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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다정 Mar 01. 2024

좋은 글을 쓸게요

나... 이제 작가다

어제는 <다정의 이유>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책을 낸다고 모두가 출판기념회를 여는 건 아닐 텐데 아무것도 모르니 겁도 없이 자축의 자리를 마련했다. 동네 이웃 심바와 오동이 공간을 내어주고 어떻게 행사를 구성할지도 함께 고민해 주었다. 처음에는 저자라는 이름으로 초대글을 쓰는 것도 쑥스러웠는데 금방 즐거워졌다. 내적관종이라 내가 주인공인 자리뻔뻔하게 즐길 준비를 했다. 신청자 명단을 보니 거의 다 아는 사람들이라 더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행사 당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언니는 "대박 날 건가 보다"라고 했지만 조금 걱정되었다. 가파른 영도의 오르막이 오늘만큼은 장애물처럼 느껴졌다. 걱정이 되어 문자도 한 번 더 보내고 하고 싶은 말 점검하고 요모조모 공간도 꾸미고 나니 금방 저녁이 되었다. 행사 한 시간 전부터 문을 열어놓고 대기실 준비된 방에 들어가 있었는데 슬슬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심바와 오동이 날 보더니 괜찮다고, 준비할 만큼 했으니 긴장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아는 사람이 올 거고, 내가 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니까 긴장할 이유없는데 얼굴 얼어붙어 있었나 보다.


제일 먼저 온 동네 이웃과 인사를 나누니 그다음에는 언니와 어머니가 왔다. 나를 보고 작가님이라며 정말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어머니를 보면서 이런 큰(?) 자리를 마련한 게 나라는 게 서서히 실감이 났다. 그리고 동생과 동생의 여자친구가 케이크와 꽃을 들고 왔다. 케이크에는 '다정한 다정 작가님'이라는 다정한 문구가 있었고 꽃은 어머니의 친구분께서 챙겨주셨다고 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다정함에 기대어 크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대학친구가 왔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친구와 잠시 눈을 마주쳤는데 늘 붙어 다니던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취업을 준비하며 서로의 고민을 나누던 시절까지 려왔다. 울컥 눈물이 났다. 나를 축하해 주려 시간을 내고, 포항에서 영도까지 그 먼 거리를 기꺼이 와준 그 마음이 너무 무겁게 마웠다.


이때부터 말랐던 눈물샘에 눈물이 조금씩 차올랐다. 내가 뭐라고, 이 자리가 뭐라고 시간 내어 찾아와 축하해 주고 마음을 써준 사람들의 진심이 너무 진하게 느껴졌다. 오늘 진행을 맡아준 오동이 이 자리에 대한 소개와 식순을 소개하고 나를 불렀다. 대기실에서 거실로 나가는 그 잠깐은 너무 부끄러웠지만 앉고 모두 나를 보고 있어 눈을 어디에도 둘 수 없었다. 전부 너무 따뜻한 눈빛이라 누굴 보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야 하는데 감정이 주체가 안 됐다. 감사한 마음 커져서 의 쓰나미처럼 나를 덮쳤다. 노트에 환영인사를 적어두어 너무 다행이었다. 어찌어찌 마무리하며 감정도 갈무리하였는데 이후는 심바의 축하인사였다. 내가 요청했음에도 원래는 에세이를 잘 읽지 않는다며 시작하는 심바의 이야기에 눈물이 났다. 늘 나응원해 주고 챙겨주는 마음 더축하하는 마음까지 가득하게 느껴졌다.


이후에는 책을 만든 소감부터 어떤 마음으로 책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다. 오동이 질문하면 내가 답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가 도통 어떻게 답을 했는지, 제대로 답을 하긴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책이 나오기까지 자세한 과정도 준비를 잔뜩 했는데 반의반 말하지 못한 거 같다. 뒤늦게 아쉬 마음이 지만 돌아가도 똑같았을 거 같다. 에, 다음이 있다면 더 잘하자!


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우리를 다정하게 만든 순간들'이었다. 최근에 느낀 다정한 순간이 있는지, 소중한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와 책에 대한 느낀 점, 나에게 궁금한 점 등을 자유롭게 나누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다들 말하길 쑥스러워했지만 나중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이야기를 꺼내어 주었다. 특히 우연한 만남에서 다정을 얻어 이를 오래 기억하기 위해 이야기를 꺼낸 바다의 이야기가 인상 깊다. 일상 곳곳의 다정함을 잘 알아차리고 간직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축하영상에 빠졌던 동생의 소감도 들을 수 있었다. 겉으로 무심한 동생이라 평소에 같이 사진을 찍는 것도 긴 대화를 나누는 것도 귀한데 소감이라니 소중하기 그지없다. 동생은 쑥스러워하며 이제야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좋은 사람들의 좋은 에너지를 전달해 준 것 같아 너무 뿌듯했다. 아 역시 다정은 나눠야 한다. 다정을 주고받아야 우리는 점점 더 따뜻한 세상에서 살 수 있다. 나는 오늘 채운 다정함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이 글은 매번 힘들 때마다 꺼내어 꼭꼭 씹을 거다. 기꺼이 마음을 내준 다정함을 잊지 않고 이를 더 크게 주변에 나는 사람이 돼야지!


2쇄 찍게 해주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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