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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다정 Feb 23. 2024

다정을 주고받는다

아니다 여전히 받는다

 복 받은 사람. 요즘 스스로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다. 언젠가 인복이 많다는 것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이유) 그때도 주변 사람들이 채운 다정함이 넘쳐서 이렇게나 좋은 사람들이 많다니 하며 놀랐었다. 그리고 여전히 아직도 내 주변은 다정한 사람들 투성이다.


펀딩을 시작하기 전, 자신이 있다가도 없어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막막하고 불안했다. 2일 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상상력을 뛰어넘게 해 준 왕초보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책을 사준 사람들에게 너무 감사했다. 후원자명에 아는 사람의 이름을 볼 때면 민망하고 감사했고, 모르는 사람의 이름에는 놀라고 감사했다. 어떻게든 감사함을 표현해야겠다 여겼다. 마음의 크기와 비교하면 민망하지만 엽서도 하나 더 뽑고, 편지라기에는 민망한 크기의 작은 쪽지를 썼다. 하루 종일 쓰다 보니 하루가 다 갔다. 손목은 아프고 펜을 잡는 것도 어려웠지만 이 많은 사람들에게 내 책을 보낸다니 하는 생각에 설레고 신났다.


생각보다 더 길게 느껴진 배송 기간을 거쳐 드디어 독자님들과 만났다. 택배를 받고 인증사진을 보내주고, 감상평을 카톡으로 남겨주는 분들이 생겼다. 책을 냈다는 게 다시 실감 났다. 원고를 완성하거나 샘플북을 받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내 책이,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아 읽힌다니 생경한 기분이었다. 잘 읽힌다며 따뜻한 글이라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나를 응원한다고 했다.


작은 엄마는 전화가 오셔서 "다정아 이름 찾은 거 축하해."라는 말씀을 하셨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 안의 이야기를 꺼내고 적으며 비워낸 곳들에 다정함이 흘러 넘칠 정도로 채워졌다. 더해, 책과 어울리는 노래를 추천해 주거나 책과 함께 보낸 엽서에 편지를 써서 돌려주셨다. 다정함이 넘치는 긴 리뷰도 받았다. 마음씀과 다정함에 가슴이 벅차다.


다정을 주고받는 줄 알았는데, 여전히 다정을 받는 중이다. 커다란 목표였던 출판을 끝내고 오히려 다음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지 않아 응원과 축하를 받으면서도 내내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를 지우는 다정함이 내게 왔다. 다시 글을 쓰고 다음 책을 상상하고 독자와의 만남을 기대하게 만든다. 잠시 수그러든 불안이 다시 또 커지더라도 지금 나를 가득 채운 다정함이 이를 이길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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