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바댄스의 첫인상은 아주 강렬하다. 아마 비비드 한 의상이 한 몫할 것이다. 하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색깔이 전부는 아니다. 옷에서 독보적인 개성과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줌바 옷'이 따로 있다는 사실도 줌바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민소매는 기본, 그 이상의 노출은 선택이다. 크롭티가 유행이지만 어른들이 입은 모습을 보기는 힘든데 여기선 배꼽을 보이는 건 예삿일이다. 하의도 과감하다. 숏팬츠부터 바이크 팬츠까지. 상의를 돋보이기 위해 검은색도 있지만 다양한 색도 많다. 줌바 신발도 있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신발은 본 적은 없는 '댄싱 슈즈'같다. 마지막으로 소품도 있다. 바지에 스카프를 끼우거나 반다나식으로 머리에 두른다. 이 모습을 단순히 운동이나 춤으로만 보기엔 아쉽다. 하나의 문화이다. 언젠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나도 줌바 의상을 입고 줌바를 해보고 싶다. (그럼 기합도 자연스럽게 나올지 모르겠다!)
모든 게 그렇지만 스며드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뻘쭘하게 제일 구석에 서있었다면 이제는 체조실 밖에서도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한다. 어색하고 머쓱하다고 느낀 시간 동안 소속감과 동지애가 켜켜이 쌓였다. 수업 중에 서로 교류하는 게 많아서 그런 것 같다. KPOP믹스로 수업을 시작하는데 "나 오늘 떠날 거야. 나를 찾진 말아 줘. 저 뜨거운 태양을 만나러 갈 거야~"(마이티마우스, 랄랄라) 노래가 나오면 앞뒤양옆에 있는 손을 흔들어 안녕하고 인사한다. 또, 어떤 노래에서는 일렬로 기차를 만들고 다른 노래에서는 강강술래처럼 동그랗게 서서 옆사람의 손을 잡는다. 어색한 마음이 이런 과정을 거치며 점점 녹아내린다. 줌바를 하는 순간 모두가 친구가 된다. 처음에는 친구 이전에 어른이라고 생각해서 머쓱했다. (예의 바른 유교걸로 자라 어른들과 손인사 하는 게 적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같이 웃으면서 인사한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도 인사를 한다. 너무 좋다. 눈을 마주치면 서로 인사를 건네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느끼는 소속감에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두 번째 줌바 수업, 첫 번째 수업이 끝나고 여기저기가 쑤셨던 걸 생각하면서 10분 전에 도착했다. 구석 자리에 서서 몸을 스트레칭했다. 손목, 발목을 돌리고 팔이며 다리며 쭉쭉 폈다. 어머니들은 처음에 봤을 때처럼 여전히 파이팅이 넘쳤고 활기찬 느낌이었다. 그들만의 세상인 것 같았다. 수업 5분 전, 강사님이 주차자리를 찾지 못해 조금 늦으신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각이 지나고 5분, 7분, 10분 시간이 지났다. 그제야 어머니들의 진짜 모습이 보였다. 어디서나 파이팅이 넘치고 동네를 주름잡을 것 같던 어머니들이 조금씩 머쓱해하셨다. "인사도 다했는데 그치?"하는 말도 들렸다. 파이팅 넘치는 기세에 가려져있던 약간의 어색함이 튀어나왔다. 사실 어머니들도 줌바를 통해 서로 만나는 사이었을까? 어쩌면 에너지 넘치는 파이팅이 준비 운동 같은 거였을까? 하는 짐작을 했다. 혹시 사실은 나처럼 '낯가리는 E'인건 아닐까? 혼자만의 상상이었지만 조그마한 공감대로 어머니들이 조금 더 편해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