분간 쉬지 않고 온 관절을 썼다. 왜 줌바 뒤에 운동이 붙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건 춤이 아니라 신나는 운동이었다. K팝 메들리로 시작해 탱고, 라틴 등 각 나라의 빠른 비트를 거쳐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로 끝났다. 확실한 기승전결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에너지를 최대로 끌어올려 움직여서 50분 동안은 힘들지 않았다. 대신 샤워하고 나오자마자 잠이 왔다. 아마 하루치 에너지 이상을 끌어 썼나 보다. 준비 없이 움직인 탓에 발목도 무릎도 아파왔다. 체력은 줌바를 감당하기 힘들지만 내적 흥은 다음 수업시간을 기다린다. 쌓인 흥이 모두 해소될 때까지 신나게 흔들어 재끼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카이빙, 나도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